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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Apr 01. 2024

휠체어 타고 여행… 으음…

사람들의 생각이 가장 큰 걸림돌

비장애인들은 아르헨티나에 장애인 접근권이 너무 좋다는 말을 하고 또 했다. 내가 휠체어로 다녀봐도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 보다는 못하지만 한국과 비교해 훨씬 도시에 일반화되어 있고 혼자 다니기가 가능했다. 비록 인도의 블록들과 차도로 내려가는 램프들이 부서진 곳이 우세하게 많기는 해도 내가 돌아다니던 곳에는 거의 다 설치되어 있었다. 다 부서져 반은 시멘트이고 반은 흙길이던, 겨우 휠체어 바퀴폭 정도의 넓이로 만들어져 지나가기가 아슬아슬하던,  12:1 (4.8°)의 비율로 되어야 하는 경사로가 거의 4:1 (25°)의 경사라 도저히 혼자서는 휠체어를 굴릴 수 없더라도 그나마도 있기에 휠체어 접근권이 가능하기 때문에 감사하고 좋다. 완벽하게 편리함보다 없는 중에 보이는 배려들이 나를 배려에 웃음 짓게 했고 혼자만의 자유로움에 행복해했다.  


특수교육에 대해 처음으로 들어본 전문가의 강의에 감동했다며 끈끈하게 맺어진 아르헨티나의 젊은이들을 뒤로하고 3일 동안 이과수 폭포로 컨퍼런스 주체 측 단장님과 둘이 여행을 갔었다. 지금은 파타고니아에 있는 바릴로체로 3박 4일의 혼자만의 자유여행을 왔다. 이번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지난 10년간 점차 몸이 나빠져 전동휠체어에 의지하게 되었고 2020년 봄부터 시작됐던 팬데믹을 지난 후 처음 혼자 여행이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다시 혼자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곧 정년을 하고 난 후에는 글도 쓰고 특수교육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 여러 나라를 찾아다니겠다고 새롭게 계획을 하고 있기에 결국 극복해 내야 하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도움이 전혀 없는 수동 휠체어를 꺼내 타고 왔다. 처음 강의를 하던 때는 대학생들과 지도자들이 많이 도와주었고 또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시간도 많았기에 첫 여행에 적응을 서서히 할 수 있었다.


이과수 폭포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1986년 개봉한 ''미션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본 남미의 이과수 폭포는 나를 압도하고 말았었다. 주인공인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싸움과 노예상인으로 돈을 좇던 "도드리고"가 결국 살인으로 죽음을 기다리던 중 가브리엘이라는 신부에게 감동을 받고 신부의 선교에 동참을 하는 내용으로 남미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예수회 선교사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초반부에 펼쳐지는 이과수 폭포의 위용과 신비함에 더해 선교를 하기 위해 원주민 부락으로 그 험한 폭포를 기어올라가는 인간의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헌신과 투지가 더해져서 나로서는 상상하지 못한 인간의 의지를 보는 것이 놀라왔었다. 나는 늘 직접 이과수를 보며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사랑을 체험해보고 싶었다. 나도 장애인에게 꿈을 심어주는 사명을 그 영화의 주인공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주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올해 물이 가물어 이과수 폭포의 양이 많이 줄었다는 설명을 들었으면서도 많을 때와의 차이를 모르는 나에게는 엄청나 보였다. 나는 주인공이 오르던 절벽과는 다르게 휠체어를 타고 폭포 주변을 여행할 수 있는 가를 알아보는 일에 열중했다. 아르헨티나 쪽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여유를 가지고 풍경이 매번 바뀌는 트랙킹 코스를 뒤에서 밀어주는 약간의 도움을 받아 돌아다니며 머릿속에서 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되뇌었었다. 갈 수 없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고 짧지만은 않은 코스였지만 꽤 여러 명의 휠체어 장애인들이 함께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심지어 파워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까지 보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시내공항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여를 국내선 비행기를 탔지만 거의 다 갈 수 있었다. 가끔 계단이 있는 곳을 피해도 이과수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시원한 바람도 눈에 들어오는 광대한 넓이와 높이의 이과수도 나의 눈과 귀와 모든 감각을 만족시켰다.     



