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하바나

by 김 경덕

이 차는 1959년 생이다.

우리 나이로 환갑을 벌써 넘겼다.

아직도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쿠바의 수도 하바나에서

신혼부부나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명차 중 하나이다.

이런 종류의 차가 아직도 상당히 많이 운행되고 있으며

쿠바 관광 안내 책자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관광 명품이다.

'온고이지신'이란 고사성어를 바로 여기에 적용하면 딱 어울릴 것 같다.

16세기부터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쿠바는 언어도 전통문화와 풍습도 심지어

자신들의 얼굴까지도 침략자들에게 모두 잃어버렸다.

이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은 과거가 없다.

수탈당한 쓰라린 식민지 역사뿐이다.

지금 존재하는 문화유산들은 전부 강대국 지배 시절에 남겨진 잔존물에 불과하다.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바나 구 시가지는 축소판 마드리드다.

YS가 봤으면 옛 중앙청처럼 깨끗이 철거해 버리고

싶었을 것 같은 그러한 건물들이다.

과정이 어찌하였던 쿠바인들은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앞세워 자기 땅을 지켜냈다.

힘들게 어느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자주독립을 성취하였다.

그래서일까!

자신들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비록 가진 건 없더라도 식민지 시절 어깨너머로 익힌 손재주는 있었다.

미국인들이 버리고 간 헌 차를 이렇게 정성껏 손질하여 명품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작년부터 미국인들에게도 자신의 땅을 개방하였다. 그렇지만 쿠바인들이 미국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냉담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지에 도착한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는 지난날 자기들이 버리고 간 그리고 잊어버린 바로 이런 차들이다.

그래서 역사는 강자가 아닌 약자가, 다수가 아닌 숨겨져 있던 소수에 의해서 계속 이어져 가나보다.

성경에서는 버린 돌이 모퉁이 돌이 된다고 하였다.

우리들 역사도 우리 스스로 써 나가야 할 터인데......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깝다.


2018,2,26 하바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