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팟캐김 May 19. 2023

네이버의 경쟁자는 쿠팡?

국내 커머스 강자 간의 맞대결 

얼마 전입니다.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사격 선수 이름 하나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십 대의 나이 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환하게 웃던 모습의 선수였습니다. 아깝게 금메달을 놓쳐 아쉬울 만할 텐데 그 선수는 환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그해 그 올림픽의 스타가 됐습니다. 


누구였을까 검색을 하고 싶었지만 정보가 제한적이었습니다. 가까스로 떠올린 이름이 '강초롱'이었습니다. 이 이름에 '올림픽', '사격'을 같이 넣어 검색했습니다. 


처음에는 습관처럼 네이버에 이들 검색어를 입력했습니다. 검색 결과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정보가 바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강초롱이란 이름이 포함된 기사가 링크되긴 했는데 확실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웹페이지를 열어보고 읽다 보면 '강초롱'이 오타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겠지만, 좀 번거로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구글. 구글에 위 검색어를 기입했습니다. 대번에 나온 결과는 '강초현'이었습니다. '강초롱'이라고 이름을 잘못 기입했는데, 뒤이어 붙인 검색어 '올림픽', '사격'을 보고 '강초현'으로 수정해서 결과를 알려준 것이시죠. 



결론적으로 봤을 때 네이버는 '강초현'의 이름을 잘못 기입한 웹페이지('강초롱'이 포함된...)를 검색 결과로 보여준 것이고, 구글은 사용자의 오타나 오기입까지 파악해 꽤 정확한 정보를 알려준 것입니다. 검색 기술만 놓고 봤을 때 구글이 네이버보다 앞선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날지는 몰랐던 것이죠. 어쩌면 구글과의 검색 기술 경쟁은 이미 오래전 끝났을지 모릅니다. 네이버의 확실한 열세로. 


네이버도 이를 인정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떻게 보면 구글과의 검색 기술 경쟁에서 사실상 손을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나 할까요? 검색 품질 격차는 이미 많이 벌어진 상황에서 유튜브 검색 트래픽까지 올라오고 있으니 머지않아 네이버와 구글 간의 검색 경쟁은 끝나게 될지 모릅니다. 구글의 승리로요. 


이런 분위기는 네이버의 사업에서 뚜렷이 드러납니다. 검색 외 사업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는 것이죠. 이미 10여 년 전부터 쇼핑 등 커머스 쪽에 투자를 늘렸습니다. 콘텐츠 사업에도 꽤 공을 들였습니다. 현재도 검색 부분 매출 비중이 네이버 실적에서 가장 높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네이버의 최근 실적 


네이버의 올해 1분기 커머스 사업 부문 매출은 60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5% 증가했습니다. 미국 중고 물품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 Mark)의 매출 환입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하지만, 이를 제외해도 10% 내외의 성장률 측정은 가능합니다. 


매출에서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2022년 1분기 네이버 매출에서 커머스 매출 비중은 22.6%였지만, 2023년 1분기 26.5%로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서치플랫폼(8499억 → 8518억)이 거의 제자리이고 비중은 감소(46% → 37.3%)한 것과 비교됩니다.  


출처 : 2023년도 1분기 네이버 실적 자료 


커머스보다 더 많은 실적 증가를 기록한 부분이 있으니 바로 콘텐츠입니다. 웹툰 등 콘텐츠 유통을 통해 얻는 매출은 2022년 1분기 2120억 원에서 2022년 4분기 4375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1년 사이 거의 두 배가 된 것이죠. 최근 네이버가 해외 웹툰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홍보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네이버가 검색 중심의 기업에서 커머스와 콘텐츠 중심의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검색이 기반이 된 덕분에 커머스와 콘텐츠 사업도 번창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요. 


덕분에 네이버의 1분기 매출 증가율은 23.6%에 달합니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물론 국내 라이벌 카카오와 비교했을 때도 괄목할 만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꽤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구글과 같은 IT플랫폼 기업 대부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들어 실적 부진에 빠진 것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는 1분기 매출 성장률 5%(전년동기 대비)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영업이익이 급감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고작 4.1%에 지나지 않습니다. 


카카오의 전체 실적 추이. 출처 : 2023년도 1분기 실적 자료 


◇네이버는 왜 커머스에 집중했나 


앞서 언급했다시피 네이버는 커머스 사업을 일궈왔습니다. 온라인 광고를 대신해 주는 것을 넘어 아예 자신들이 오픈마켓 플랫폼을 열고 입점하도록 했습니다. 이 스마트스토어는 네이버 검색 시장을 기반으로 꽤 성공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이건웅 교수 연구팀과 서울시립대학교 최보름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22년 12월 발간한 'D-커머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그해 12월 기준 스마트스토어 수는 약 55만 개로 추산됩니다. 대부분이 소상공인들입니다. 이들이 기록한 거래액 성장률도 꽤 주목할 만합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72%의 성장률입니다.


출처 : 'D-커머스 리포트 2022


당연히 네이버 커머스 사업의 성장을 눈엣가시로 여겼던 이들이 있으니 바로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들입니다. 지마켓이나 옥션 등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독과점을 이유로 네이버의 진출에 반대했고 견제를 했습니다. 네이버를 늘 괴롭히던 '독과점'을 이 분야에서도 썼던 것이죠.  


