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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JJUNI Feb 19. 2024

EP07) 아니, 그냥 카페나 차려줄까하고

’그냥‘에 실리는 무게에 대하여,


“사장, 카페하면 직장인보다 돈은 많이 버나?”


제가 카페를 인수받은 후, 손님들이 오시면 늘 제게 “여기 사장은 누구요?” 하고 물어보세요.

그러면 저는 당당하게 ‘저요!’하고 대답하죠. 반응은 2가지로 나뉘어요

반응 1. “헉! 정말요? 어린나이에 대단하신데요?! 와- 사장님 돈 많이버시겠네요!”

반응 2. “에휴, 벌써부터 무슨 고생을 하려고 장사를해요….그냥 직장다니지”

그 외에도 다양한 반응들이 있지만, 일단은 이 두가지 반응이 80% 이상이니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반응 1과 같이, [자영업 = 돈을 많이 번다] 라는 생각이 있어요.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죠.

카페에 오시는 손님들 1분당 5천원만 치더라도  4명이면 2만원, 12명이면 6만원 그렇게 차곡 차곡 쌓이니까요.

하지만 장사를 한지 4달차인 지금. 반응 2를 하던 손님들의 말이 백번 천번 이해가 가요.

자영업이라는건 내 시간과 정신력 모두를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내 기분을 가게로 가져와서도 내 공간이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과도 같죠.

트렌드에 맞춰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바꿔나가야 한다는 중압감과 함께, 주변 가게들의 상황을 살피며 손님들이 저 카페가 아닌 ‘내 카페‘를 올 만큼의 매리트도 만들어야하죠.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책임과 ‘사장인 내가‘ 얼만큼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매출. 이 모든 것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반응2 손님들은 그걸 [고생]이라고 표현하셨나봐요.


카페에 오시는 분들 중 아버님들 몇몇 분이 가게를 한번 스윽- 둘러 보시더니 저한테 물어보세요.

“내 딸도 카페를 차려줄까 하는데, 직장다니는거보다 나아요?”

그 분들이 말하는 ‘딸’의 나이는 다양해요. 20대 초반부터 후반 30대 중반 40대 초반까지. 카페를 차릴만한 돈은 있는데, 그 일을 자식이 잘 해낼까를 고민하며 넌지시 물어보시죠.

그러면 저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카페의 A-Z까지 하나도 숨김 없이, 제가 하고 있는 카페에 빗대어서요. (물론 동네 장사라 다른데랑은 좀 다를 수 있다고도 꼭! 말하죠)


그러나 그 중에서, 카페 일을 엄청 ‘만만이 콩떡’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계세요.

“카페 그거 대충 커피 뽑아서 물에 넣으면 되는거 아니야? 내가 카페하는 친구가 있는데 걔는 통장에 달마다 2천씩 찍힌다더라“

“커피 원가가 얼만줄 내가 아는데,그거 4천원 5천원 받으면 떼 돈 버는거지 뭐~”

”아니 그냥 대충 알바쓰고 커피 타면서 있으면 돈 버는거 아니야?“

그런 분들은 늘 카페 일 앞에 [그냥] 혹은 [대충]을 붙이세요. 그러면 저는 말하죠.

“제가 카페를 해보니까 [그냥]은 없더라고요!”


카페에 들어가는 모든 메뉴들은 ‘그냥’ 들어가있는게 아니에요. 그 모든 메뉴 하나마다의 재료가 있고, 레시피가 있죠. 요즘 카페에 가면 ‘수제청’ 메뉴나 ‘크림’이 들어가는 메뉴가 있어요. 그런 메뉴들은 재료수급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메뉴이면서도 손이 더 많이 가기도 해요.(노동력 UP! UP!)

그래요. 물론 ‘아메리카노’의 원가가, 커피에 들어가는 원두의 원가가 저렴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가게를 유지하면서 들어가는 [전기세, 월세, 재료값(원두, 우유, 커피물품, 인권비)]의 모든게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그렇게 원가가 저렴하지도 않죠.

