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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여행/하엔] 올리브의 수도, 산타 카탈리나 성

<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남유럽여행

by Kyros YN

▲ 산타 카탈리나 성(Castillo de Santa Catalina, Jaén) 전경 © https://paradores.es







스페인 날씨도 노르웨이 못지않다. 출발지 쿠엥카(Cuenca)의 거센 바람, 쨍쨍한 햇빛, 먹구름이 하늘을 덮다가 하엔(Jaén)에 접근하자 다시 폭우, 산허리를 감싼 안개, 햇살 그리고 이슬비가 내린다. 10월 중순 30 ℃를 넘나들던 쿠엥카(Cuenca)에서 3시간 거리의 세번째 방문지, 하엔 파라도르(Parador de Jaén)에 도착하니 기온은 15 ℃ 내외로 뚝 떨이 진다. 스페인의 광활한 대평원과 산등성이는 온통 올리브 나무로 뒤덮여 있다.


20231020_151012-cp.png ▲ 하엔(Jaén) 올리브 평원 © Kyros YN 2025


산야에 꽉 들어차 있는 올리브 나무는 대체로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며 나무 밑동은 짧고 몹시 굵다. 손바닥을 펼치듯 퍼져 있는 나뭇가지가 둥글둥글 몽실몽실하게 대평원을 덮고 있는 모습이 평온하고 포근해 보인다.


4498421718_708d1019e2_o-Mksfca-cp-4x3.png ▲ 올리브 나무(Olivo) © Mksfca


가끔씩 붉은 토지와 포도나무가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올리브는 스페인에만 존재하는 듯 이렇게 많은 올리브는 난생처음 보는 장관(壯觀)이다. 수백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펼쳐진 풍경은 하엔의 상징이며, "올리브오일의 수도"라 일컫는데 부족함이 없다.


20231021_091454-cp.jpg ▲ 하엔 산등성이 올리브 © Kyros YN 2025


하엔은 스페인 전체 올리브오일 생산량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최대 올리브오일 생산 도시답게 수많은 국제 수상 브랜드의 본고장(Oro Bailén, La Española 등)이다.


Olive & Rincon de la Subbetica.png ▲ 올리브 열매와 리콘 데 라 수베티카(Rincon de la Subbetica) © Transformed from Quentin Martinez & WREVOO


유럽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대부분 조경수(造景樹)로 유도화(Oleander)가 심어져 빨강, 하양, 분홍꽃들이 만발해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화분에 담은 관상용이 대부분인데, 도심 거리마다 풍성하게 군락을 이루며 다양한 꽃 색깔을 뽐내고 있는 모습이 시선(視線)을 붙잡는다.


philippe-gras-EdvuyCg7-PI-unsplash-cp.jpg ▲ 파란 하늘, 유도화(Oleander) © Philippe Gras


아담한 도심지를 벗어나자, ‘하엔 파라도르’(Parador de Jaén)의 우람한 성문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 호텔은 1200년대 아랍요새를 모델 삼아 1965년 산타 카탈리나 언덕 정상에 건설되었다.


20231020_134723-cp-Half.png ▲ 하엔 파라도르(Parador de Jaén) 출입구 © Kyros YN 2025


산 꼭대기에 우뚝 선 견고하고 거대한 성채 파라도르, 바람이 세차다.

세월을 보여주는 반들반들한 돌밭길, 발코니의 바람은 몸을 날려버릴 듯 달려든다.


jaen_ext_35-4x3-1.png ▲ 하엔 파라도르(Parador de Jaén) 전경 © https://www.neo2.com




산타 카탈리나 성 십자가

(Cruz del Castillo de Santa Catalina)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근처의 산타 카탈리나 성 십자가(Cruz del Castillo de Santa Catalina)로 향한다. 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고 주로 바위 언덕이다. 발아래 펼쳐진 동네와 사방을 둘러싼 올리브 밭은, 마치 수없이 많은 점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20231021_160705.jpg ▲ 산타 카탈리나 성 십자가(Cruz del Castillo de Santa Catalina) 가는 길 © Kyros YN 2025


산타 카탈리나 언덕 정상에 위치한 십자가 전망대는, 하엔의 역사적·지리적 맥락을 감상할 수 있는 중요한 랜드마크로써 도시와 주변 전원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기단(基壇)에 시인(詩人) 알멘드로스 아길라르(Almendros Aguilar)의 '십자가에 바치는 소네트'가 새겨져 있다.


53505636261_5cac4621de_o-Anthony G. Reyes-4x3-1-Half.png ▲ 산타 카탈리나 성 십자가(Cruz del Castillo de Santa Catalina) 전경 © Anthony G. Reyes


산타 카탈리나 성 근처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경관이 수려(秀麗)해서 하이킹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20231021_161323-cp-1.png ▲ 산타 카탈리나 성 십자가(Cruz del Castillo de Santa Catalina) © Kyros YN 2025


해질녁, 산타 카탈리나 언덕에 올라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하엔 최적의 전망대이다.


