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대학 교환학생
핀란드에 교환학생을 간다면 무엇을 챙겨야 할까?
생각보다 겨울 부츠는 핀란드에서 쉽게 살만 하다. 핀란드 사람들은 부츠가 필수라고 말한다. 나는 부츠까지는 아니어도 목이 있는 트래킹화 정도도 충분할 것 같다. 눈이 쌓일 때 방수가 기본이고, 춥지 않을 정도의 신발이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트래킹화 살로몬(Salomon) 브랜드의 트래킹화를 윈터부츠용으로 가져왔는데, 만약 진짜 그들이 말하는 기본 영하 10도가 되어 돌아다닌다면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는 이걸로도 부족할 수 있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신발로 핀란드 숲 속, 아이슬란드나 북쪽 눈 쌓인 라플란드를 돌아다니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추위를 조금 탈 때마다 신발 속에 털이 달리고 바깥은 좀 딱딱한 면이 덧대진 안전 신발 같은 윈터부츠를 사야 할지 고민되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며 빙하 체험을 할 때, 영하 20도 가까이 된 눈 쌓인 라플란드에서 트래킹화로는 기본적으로 발이 조금 시리긴 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트래킹화도 괜찮고 다른 부츠도 좋은데, 방수되고 신발이 복숭아뼈 까지는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발품 팔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팀버랜드 같은 브랜드 상품이 아니더라도 유용한 제품을 건질 수 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윈터부츠도 70~90유로 선에서 구할 수 있으니 괜히 끙끙대며 한국에서 가져오지 말고 와서 사는 것도 방법이다. 그 말은 메이커가 아니면 50 유로, 그 이하로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어차피 교환학생이라면 핀란드에서만 주로 쓰고 한국에서는 영하 10도로 떨어지고 미끄러워도, 개의치 않고 평소에 신던 신발을 신고 잘 돌아다니지 않는가. 또한 중고 제품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에 따라 좋은 신발을 싸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새 제품을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장갑도 필요하다. 사실 사람이 추울 때 장갑과 목도리를 하는 것만큼 효율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즈음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녀야 하므로 장갑이라는 것이 굉장히 번거롭긴 한데, 눈의 나라를 갔으니 눈사람도 만들고 썰매도 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방수되는 스키 장갑은 반드시 챙겼으면 한다. 액티비티 하러 놀러 가서 혼자서 장갑 없이 손 꽁꽁 얼지 말고, 집에 남는 스키 장갑이라도 꼭 가져가라. 나는 중고로 사야지, 해서 7유로에 스키 장갑을 사기는 했는데, 나중에 보니 어린이 용이었고(그래도 손에는 딱 맞았다) 중간에 물이 샜다. 들고 다니기 어려운 공산품이 아니라면 차이나와 가까운 코리아에서 가져가는 것이 그래도 낫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일상용 장갑은 옵션이긴 한데, 일상 면 장갑도 추천한다. 핀란드에서 가죽 장갑은 벼룩 장터와 백화점에서 30-35 유로 정도(약 5만 원)이고, 면 장갑은 8-10 유로 정도면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스키 장갑이나 면 장갑이나 피차 스마트폰으로 구글맵 키고 다니기 어려운 것은 비슷하다. 그래도 면 장갑이 있으면 좀 더 윤택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핀란드의 비싼 물건들이 고민된다면, 교환학생이라면 에스토니아는 갈 테니 가서 쇼핑하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핀란드와 발트 3국의 물가는 정말 천지 차이이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에서 교환학생 하던 친구와 아이슬란드 여행을 같이 했는데, 나는 비싸서 고민한 겨울 부츠를 그냥 슈퍼에서 20 유로 언저리에 사 온 것을 보고 물가 차이를 실감했다.
흔히 라면을 생각하지만 나는 라면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기도 하고 싸가지도 않았다. 교환학생이라면 물가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대부분 밥을 해먹을 텐데, 부피가 작으면서도 나름 유용한 재료가 좋다. 생각나는 것으로는 짜장이나 카레 큐브 블록으로 된 것이 좋고, 밥하기 귀찮을 때 먹는 컵밥이나 레토르트 식품들은 몇 가지 챙겨두는 것이 좋았다. 같은 기숙사에 살던 일본 친구는 일본 카레 큐브를 가져와서 종종 생각날 때마다 먹는다고 하니 참 간편해 보였다(물론 아시안 마트에서도 판다). 그리고 일단 겨울 되면 나가기도 추워서 귀찮아져서 한국식 컵밥이나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되는 반찬거리를 가져가는 것이 마음 힘들 때 도움이 된다. +소주 등.
각자 알아서 생각해두는 것이 있을 텐데, 나는 참기름을 강추하는 바이다. 핀란드에서는 한국 음식점들이 속속들이 생기고, 아시안 푸드에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미국이나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유럽 나라들과 달리 '한국 마트'가 없다. 우리나라 식자재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종종 없는 경우도 많고 인터넷으로 시키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배송지가 독일이라서, 믿을 수 없는 유럽의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기란 선뜻 고민이 된다. 아시안 마트에 가면 동남아, 일본, 중국 식자재가 대부분이고 우리와 정말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그래서 가져갈 수 있으면 몇 가지 가져가는 것이 나은데, 참기름에 밥 비벼 먹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나는 8월 말에 가서 10월이 되어서야 참기름을 구했는데, 비빔밥 해 먹으며 참기름을 넣으니 얼마나 맛있던지.
