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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리 Oct 08. 2019

요기요는 '슈퍼클럽'으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히어로의 히어로 '한국'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음식 배달앱인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는 독일 베이스의 푸드테크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 (Delivery Hero)의 회사다. 이처럼 한국이 아닌 독일과 글로벌 무대가 주력인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난해 12월 돌연 독일에서 운영 중인 음식 배달 사업을 네덜란드 음식 배달 스타트업 테이크어웨이닷컴 (Takeaway.com)에 약 1조 2,000억 원의 대가를 받으며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3개월 뒤인 올해 3월 요기요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케팅 비용으로 전년 대비 2배인 1,000억 원을 사용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렇다면 왜?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에서의 사업을 접고 한국에 투자한다고 했을까? 바로 선택과 집중 때문이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배달 사업을 진행 중인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한국에서 9,440만 유로 (약 1,200억)의 매출을 냈다. 이는 쿠웨이트 (9,950만 유로), 독일 (9,650만 유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매출 규모이기 때문이다.


요기요 '슈퍼클럽' 런칭


요기요가 마케팅 비용으로 1,000억 원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한 가지였다.

당분간 치킨 싸게 먹겠다...ㅋㅋ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거나 인수 합병 등을 고려할 수 있었겠지만, 압도적 2위 사업자가 아닌 요기요에게 필요한 건 혜택 강화를 통한 유저 확보일 것이다. 쿠폰 플레이가 예상되었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혜택을 풀어낼지 궁금했다. 뻔하게 요일별 치킨 할인을 한다면 큰 실망을 할 것 같았다.


요기요의 대망의 첫 시작은 '슈퍼클럽'이었다. 슈퍼클럽은 월 9,900원을 정기 결제하면 3,000원 할인 혜택을 월 10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최저가 경쟁만이 살아남는 시대에서 멤버십 서비스는 고객 이탈 방지 (Lock-in)을 위한 가장 트렌디한 서비스인 것이다.



요기요는 슈퍼클럽을 런칭하며 대대적인 광고를 선보였다. 버스정류장, 지하철, 택시 등 눈에 보이는 곳 어디든 요기요 슈퍼클럽의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요기요 슈퍼클럽을 런칭한지 3개월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요기요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요기요는 무엇을 얻었을까? 


멤버십 서비스의 핵심은 충성 고객을 잡는 것이다. 높은 멤버십 혜택과 간편결제로 고객을 락인 (Lock-in) 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9,900원에 월 3천원씩 월 10회 할인의 메세지는 명확하다. 9,900원은 1회 결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유저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주지 않는 금액 대이다. 해지하려다 실수로 한 달이 넘어가도 에이~ 이번 달에 3번 더 시켜 먹지~!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3천원 할인은 반복 결제를 유도하면서 유저에게 혜택을 받는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최소한의 금액 대이다. 2천원은 혜택이라고 느끼기에는 좀 작고, 4~5천원은 반복결제를 유도하기에 부족하고 요기요에게도 타격이 큰 비용이다.


요기요가 1,000억 원의 마케팅비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했을 때, 그 방향성은 명확했다. 혜택을 통한 고객 확대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한 고객을 바탕으로 요기요는 오랫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제휴점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은 자칫 잘못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효과대로 보지 못하는 일회성 전략이 될 수 있다. 가령 요기요를 통해 쿠폰 없이 구매하는 유저가 쿠폰을 사용해 구매해 실질적인 회원수의 증가 없이 비용만 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자칫 업계에 치킨게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었다.


'업계최초'와 '브랜딩'두마리 토끼를 잡다.


전체적으로 정책이 심플하다. 3번만 이용하면 이득이라는 생각이 드는 간단한 계산이다.

사실 9,900원을 지불하면 3천원 쿠폰을 10장 발급해 주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마케팅비만 있으면 누구나 기획할 수 있는 뻔한 수단인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요기요는 2위 사업자로서 서비스 차별화를 놓치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즉, 배달의민족이 하지 않았던 것들을 만들어 내고 싶었을 것이다. 요기요는 뻔한 수단을 뻔하지 않게 접근했다. 바로 업계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다. 요기요는 음식 업계 최초로 '정기결제' (구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했다. 


배달의민족하면 떠오르는게 많다. 치슈랭가이드부터 치믈리에 까지 마케팅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쿠팡 하면 총알배송이 토스하면 간편송금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요기요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선.......미? 이것이 바로 브랜딩이자 차별성이다. 지금껏 요기요 하면 떠오르는게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당분간은 슈퍼클럽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요기요는 무엇을 잃었을까? 