다음날은 브라질 쪽에서의 또 다른 이과수의 모습을 보러 갔다. 설명 때문인지 브라질 쪽은 좀 더 상업화되었고 장애인 접근권이 좋은 듯 보였다. 문제는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나는 휠체어와 내가 젖는 게 싫어 보트를 안 타려고 했는데 입구에서부터 20분 이상의 승강이가 시작되었다. 물이 많이 준 상태이기 때문에 휠체어 입장객은 보트에 접근이 어렵다고 말하고 매표소 직원이 설명하다 매니저인 여자가 나와 한참을 통역을 하는 단장님과 옥신각신을 했다. 어느 누구도 나를 쳐다보거나 직접 말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된다는 말이 계속되자 나의 도전정신이 튀어나와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버텼다. 나중에는 휴대폰의 사진 중에 내가 바위 타기 하는 사진도 보여주며 갈 수 있다고 강조를 했다. 다리로 지지하고 팔로 잡아당겨 오르는 사진을 눈으로 보고 신기하게도 "바위 타기는 밧줄로 안전하게 하기 때문에 되지만 여기는 안전장치가 없다"라고 자기 쪽 주장을 지적한다. 결국 의료담당 간호사에게 묻고 여러 사람이 안된다고 하기에 나는 일단 돈을 내고 강가에 가서 내 눈으로 보고 불가능하다면 환불받지 않고 포기하겠다고 했다.


보트를 타는 장소에 가서도 표구입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안된다는 했고 나는 간호사를 불러달라고 했다. 간호사는 미안함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일어서 보이며 갈 수 있는데 까지 부축을 받고도 간다고 했다. 결국 간호사는 감동을 했는지 즐겁게 다녀오라고 했다. 단장님은 세상의 사람들이 장애로 못한다고 말을 해도 장애인 본인이 얼마큼 설득을 하느냐에 놀랍다고 한다. 나는 그게 바로 "자기주장"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라고 했고 그는 자신이 새롭게 경험한 내용을 청년부 학생들과 나누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못 가게 했지만 막상 보트 쪽으로 내려가니 거기 일하는 직원들이 업어서라도 태워줄 듯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장애인을 어떻게 부축해야 하고 응급상황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직원교육만 좀 더 하면 장애인들도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무조건 사건 사고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하고 현재 하는 이외에 귀찮은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의 태도가 더욱 장애인의 선택권을 막고 있다. 내친김에 장애인관관에 소극적이던 사람들 틈에 헬리콥터까지 다 타고 왔다.



이과수 관광 후 드디어 혼자만의 파타고니아의 발릴로체로 여행을 떠났다. 여기에서는 우선 모든 관광사에서 안된다는 말부터 한다. 그래서 한참 설명하고 이과수에서 안된다던 보트선착장의 바위와 자갈과 모래가 깔린 길을 갔었던 사진을 보여주며 설득을 했다. 이 사람도 자갈 사이즈가 어떠네 저떠네 하며 자기 쪽 주장을 이어갔다. 할 수 없이 나도 자갈이 네게 말하는 그 사이즈들이더라 거기에 바위까지 있고 모래도 푹푹 빠지더라고 맞장구를 치며 더 심한 상태였음을 강조했다. 아! 이 사람은 적어도 영어를 하는 사람이라 좀 더 내 주장을 내 멋대로 설명하기가 쉬웠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능력인 "의사소통" 학교에서 제일 최고의 능력으로 가르쳐야 할 덕목! 결국 다른 여행사를 설득해 문자로 릴레이를 하며  여행권을 구입하는데 무려 10시간이 넘어 걸렸다. 다음날 20인승 정도 되는 버스가 왔고 여행안내원은 난색을 표하다가 내가 휠체어 바퀴를 분리해 스스로 실으려고 하자 자리가 없다고 투덜대다가 내 옆 의자에 나랑 같이 나란히 앉게 해 주었다. Bueno!



할 수 없거나 내가 힘에 부치면 시켜도 안 할 테니 염려 말라고 안심시키며 내가 하고 안 하는 것은 나의 결정이어야 한다는 게 내 신조다. 투덜대던 초기와는 달리 열심히 도와주려고 했다. 영어가이드를 쓰겠느냐는 것을 나는 싫다고 했다. 못알아듯는 언어의 좋은 점은 내가 듣던지 말던지를 쉽게 관심을 껐다 켰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나이에 큰 정보나 사실을 알고 외어야 할 일도 없고 그냥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새로운 세계를 느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한 가지 이유이고 나는 그냥 최대한 현지인과의 만남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Dos horas! "아, 2시간 자유시간을 주는가 보다" 정도만 대충 듣고 열심히 혼자 놀았다. 너무 편하고 좋았다. 모든 사진은 다 셀피로 오케이. 근데 자꾸 찍어주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사람들!! 여행사에 감사문자도 열심히 보내며 그다음 날 스케줄을 잡으려고도 했다. 왈! 오늘 버스투어보다 내일 배를 타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보인다. 그래서 내가 조금 있다 도착할 테니 네가 직접 나와서 나와의 여행이 어땠는지 안내직원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했다. 장애인이 여행하는데 추천인까지 필요한 것이 암담하지만 자기주장을 하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설득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미리미리 다 준비를 했다.    