참고로 두부는 힘들게 아시안 마켓 가서 구하느니, 일반 K 마트 가서 아무 첨가도 안 된 노멀한 두부 사서 찌개에 넣고 부쳐 먹는 것이 낫다. 값도 더 낫고, 힘도 덜 드는데 대신 찾기가 어렵다. 마트에서 두부는 치즈 코너에 위치해 있으니 잘 찾기를 바란다.
이것이 왜 필요하냐 하면, 바로 오로라를 찍기 위해서! 오로라가 익숙지 않은 우리에게는 오로라가 그냥 비나 눈이 내리듯이 오로라가 계속 내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은 북쪽으로 아무리 올라가도 구름에 가려 보기 어려운 날도 많고, 보더라도 우리가 기대하는 진한 초록빛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1초 만에 사라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계속 돌아다니면서 오로라를 보고 찍기 좋은 스팟을 찾아야 하는데, 렌터카가 있어서 돌아다녀도 정작 오로라를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오로라 헌팅 투어가 왜 있는지 직접 차를 몰고 다니며 여행하면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시 돌아와서, 잘 보이면 핸드폰으로 찍힌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핸드폰 카메라가 좋거나 운이 좋은 경우이고, 나 같은 뒷면 카메라가 하나인 아이폰 유저들은 야간 촬영도 쉽지 않기 때문에 Dslr 같은 수동 조작 가능한 카메라가 필요하다. 오로라를 보았을 때 구름인 줄 알고 착각하고 지나칠 뻔했는데, 사진 설정도 처음이라 못 찍을 뻔했다. 다행히 한국 분이 도와주셔서 사진 몇 장을 찍게 되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1) 오로라를 배경으로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한다
2) 인물이면 사진 찍히는 사람 본인이 스스로 플래시를 얼굴에 비추어 사진 찍는 사람이 초점을 맞춘다
3) 나의 dslr 설정은 F3.5 셔터스피드 6초, ISO 7200이었는데,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할 수 있으면 열어주는 게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넓게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를 갖고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오로라의 세기에 따라도 설정이 달라질 것 같다. 오로라뿐 아니라 별도 찍을 수 있다.
4) 셔터를 누른 후 인물에게 핸드폰 후레시를 0.3초 정도 비추어준다.
5) 오로라와 인물 각도를 조정하면서 구도를 잡고 찍는다.
이 부분은 오로라와 관련하여 쓴 글에도 똑같이 써서, 오로라 헌팅기를 참조해도 되겠다.
- 학용품, 필기도구, 노트. 그런데 놓고 오면 핀란드 캄피에 있는 무지(Muji) 매장에 가서 그냥 사도 무방하다. 한국에도 있는 그 일본 기업 무지 맞다. 일본을 싫어하는 사람도 외국 살면 일본 제품만큼 정서가 맞는 것도 잘 없다. 어차피 한국 학용품 대부분 일본산이고, 괜한 브랜드 쓰는 것보다 안정적이라고 생각.
- 국제 면허증. 라플란드 여행할 때와 다른 유럽 국가에서 렌트하여 돌아다닐 때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면허증을 함께 갖고 다니는 것은 필수.
-상비약. 아프면 외국에서도 약을 구할 수 있다고 해도, 마데카솔을 바르는 것과 모르는 유럽 연고를 바르는 것과는 심신 안정도가 천지차이. 해열제, 소화제, 지사제(나에게는 필수품이다), 연고, 밴드, 파스 등.
- 정말 사소한 것들: 손톱깎이, 자물쇠(나중에 여행할 때 호스텔을 이용 시 유용), 옷걸이, 텀블러.
먼저 전기장판. 내가 있던 핀란드의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만한 판단일 수도 있다. 기록적인 겨울 더위라나. 남들이 꼭 챙기라는 전기장판을 꾹꾹 담아 힘들게 가져갔는데 한 번도 쓰지 않고 도로 가져왔다. 이것은 헬싱키에서 지내는 사람이 아닌 유바스퀼라나, 탐페레, 로바니애미 등 조금 내륙으로 들어간 도시에 지내는 이들에게는 필수적일 수 있겠다. 나는 헬싱키에서 솔직히 좀 춥다 싶으면 물 끓이고 수건을 적신 후에 바닥에 깔아 두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필요하다면 클라스 올슨(Clas Ohlson)이라고 가전제품과 생활 용품을 사는 상점에서 미리 검색해보고 가격을 비교해보시라.