20231021_161239-cp.jpg ▲ 산타 카탈리나 성 전원, 도심 전경 © Kyros YN 2025




산타 카탈리나 성

(Castillo de Santa Catalina)


십자가와 파라도르 중간에 산타 카탈리나 성(Castillo de Santa Catalina)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 성은 산타 카탈리나 언덕 위에 세워진 전략적 요충지로, 하엔 지역 전체 풍광을 아우르고 있다. 기원전 4세기 경 이베리아인(Iberian People)이 정착하여 성곽 마을(Oppidum)을 건설했으며, 이후로 로마인과 아랍인들이 자신들의 요새를 세웠다(출처: https://castillosantacatalina.es).


8~9세기 무슬림들(Muslims)에 의해 성채가 세워지고, 13세기 중반부터 수세기에 걸쳐 성곽 공사가 계속된다. 나폴레옹 군대가 철수한 후, 20세기말부터 현재까지 복원 및 고고학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출처: 上同).


1bandido1-cp-4x3.png ▲ 산타 카탈리나 성(Castillo de Santa Catalina, Jaén) 전경 © 1bandido1


산타 카탈리나 성은 5 개의 사각형 탑과, 성곽을 따라 배치된 하나의 오각형 탑으로 이루어진 전체(全體) 삼각형 모양의 요새이다.


mapa-castillo-Patrimonio Andalusí-4x3.png ▲ 산타 카탈리나 성(Castillo de Santa Catalina) 안내도 © https://artandalusi.wordpress.com


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일요일은 오후 3시까지 개장하며, 성인의 경우 € 3.50(약 5,700원)이다.


20231021_160255-cp-Half.png ▲ 산타 카탈리나 성(Castillo de Santa Catalina, Jaén) 출입구 © Kyros YN 2025


성곽 내부로 들어가면 유적지 해설을 하는 가이드가 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성을 거닐며 하엔의 역사, 그 기원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깊은 이야기를 들으며 성탑(Torre)과 유적지를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다.


25177527086_e647d6bbc4_o-Ana Villar-4x3-1.png ▲ 산타 카탈리나 성(Castillo de Santa Catalina, Jaén) 유적지 © Ana Villar




하엔 파라도르(Parador de Jaén)


해지기 전 탐방(探訪)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저녁시간이 다 되어 간다. 지금까지 경험한 파라도르 중 이곳은 유적지와 산 정상 전망대를 함께 갖추고 있는 매우 독특한 곳이다. 특히 거대한 석조 외벽과 ‘파라도르 레스토랑’ 메인 홀 대형 벽난로, 20 m 높이의 드높은 천장 늑골 아치 구조(Rib Vault)가 유명하다.


jaen_int_10-4x3-1.png ▲ 파라도르 데 하엔 레스토랑(Restaurante Parador de Jaen) 메인 홀 © https://www.thefork.es



20231021_085635-cp-Half.png ▲ 파라도르 레스토랑(Restaurante Parador de Jaen) 대형 벽난로, 아치형 천장 © Kyros YN 2025


저녁 코스메뉴로 가리비 치즈 오븐구이(Vieiras al horno con queso)를 선택했다. 3면이 바다(지중해 포함)로 둘러싸인 스페인의 특성상, 매우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식탁에 오른다.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의 종착지 대성당(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 광장 북쪽에 위치한, 가리비 구이로 유명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파라도르(Parador de Santiago de Compostela)'에서 식사할 예정이었으나 이곳에서 먼저 경험해 보기로 한다.


20231021_212801-cp-2.png ▲ 가리비 치즈 오븐구이(Vieiras al horno con queso) © Kyros YN 2025


여정 중 가리비 구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산티아고 순례’에서 가리비 껍데기(Concha de Vieira)의 상징성 때문이다. 조개껍데기(조가비)의 홈이 모두 한 지점으로 수렴하는데, 이는 수많은 순례길이 하나의 목적지인 산티아고의 성 야고보 무덤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상징한다. 또한, 가톨릭 전통에서 조가비는 세례와 재탄생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순례자의 영적(靈的) 변모를 의미하기도 한다(출처: https://insiderstravel.io).


20231017_112556 copy-cp-1.png ▲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 조가비 형상의 성수대(Fuente Agua Bendita) © Kyros YN 2025


오늘날에는 카미노 경로(經路)를 표시하는 표식으로도 사용되며, 배낭에 조가비를 매달아 동료 여행자들과 유대감(紐帶感)을 표시하기도 한다.


20231030_150652-cp-1.png ▲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이정표(Señalización) © Kyros YN 2025


메인 홀 (Main Hall)에서 석식(夕食)을 마치고 끝이 아득해 보이는 고풍스러운 복도를 지나, 남쪽으로 시에라 수르 산맥(Sierra Sur) 전망의 객실로 향한다.


20231020_223044-cp.png ▲ 하엔 파라도르(Parador de Jaen) 머나먼 객실 복도 © Kyros YN 2025


아침의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우리 여행 중 적시(適時)에는 언제나 화창한 날씨를 주신다. 여행과 식사를 마치고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산기슭 전원과 올리브 농장 풍경은 하루의 피로를 잊을 만큼 평화롭다.


20231021_164754-cp.png ▲ 하엔 파라도르(Parador de Jaen) 발코니, 산기슭 올리브 농장 © Kyros Y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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