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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Jun 29. 2023

공연) 최인 기타 리사이틀

'From here to everywhere'


클래식 기타리스트 ‘최인’님의 독주회를 다녀왔다.


사실 처음에 단독으로 기타 공연, 그것도 클래식 기타 공연이라고 하길래 신기한 마음이 컸다. 막상 흥미를 가지고 공연을 보러 간다고 했지만 잔잔한 연주 소리에 내가 졸음이 올까 봐 걱정되었다. 늘 새롭고 다양한 공연을 보면서 내 취향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즐기는 나이지만 ‘클래식’이 붙으면 늘 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공연 시간 내내 온전히 공연을 집중했고 다양하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 공연이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진희님과 함께 공연을 시작 했는데 두 악기의 조합이 참 좋았다. 차분하고 담담한 기타, 존재감 있는 높은 음의 바이올린의 조화로움이 잘 느껴졌다. 


 이 공연은 최인님이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했던 공연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산, 바람, 물 등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 자연에 있으면서 느낀 감정들을 오롯이 기타에 담을 수 있었고 그것을 내가 들을 수 있는 게 좋았다. 나도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그의 공연에 더욱 집중한 것 같다.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석풍수’이다. 오랜 해외 생활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양의 아름다움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었다. 기타를 연주하는데 기타가 마치 북 같기도 하고 장구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장단이 떠오르기도 했다. 클래식 기타에서 동양적인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는데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첫 연주, 마지막 연주는 바이올린과 함께 했는데 마지막 연주에서의 바이올린은 조금 더 쨍하고 강렬한 소리가 났는데 어떤 마음으로 연주를 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공연 중간중간 곡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그 감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머쓱하게 웃으시는데 수더분하고 솔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텐데 그 감성을 존중할 수 있는 귀가 된 것 같아서 조금은 뿌듯했다. 예전에는 공연을 보면 무엇인가를 느끼려고 애쓰기 바빴는데 조금은 편해진 느낌도 들었다.


 나는 기타의 소리를 좋아하는구나, 바이올린과 함께 했을 때는 저런 소리가 나는구나, 이 음악으로 자연의 어떤 것을 표현했는지 드러나는구나 같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공연에 대해 설명하신 특징을 찾는 재미도 있었고 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삶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기타에서 동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게 신기했다. 그렇기에 표현의 무궁무진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어떤 것을 추구하며 사는지 그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듯이 나도 그 마음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고 깨달은 초여름의 따뜻한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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