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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Apr 25. 2024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됩니다!

끄적거림의 시작


끄적거림은 어렸을 적 책에 낙서를 했을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어린아이가 그저 연필을 쥐고 연필에서 나오는 색상과 굵기 자신의 손목과 손가락, 팔의 움직임으로 이것저것 갈겨서 그어보듯 그리기를 해 봤을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연필을 손으로 쥐고 이리저리 모양을 만들어 보는 과정을 무수하게 반복을 해 봅니다. 시간이 지나 마침내 뭔가 하나를 그려냅니다. 동그라미 일수도 있고 네모일 수도 있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모양새 일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성인이 된 지금 우리도 어린이의 마음으로 그리는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뭔가 대단한 창작물을 그리기에 앞서 끄적거리는 것부터 시작을 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한 행동이 즐거울 수 있게 큰일이 아닌 자신의 소일거리라도 좋으니 작게 시작을 해 봅니다. 마치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운동화를 신는 단순한 행동처럼 말이지요. 팬이나 연필 그리고 종이만 놓여있으면 됩니다. 뭐라도 자신이 떠오르는 것 이라든지, 눈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형태도 좋고요. 그렇게 일단 뭔가 끄적거려 봅니다. 


자신이 그려놓은 것을 통해서 나름의 기쁨과 만족감이 생겨남을 느끼게 됩니다. 끄적임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러한 끄적거림은 늘 너저분하게 책상을 뒤덮던 A4용지에서 뭔가 의미 있는 것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게 하는 것은 이러한 끄적임의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주로 4B 연필로 드로잉을 합니다. 냉장고에 있던 과일 하나를 꺼냅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과일 하나가 제게는 많은 것을 가져다줍니다. 사과이던 귤이던 바나나이던.. 그림 그리기에 보기 좋은 형태를 이것저것 고르는데 몇 분 시간을 씁니다. 사실, 가끔은 풍경화라던지 뭔가 큰 작품을 그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상념에 빠질 때도 있는데요. 매일 이렇게 소박한 과일이나 작은 것을 그리다 보면 상념에 빠지는 시간보다는 좀 더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마치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뭔가 습관이 붙은 것도 같고요. 단순하고 쉽게 매일 할 수 있는 드로잉이란 - 내 주변에 쉽게 손을 뻗어 구할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더군요. 이도 하지 않으면 구상과 상념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릴 것도 같고요.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키우며 육아에 잠시 탈피하는 저만의 심플하면서도 쉬운 일을 찾은 셈입니다. 어수선하지만 조용한 작은 테이블에 종이와 연필 과일만 있으면 언제든지 끄적거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봅니다. 특히 오전시간 가장 좋더라고요. 산새들이 지저귀고 태양이 눈을 떠 너무 강렬하지 않은 빛을 통해 사물의 빛과 어둠 그리고 덩어리를 연필 선으로 표현을 하게 됩니다. 제가 사는 곳은 자연이 아름답게 우거진 남아프리카 더반인데요. 아주 크고 긴 나무들, 숲에서 부는 바람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거위가 지저 기는 소리를 들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요. 나름의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게 되는 이러한 환경과 분위기에 늘 감사에 젖어 살고 있고요. 아침이 기다려지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타지에서의 삶은 걱정과 불안이 늘 함께 하지만 그럴 때면 잠시 생각을 돌려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오게 됩니다.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저의 그런 감정을 돌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랄까요.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됩니다!


뭐라도 좋으니 끄적이는 시작을 해 보셨으면 합니다. 저도 하고 싶은 그림이나 그려야 하는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땐 제일 처음으로 돌아가 끄적이기를 시작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그 시작점이 점차 물꼬를 트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치 노트에 필기를 시작할 때 팬이 잘 나오는지 대충 그려보듯, 그렇게 부담이 없이 시작해 봅니다. 오늘도 새롭게 그렇게 활기차게 종이 펴는 연습을 해 보는 것입니다. 


  

삶은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단순할 수 있는데 너무 생각이 많고 복잡해서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다고 괜히 느껴지는, 사람의 감정 때문에 그런 부담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작점을 가장 최소한으로 쉽게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만약 운동이라면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것에서부터, 독서를 원한다면 책 제목을 골똘히 바라보는데서부터 이지요. 이런 식으로 가장 쉽고 간단하게 시작을 해보면서 점차 횟수를 늘려보다 보면 새로운 습관이 몸에 붙게 됩니다. 긍정적으로요. 삶을 복잡에서 단순하며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 감정이 좀 더 단순해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에 단순함이 자리 잡게 되어 점차 긍정적이고 밝은 사고를 하여 다음일이 좀 더 유익하고 윤활하게 하도록 하게 합니다. 






만약 당장 뭔가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면 끄적거리기를 시작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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