다음날 보트여행을 예약하기 위해 전날 버스 안에서 오전 10시부터 문자를 했건만 밤 9시가 되어 거의 한 회사와 마무리를 짓는다기에 돈을 내러 호텔로비로 내려간 순간 막 밤 9시가 되어 전화를 안 받는다는 것이다. 무려 11시간 동안 문자로 대화를 하다가 1-2분 차이로 예약불발! 참 느리게 여유롭게 사는 아르헨티나 파이팅! 그래서 아침에 출발은 불가능하고 오후 12시에 출발하는 여행을 알아봐 줄 테니 아침 9시쯤 전화를 하라고 했다. 아침 9시에 드디어 보트여행비를 지불하고 12시 30분까지 호텔 앞에 모이라고 했다. 시간이 남아 택시로 주변에 있는 다른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9시에 시작한다고 했으니 아침에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갔는데 이미 판매소 줄이 엄청나게 길다. 오후 여행을 하려면 겨우 2-3시간 밖에 없어 포기하려는데 직원이 나와 택시기사에게 램프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내리는 곳으로 줄 서있는 사람들과 반대쪽이었다. 여기는 스키 리프트였는데 남미의 상징인 마떼 차를 마시던 직원과 수다를 떨자 곧 친구가 되었고 그 사람은 내 휠체어를 앞 리프트에 실어주고 나는 뒤 리프트에 혼자 앉아 올라갔다. 산에 올라가 배가 고파 주문을 하기 위해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음식이 좋아 보여 셀피를 찍는 듯 그들의 식탁을 찍어 직원에게 그 사진 속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내가 가장 잘하는 블랙커피 대신에 "Cafe sin azucar"라고 자신 있게 시켜 맛있게 먹었다.  



오후에는 보트를 탔다. 호수가운데 있는 국립공원인 섬으로 가는 배인데 매표소로 가는 길에 자갈흙길이 있었지만 장애인에게 국립공원 입장은 공짜였다. 여기에서는 뭔가 장애인 증명서를 달라고 했다. 미국은 없는데 한국에서의 장애인증이 있어 보여주었더니 읽지도 못하지만 공짜표를 내주었다. 배로 가는 선착장이 좀 힘들었지만 그곳 직원들이 밀어주고 끌어주며 들어 올려주기까지 했다. 이분들은 마치 많은 휠체어 장애인을 경험한 듯 능숙했고 배를 타자 선실로 들어가는 리프트까지 있었다. 최고! 국립공원은 크기는 엄청나지만 우리나라 남이섬을 가는 경험과 비슷했다. 산 비탈길을 휠체어로 가는 게 힘들었지만 그곳도 역시 안내원이 열심히 도와주었다. 그 사람은 나의 비디오까지 찍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부활주일 연휴로 무척 복잡했고 길이 막히었기에 나는 중간에 있는 식당 앞에 내려달라고 했다. 막힌 도로에 서있는 시간에 나 혼자 식사를 야무지게 하고 우버를 불러 편안하게 하루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수동 휠체어의 경우 분리하거나 접을 수 있으면 모든 우버가 가능해 좋았다.



구글과 우버로 혼자의 여행은 더없이 쉬웠다. 며칠 동안 만난 우버 운전기사들이 재미있었다. 영어를 못해서인지 의심도 들지만 성격인 것 같은 말없이 무뚝뚝한 30-40대의 젊은 기사, 영어를 좀 하면서 적극적으로 구글에 스페인어로 녹음을 하고 나에게 영어로 들려주던 하이텍 젊은 기사, 그런데 그보다 신나는 사람이 있었다 한 60대가 넘어 보이는 재미있는 노인분이었다. 보자마자 스페인어 못하냐고 묻더니 그와는 아무 상관없이 스페인어로 이것저것 정겹게 묻는다. 푸하하하! 3일 만에 드디어 스페니쉬로 대화가능!!! "캘리포니아에서 왔고 내일 돌아간다." "케이블카 산 위에서 추웠다." "히터 틀어줄까?"라고 하시기에 "아니요. 위에서 추워서 잠바를 사 입었다." "여기 아름답다." 아니 갑자기 내 입에서 10여 년 전에 잠깐 배웠던 스페인어 단어들이 총동원되어 신이 나 떠들었다. 역시 노인들의 넉넉하고 열린 마음이 세상을 잡아주는 정으로 천하를 아우르고 있다! 그분이 나의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했다. 그리고 세상에 가득 찬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여행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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