무선 공유기. 나에게는 정말 짐과 같은 존재였다. 핀란드에서 기숙사 공유기 상태가 불량하다고 하여 출국 하루 전 쿠팡에서 주문했는데 배송이 잘못되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고생도 했다. 그러고 가니 기숙사에서 공유기가 빵빵 터져 사용하기는커녕, 누구에게 주기도 애매했다. 유니홈(Unihome)에서 숙박하는 사람은 이곳이 호스텔 겸용이라 그런지 와이파이가 잘 된다. 물론 필요한 사람도 많이 있다. 호아스(Hoas)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핀란드 교환학생 신분으로 기껏해야 두 학기 있는다고 해도 은행에서 계좌를 뚫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지 못한다. 한국에서 씨티은행 글로벌 체크카드, 하나은행 비바 체크카드가 공식처럼 쓰이고 있고 나도 모두 썼다. 하나은행과 씨티은행을 구분 짓는 기준이 있었는데 요새는 씨티은행의 주력이 글로벌 월렛 체크카드로 바뀐 것 같아 선호도의 차이가 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바 체크카드는 결제마다 드는 수수료 비율이 다른 카드보다 적고, 요즘 나오는 글로벌 월렛 체크카드는 수수료가 없는 대신에 미리 결제할 통화로 환전하는데 이때 환전 수수료가 우대율이 낮다. 내 결론은 이거 저거 따지기 싫으면 하나 비바 카드를 쓰고, 환율 따지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둘 다 쓰는 것이 낫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을 쓰든 외국에서 카드 하나가 해킹당할 수 있기 때문에 카드 두 개 이상은 들고 있는 것이 좋다. 친구가 온라인 결제를 하다가 주거래 카드 하나를 해킹당했는데,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그것 하나뿐이었다. 평소에는 계좌를 비워뒀다가 결제할 때마다 다른 계좌에서 카드 연계 계좌로 돈을 넣는 수고를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
마지막으로 N26 카드 개설하는 방법이 있다. 독일에 근거지를 둔 온라인 뱅킹 회사인데, 처음에 개설하기까지 익숙하지 않아서 까다롭지만 그래도 유럽 카드를 쓰면 큰 장점들이 있다. 우리나라 카드로 결제하면 무조건 영수증에 서명을 해야 하는데, 유럽 카드는 그러한 과정이 없이 티머니 찍듯이 탭 하면 결제가 된다. 한국 카드로 결제를 할 때마다 수고스러웠던, 매일 3 유로도 안 되는 학식 먹으려고 식판 들고, 학생증 내밀고, 카드 주고, 영수증 받아 서명하고, 영수증 다시 주고의 과정이 절약된다. 이게 말로만 들으면 '뭐가 어려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가끔 서명하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내가 '나 서명 안 해?'라고 계속 말하는 것도 민망하고, 괜찮나 싶어서 내가 말하지 않고 지나치면 연예인이 된 것처럼 사인해달라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도 머쓱하다. 유럽 카드는 이 우여곡절을 생략시켜준다.
계좌 개설한 지 오래되어 기억은 자세히 안 나는데, 유럽에 거주지를 두어야 하고, 유럽 전화번호를 등록해서 여러 가지 신청을 한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다를 바 없다. 진짜 난관은 상담원과 화상 전화를 하는 것인데, 내 얼굴을 확인하면서 신원이 맞나 보고,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면서 내 여권이 진짜가 맞는지 홀로그램을 어떻게 어떻게 보여달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뭐라 뭐라 길게 말하는데, 남이 협박하고 시켜서 만드는 거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아니다, 전적으로 내 의지로 계좌를 개설하고자 한다'라고 말해주면 된다. 그러면 카드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나는 2주 정도 기다려서 우편 박스로 카드를 받고, 한국 계좌에서 국제 송금을 받아서 사용했다. 다만 ATM 기기에서 현금을 넣을 수 없는 점은 아쉽다. 추천인 코드는 minkyouj9244 인데 추천해주시면 참 좋겠으나,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언제 유럽을 가서 유로를 쓰겠습니까... 하하
겨울 준비물만 쓰려다가 결국 금융까지 손을 댔다. 지금 이 내용이 당장 필요한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과거의 조금이나마 서칭을 해서 도움받았던 경험과 누군가가 경험할 미래를 위해서 남긴다.
준비물을 챙길 때 가장 문제는 '이것이 그곳에 없으면 어쩌지, 필요한 것을 놓고 가면 어쩌지'하는 걱정이다. 핸드폰, 비자와 여권, 카드와 현금을 챙기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생각보다 도심 가까이서 많은 것을 구할 수 있다. 침대나 책상을 살 것이 아니라면 굳이 멀고 먼 이케아까지 갈 필요도 없고, 캄피 쇼핑몰과 백화점에서 차이가 거의 안 나는 가격으로 대부분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침구, 주방류는 캄피의 헴텍스(Hemtex), 가전제품은 클라스 올슨, 생각보다 무지 큰 무지 스토어(식당도 있고 식자재까지 판다. 가구도 있었던 듯), 그리고 곳곳마다 있는 신발 가게들. 핀란드의 다이소 같은 토크만니(Tokmanni)까지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이케아 만능주의에 빠져 대중교통 타고 고통받지 말고 도심부를 돌아다니면서 헬싱키 면면을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