슈퍼클럽을 런칭하기 전에 요기요가 내부적으로 세운 KPI (성과지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신규회원수는 아닐 것이다. 물론, 언론에는 슈퍼클럽의 성과로 신규회원수만 언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요기요를 평생에 처음 결제하는 사람에게는 1만원의 혜택이면 충분하다. 멤버십 서비스의 핵심은 반복결제를 통한 헤비유저의 락인이기 때문에 아마도 첫 번째 타겟은 배달의민족의 헤비유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두 번째 타겟은 혜택을 찾아 요기요와 배민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는 유저의 유치가 목적이었을 것이다.


요기요에게 슈퍼클럽의 베스트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배달 어플을 이용하는 유저 중에 요기요를 설치해보지 않은 유저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두 가지를 번갈아 사용하다가 하나만 사용하게 되는 구조일 텐데, 요기요에게는  요기요에서 이탈한 회원이 다시 요기요로 돌아오는 것과 배달의민족 헤비유저가 슈퍼클럽을 가입하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일 것이다. 반대로 워스트 시나리오는 기존 요기요 헤비유저가 슈퍼클럽을 가입하여 10번의 혜택을 모두 받는 것이다.


'비효율'이 전제가 되는 마케팅 전략


이러한 대규모 마케팅은 타겟 고객을 한정하여 마케팅을 하기에 매우 제한된다. 요기요는 가능만 하다면 배달의민족만 이용하는 고객을 뽑아 그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러한 액션은 제한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멤버십 서비스는 단기적으로 비효율이 전제가 되는 마케팅 전략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슈퍼클럽의 가입자 중에는 요기요의 헤비유저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물론 이들은 지금의 요기요를 있게 만들어준 핵심 고객이지만, 슈퍼클럽만 바라보면 이들의 결제는 비효율이 전제가 된다. 어떻게 보면 요기요 입장에서는 쓰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나가는 셈인 것이다.


기사를 살펴보면 8월 한 달간 슈퍼클럽을 가입한 유저는 25만명이며, 이 중 20회 (8월 프로모션으로 최대 20회 할인 제공)를 모두 사용한 소비자가 전체 1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월 10회 이상 주문한 사용자 역시 47%로 절반에 가까운 가입자들이 10회 혜택을 누렸다. 요기요 입장에서는 9,900원의 멤버십 비용을 받았기 때문에 3회까지의 결제는 쿠폰 비용과 퉁? 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4회부터는 결제마다 3천원씩 쿠폰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10회를 결제하면 총 21,000원이라는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에 공개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추론해 보면, 8월 한 달간 멤버십 매출을 고려한 쿠폰 비용은 (4회 이상 결제부터 해당) 약 55~65억 원이 들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 신규회원을 유치하는 비용은 크지 않다. 그러다 시장이 형성되면 업체 간의 경쟁으로 신규회원을 유치하는 비용이 올라가고, 시장에 압도적 1위 사업자가 생기면 그때부터는 신규회원을 유치하는 비용은 초기의 몇 배가 된다. 아마존은 미국 내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미국에 새로운 이커머스 업체가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누가 아마존과 총알 싸움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미국 e-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의 시장점유율


지난해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의 시장 점유율은 55.7%, 요기요는 33.5%를 나타냈으며, 그 격차는 아마 올해 더 벌어졌었을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어가면 시장에서는 승자 독식 구조가 발생한다. 승자가 벌어들인 수익으로 재투자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후발주자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1등 사업자에게 락인된 고객을 데리고 오는 것은 너무 너무 너무 어렵다. 요기요는 배달의민족과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이러한 마케팅을 펼쳤어야 했다. 이번 슈퍼클럽의 성과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2등 사업자에게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 비싼 교훈이 될 것이다.




이번 요기요 슈퍼클럽을 통해 배우고 싶은 점이 있다. 하나는 요기요가 고민한 첫번째 전략이 배달의민족은 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점과, 하나는 슈퍼클럽을 시행하기 앞서 요기요 내부적으로 설득해야 할 부서들이 굉장히 많았을 텐데 (비효율이 전제 되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과감하면서 매우 빠르게 시행했다는 점이다.

요기요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어 앞으로 더 나은 경쟁력 있는 프로모션 전략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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