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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JJUNI Mar 08. 2024

EP15)사장이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사장일 수는 없는 97년생 사회인입니다.

“사장님은 좋으시겠어요. 그래도 꿈을 이루셨잖아요!“


제가 운영하고 있는 매장은 누군가가 보기에는 엄청 번듯해보이는. 이런 가게를 꾸리고 사는게 누군가에게는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일 수 있어요. 뒤쪽에 딸린 정원도, 어지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손님도 모두 안정된 삶 혹은 완성된 삶이라고 보여지기도 해요. 하지만, 제게 와서 ‘꿈’을 이뤘냐고 묻는다면. 아니요. 저는 28년을 살아오며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4년까지 거쳐 지금의 제가 되었지만 아직 아무런 꿈을 찾지 못했어요. 하고싶은 일도 그렇다고 해야만 하는 일도 찾지 못한 채. 34평 규모의 카페 사장이 되었죠. (갑작스러운가요…?네 저두요!)


그래서 오늘은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를 98년생 남자손님의 이야기부터, 99년생 여자손님의 이야기까지. 저의 이야기와 함께 섞어 풀어나가볼까 합니다.


그 남자애는 몇 년 전 부터 가게에 자주 오기 시작했고, 결국 몇 개월이 지나 ‘단골’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어요.

그렇게 얼굴을 익히고 한 두 마디 나누기 시작한게 예전. 지금은 대학교에 다니는 그 친구는 명절이나 방학에 잠깐씩 카페에 들러 저와 이야기를 한참동안 나누죠.

이 친구가 대학에 들어가고 1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전과를 하고싶다며 이야기를 해왔어요. 지금 하고 있는 전공이 너무 자기와 맞지 않고, 다른 전공을 공부하게 된다면 그와 관련된 직종에서 일을 해 보고 싶고 자신도 어느정도 있다고 말이죠. 그 때 저는, ‘아, 얘도 자기 목표를 찾아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전과에 성공하고 한 학기가 지나자 그 친구는 말했어요. ‘누나, 나는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 무슨 일을 잘 하는지도 모르겠고 하고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겠어.’

이 말에 공감하셨다면, 아마 당신은 저희와 같은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이 친구도 새로운 일에 도전은 했으나, 결국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라는걸 깨달아 다시 미래가 막막해지는거죠.


하고싶은 일은 없고, 돈은 벌어야겠고. 내가 뭘 위해서 공부하고 있는지도, 내가 할 수 있는 직종이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겠는.

분명 배우고는 있지만 어디에 쓸 지식인지도 모르고, 10년 뒤의 아니 당장 1년 뒤의 내 모습조차 상상해 볼 수 없는 그런 상태.

그냥 다 포기하고 돈을 많이 주는 공장직에 들어갈까 생각하다가도 ‘아- 내가 그러려고 이정도의 배움을 하고 있는게 아닌데.’ 하는 정도의 아쉬움.

요즘 이 친구가 오면 이런 저런 이야기로 서로 한숨만 푹- 푹- 내쉬다가 ’우리 돈 많이 벌자…‘ 하며 이야기의 마무리를 하고는 해요.


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저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교에 간 케이스라고 스스로 생각해요. 동생이 대학을 가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언니도 대학을 중퇴한 상태에서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켜드리기 위해서는 내가 ‘대학’ 이라는 공간에 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학과는? 고등학생 때 했던 방송부 일이 재미있어서, 그저 단순하게 언론영상광고학과를 골랐어요.(입학하고서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요)

그렇게 대학을 가고 나니 “나는 이제 뭘 해야하지?” 하는 생각이 들며 허탈해지더라고요.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미래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결국 흐지부지 졸업을 했고 지금은 전혀 전공과는 상관 없는 카페일을 하고있어요.

요즘도 주변에서 저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면 “나는 아직 내가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하며 우울감에 빠져요. 할 줄 아는게 없어서가 아니라, ‘무슨’일을 해야 할 지 모른다는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왜, 길을 따라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그 길 조차 없는데 뭘 바라보며 가야할까요…


99년생 여자 손님이 매일 오셔서 자리에 앉아 문제집 한 권을 푸시다, 1시간쯤 지나서 가게를 나서기를 며칠째.