거기다가 요즘 카페들은 모두 베이커리며 브런치며 다양한 종목들을 합쳐서 하고있죠. 하지만, 이런 다양한 메뉴의 이면을 볼 줄 아셔야해요. 장사가 잘 안되는 날이면 남는 베이커리 종류들이 많아지고, 그 물품들은 결국 원가도 못 버는 -로 변해요. 팔지 못하는 물품이 쌓이고 발주하는 양은 그대로이면. 결국 우리는 쌓이는 돈이 아닌 바닥을 보이는 돈을 만나게 됩니다. 장사를 잘 하면 되는거 아니냐고요? 내 옆 집에도 새로운 카페가 들어오고(나보다 인테리어가 예쁜), 내 건너편 집에도 카페가 들어오고(나보다 가격이 저렴한) 또 멀지 않은 곳에 스타벅스(!!!!!!)라도 들어온다면. 우리는 주변에 폐업하는 카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저렴한 원가 내면서 떼 돈 벌면서, 왜 폐업을 할까요?

(물론 그 중에서도 대형 카페이거나,작은 카페라도 떼 돈을 버는 멋진 사장님들이 계십니다. 저도 많이 보고 배우고있어요!)


“사장님, 왜 맨날 혼자 출근하세요? 알바좀 쓰고 쉬엄쉬엄 하세요~“

손님들인 1인 사장인 저를 늘 걱정하며 이런 말씀을 해주세요. 그런 말을 해주실 때 마다, ‘아니에요! 저 하나도 안피곤해요~ 손님 없으면 잠깐씩 쉬어요!’ 하고 대답하지만 사실은 저도 종종 쉬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하지만, 가게 사정상 ‘인권비’라는 항목까지 -a로 나가게 된다면 저는 매일 라면만 먹으면서(그것도 못 먹을수도) 지내야할지도 몰라요.

혼자 일하는 가게는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카페 기본적인 청소 및 정리 / 제고 정리 및 발주 / 수제청, 수제 메뉴 제작 / 카페 물품 고장 시 대처 / 불편한 손님에 대한 대처 / 베이커리, 브런치 제품 제작 및 발주 / 과일 주문 및 관리 / 가스켓, 샤워스크린, 정수필터 관리 / 직원 관리/ 월세, 전기세, 우유값, 원두값, 물품값, 인권비, 포스기비용, 전화 및 인터넷비용, 배달대행비용 정산  등] 물론 이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생겨나고 없어지기도 해요. 여기에 장사가 안되면 혹은 잘된다고 해도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어마무시하답니다.


그래서 직장보다 자영업이 더 낫다는거야 아니라는거야?


흠, 제 성향이며 이것 저것 따져서 저는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해요.

물론 돈은 많이 벌고 싶죠. 하지만, 장사가 잘 안돼도 ’내일은 더 괜찮을거야‘라고 대답하며 넘어가요. 왜?

저도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카페를 시작한건 아니에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라는 회사에서도 일해보고, 경인일보에서 카드뉴스도 제작해보고 KBS에서 인턴으로도(짧게) 있어봤지만 저는 회사 생활과 맞지 않는구나 하는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누구 밑에서 명령을 받으며, 주어지는 일거리를 기다리며 있는 일을 못하겠다고

판단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해내는 것. 새로운 것들을 꾸며내고 만들어내(손님은 이런 절 보고 ‘또 일거리 만들고 계시네’라고 합니다)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꾸는 것.”

이런 성향을 가진 제가 회사에 출근해서 ‘사수님! 제가 뭐 할까요?!’ 하면 ‘어..일단 좀 쉬고계셔보세요’하는 대답을 들으니 당연 적응하지 못할 수 밖에요.

(능력이 부족해서, 할 줄 아는게 없어서는 아니었습니다.(확실해..?) 그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간게 제가 처음이라 부서에서도 체계가 잡히지 않았어요! )


그래도 저는 카페에 대한 로망도 알고 있고, 그 내면의 숨겨진 현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다면 카페 하시는거 매우 추천추천!

손님들과 이야기하는거 좋아하고, 새로운 관계를 쌓는 일을 환영하신다면 더더욱 하시라고 권유하고싶어요.

나만의 공간에서 돈을 벌고,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한다는게 정말 최고의 직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물론 매출이 잘 나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매출이 매우매우 저조하면 돈걱정에 삶이 피폐해지고 웃음도 나오지 않아요…이걸 이겨내고 웃는자가 진정 사장이죠!)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른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가 종종 생겨요.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 다음 이야기는,

“사장님, 다른 카페좀 들러서 참고좀 하세요.”

“여기는 뭐 흑당도 없고, 밀크티도 없고. 사장님, 있는게 뭐예요?”

가슴을 찌르는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저…눈물좀 훔치고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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