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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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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주 Oct 08. 2019

맞다, 시작은 자연이었다.

자연주의 예능 <신기루 식당>을 보며

하루 동안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뭐 먹지?’다. 수업을 듣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다음 끼니로 뭘 먹을지 생각한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은 일상에서 가장 쉽게, 가장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기쁨이다. 하지만 자취생인 나의 음식 목록에는 편의점 음식이나 치킨, 피자 등 배달음식이 가장 먼저 추가된다. 나는 내가 먹고 있는 것들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어떻게 나에게 오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일회용 용기 안 가공된 채 들어있는 음식을 보면 그 재료가 자연 상태일 때의 모습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편의점이나 배달 음식이라 하더라도 그 시초는 자연에 있을 텐데. 라면사리도 한때는 밭에서 자라난 밀이었을 테니. 

모든 건 자연에서 시작됐다는, 당연하면서도 살다 보면 생각도 안 나는 이 사실을 떠오르게 만든 건 지난 19일 첫 방송된 예능 <신기루 식당>이었다. 

현지의 자연을 재료 삼아 개발한 메뉴로 단 하루만 열렸다 사라지는 식당 컨셉이다. 이 신기루와 같은 식당은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 셰프 조셉과 전통주 소믈리에 더스틴, 그들과 함께할 연예인 크루 박준형, 라비, 정유미에 의해 운영된다.


그들의 첫 목적지는 강원도 인제 냇강마을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메뉴를 고민하고, 음식의 재료들을 발견해 나갔다. 요리에 쓰인 개복숭아, 콩, 야생버섯, 돌배 등. 모두 그 지역에 뿌리를 두고 파랗게 자라나고 있는 자연이었다. 그들은 음식 플레이팅에도 인제의 강물 속, 조용히 자리 잡고 있던 돌들을 사용했다. 출처를 모르는 어딘가에서 온 것들이 아닌, 그곳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던 것들로만 식탁이 채워졌다.

플라스틱 통 안에 화학물질과 함께 포장된 음식들만 보아오다가 내가 밟고 있는 땅에서 자라난 식물을 식재료로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이 생경했다. 나에게 꽃이란 보기 위한 것이지 거리에 있는 꽃을 따 먹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더스틴은 전통주에 쓰일 수도 있는 마리골드의 꽃잎을 한번 따 먹어보고 잎사귀도 따먹어봤다. 라비와 정유미도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맛을 보았고, 그들은 그 맛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판타지처럼 느껴졌지만, 동시에 한 번쯤 이뤄내고 싶은 로망이 되었다. 내가 직접 채취한 재료로 요리를 한다는 것. 모든 건 자연에서부터 출발했고,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생생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면 그 지역에서 자라난 재료들을 이용해 음식을 해 먹는 예능은 꽤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면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농촌으로 간 출연진들이 주위에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끼니를 만들어 먹는 것이 중요 코너였다. 지금도 <삼시세끼>와 같은 자연주의 예능이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신기루 식당>이 다르게 느껴진 건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한 음식이 아닌, 그 지역을 담는 하나의 예술로서 요리를 만들어내는 셰프의 모습 때문이다. 인제의 모습, 그 풍경 속에 있던 자연을 직접 가져와 시각뿐 아니라 미각적으로도 그 지역을 체험할 수 있는 요리. 접시로 쓰일 돌 하나도 신중하게 고르는 조셉의 모습은 예능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요리를 예술로 접근하는 자세였다.


1화에서 그들은 재료를 찾고, 요리를 개발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대망의 <신기루 식당> 개업일이다. 요리는 만들 때도 설레지만, 가장 좋을 때는 먹을 때가 아닐까. 인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셉과 더스틴이 현지의 재료를 새롭게 해석해 만든 요리를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그 신기루와 같은 하루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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