어느 날은 음료를 건내드리며 ‘공부하시나봐요?’ 하고 여쭤봤어요. 그렇게 시작된 수다는, 결국 진로 얘기와 고민까지 이어져갔죠.

그 여자분은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 분이셨어요. 하지만, 은행원을 준비하다가 그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은걸 알고 고민하다가 포기하셨고 그 후 공부를 새롭게 시작한게 행정직 공무원 시험이었어요. 지난 3~4달간 그 여자분은 정말 열심히 카페에 오셔서 공부도 하시고, 학원도 다니면서 자기 진로를 찾아가는 느낌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허겁지겁 집에서 나온 것 같은 행색으로 카페에 오시더니 머뭇거리며 저에게 말을 건내셨어요.

“사장님…저 포기하려고요…지금 공부 포기한다고 집에서 말했는데 쫓겨났어요…”. 말을 듣는 순간 그 분도 나름대로의 스트레스와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여자분은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찾더니 곧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말했어요.


“여보세요? 네 사장님 아르바이트 구하신다고해서요. 네네. 네 저 주방이요. 설거지도 많이 해봐서 잘해요.”

이상한 마음이 들었어요. 아, 부모님이 말리신 이유가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말이죠. 사실상 이 여자손님은 ‘포기’하신것과 마찬가지였어요. 아직 도전해보지 않고 ‘안될거야’ 하는 추측 하나만으로 말이죠. 제 3자인 저는 개인적으로 안타까웠어요.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어 보이면서, 시험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만감이 교차했죠.


오늘 가게에 단골 손님이 오셔서 저와 대화를 나누다가 제가 말했어요.

“저는 지금까지 제일 아까운게 대학 등록금이에요. 대학 나와서 지금 하고있는게 카페인데, 등록금 내 준 부모님한테 너무 죄송해요…“

그러자 손님은 아니라며 손사레 치시더니 말씀하셨어요. ’아까운건 사실이지만, 대학을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큰 경험이에요. 사장님이 지금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가게를 이렇게까지 운영할 수 있는걸 수도 있어요.‘ 감사한 말이죠. 저는 아까워하고 이런 제 자신이 싫어서 넌지시 꺼낸 말을 그저 대단하다며 좋은 경험이라고 감싸주시는게 너무 마음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세상에 쓸모 없는 일은 없어요. 99년생 여자 손님이 은행직 공무원 공부를 했다가 포기한것도, 행정직 공무원 공부를 포기한것도 모두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어요. 98년생 남자애가 늦은 나이에 재수를 하면서까지 대학을 나오는 것도 하나의 큰 경험이 될 수 있고요.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해 본 일 보다 해보지 못 한 일들이 더 많을거니까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는 꿈을 찾지 못했어요. 가게 계약이 끝나는 2년 뒤에는 무슨 일을 해야할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직 찾지 못 한 상태로 남아있죠.

하지만,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사랑해요. 자유시간도 별로 없고, 친구 남자친구 가족도 잘 못 만나지만. 그래도 손님들을 만나는게 즐겁고 이 공간이 마냥 사랑스럽죠.


그래도 저는, 이 카페 사장은 계속해서 목표를 찾아 나갈겁니다. 나중에 손님들이 ‘사장님, 계약 끝나면 뭐 하실건가요?’ 하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기를 말이죠!

(물론 계속 카페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켜봐주세요 호홍)

하고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 김사장입니다 :)


+다음 이야기는,

저를 싫어하는 손님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쿵쾅거리지좀 마요” 혹은 ”저거 다 고친거야. 쌍커풀이며 뭐며 다 했네“ 등과 같은 이야기요…눈물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금요일이네요. 아침에 손님이 없어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며 월요일에 올릴 글을 적어내려갔어요.

서비스업 직종에 일하시는 모든 분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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