이 같은 견제와 반대에도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사업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명분은 '저렴한 수수료로 소상공인을 돕는다'였지만 숨은 의도는 매출이 되기 때문입니다. 소상공인 입점을 통해 온라인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네이버페이 등의 결제 플랫폼의 수수료 수익을 또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사는 이용자들의 구매 데이터 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입점 수수료를 크게 낮추고도 충분히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죠. 


또 한 가지. 검색에서 구글과 대결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있습니다. 네이버 천하였던 한국의 검색 시장에도 균열이 일어났고 구글이 잠식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높은 검색 품질을 겸비한 구글은 유튜브 검색 트래픽 증가에 힘입어 네이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장 조사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33%입니다. 시나브로 네이버의 시장을 잠식해 온 것이죠.


네이버와 구글 검색 점유율 추이 (보라색 : 네이버, 노란색 : 구글)  출처 : 인터넷트렌드


이대로라면 한국 검색 시장마저도 구글 천하가 될지 모릅니다. 30대 이상 인터넷 사용자들에게는 네이버가 친숙하겠지만, 성장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유튜브나 구글 검색이 더 친숙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곧 현실이 될지 모릅니다. 네이버에게 있어 중요한 매출원 하나를 빼앗기는 것이죠. 


이런 상황은 네이버에 반갑지가 않습니다. 새로운 대안과 성장 동력을 찾아야 했죠. 그게 바로 검색과 연계된 커머스였습니다. 네이버 스스로가 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직접 돈을 버는 형태'가 된 것입니다. 


◇네이버의 진짜 경쟁자는 '쿠팡' 


네이버는 국내 검색 시장 내 지배적 사업자입니다. 신세계 계열의 SSG나 지마켓 등 오픈마켓이 갖지 못한 강점이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아주고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는 기술도 ‘국내 기준’ 1위입니다. 여기에 ‘사용자 검색 정보’ 등 풍부한 데이터까지 있으니 경쟁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볼멘소리를 할 만합니다. 


이는 제아무리 대기업도 넘기 힘든 부분입니다. 네이버만큼의 역량을 갖추려면 수십조 원이 투자해도 힘들터인데, 국내 기업 중 어느 곳도 하지 못합니다. (투자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업체가 나타나 '기존의 전략'과는 차원이 다른 면모를 보입니다. 한 해에 수천억 원 적자를 기록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하는 기업이죠. 남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놀려도 상관없어 보이는 듯합니다. 


바로 쿠팡입니다. 쿠팡은 조 단위 적자를 감내하면서 온오프라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망은 사용자들의 강력한 ‘서비스 경험’이 돼 쿠팡을 선두권 커머스 사업자로 올려놓았습니다. 네이버도 갖지 못한 이점입니다. 네이버가 ‘검색’이라는 사용자 경험에서 우위를 점한 것처럼 쿠팡은 ‘쇼핑과 배송’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쿠팡이 공개한 올해 1분기 활성 고객(분기에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1,901만 명입니다. 전년동기(1811만 2000명) 대비 5% 늘어난 수준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제외한다면 거대한 규모의 사용자 층입니다.


'저러다 망하겠지'라고 들었던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올해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1362억 원(1677만 달러, 분기 환율 1275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사업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을 쌓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쿠팡 영업이익 추이. 출처 : 2023년도 1분기 실적 자료 


겉으로 드러난 매출 규모는 이미 네이버 수준을 넘겼습니다. 1분기 기준 쿠팡의 매출은 전년(6조 1653억 원)보다 20% 증가한 7조 399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쿠팡이 사업을 시작한 이후 거둔 최대 매출입니다.


다만 쿠팡의 매출은 일반적인 인터넷쇼핑몰과 비교해 부풀려진 게 있긴 합니다. 쿠팡이 물품을 직매입해 파는 구조다 보니 수수료 수익이 매출인 다른 인터넷 쇼핑몰이나 네이버보다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증권이 분석한 쿠팡의 2022년 거래액은 43조 7210억 원 규모입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연간 거래액 규모가 같은 해 41조 7000억 원(네이버 자료)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두 플랫폼은 비등비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네이버가 추격자 입장이 돼야 할지 모릅니다. 물류 인프라와 역량에서 네이버와 쿠팡 간 격차가 현격히 크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검색과 가격 비교, 네이버페이의 결제 편의성, 네이버 콘텐츠 생태계 연동 등의 차별점을 보이고 있지만, 제삼자에 물류를 맡겨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쿠팡과 달리 '쇼핑 중개'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뒤늦게 오프라인 물류 시스템과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지만 쿠팡만큼의 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최근 들어 쿠팡은 자사 플랫폼 사용자들을 묶어놓기 위한(Lock in) 서비스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OTT ‘쿠팡플레이’가 대표적입니다. 2020년 시작한 쿠팡플레이는 국내 주요 OTT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축구 국가대표 경기를 생중계하고 K리그 방영권을 사는 등 콘텐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마존프라임으로 잠재 사용자들을 확보해 나갔던 아마존의 전략을 그대로 닮은 것입니다.


◇'제로섬' 출혈 경쟁에 들어간다? 


온라인 커머스만큼은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보다 우위를 보일 수 있습니다. 물류에 있어서 해외 기업이 투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쿠팡의 주주 국적을 근거로 '해외 기업이다' 할 수 있지만, 사업장과 시장이 한국에 있어 한국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비즈니스를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잠식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남은 부분은 커머스 밖에 없습니다. 네이버와 쿠팡 간 치열한 경쟁이 발발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한국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제로섬' 경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와 쿠팡 간의 커머스 대결, 이제 시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