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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만영 Sep 30. 2021

모자란 나를 탓하지 말자

3년 전에 써둔 일기를 봐버렸다

확인할 부분이 있어 아주 오랜만에 책장에 꽂혀 있던 일기장을 꺼냈다. 확인을 하고나서 다시 일기장을 닫으려고 하는데 딱 한장이 약간 뜯어진 채 옆으로 살짝 삐져나와 있었다. 내가 또 이런 꼴은 그냥 못 지나가지. 빼서 버릴 생각으로 해당 페이지를 뜯었다.


손에 들린 페이지에는 한면 가득 적힌 일기가 보였다. 날짜를 보니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썼던 일기였다. 다 읽고나서 기분이 묘해졌다. 일기 속 내가 예언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순간 내 속마음을 과거의 나에게 들킨 느낌이 들었다. 참 신기하게도 3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3년이 지난 지금의 나도 같은 부분을 느끼고 깨달았다.

    


2018년 11월 24일 일요일 아침, 서울 식물원에서


3년만에 이 일기장에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려고 이 다이어리를 가져온 건 아닌데.

낙서하려고 가져왔다가 그 동안 썼던 일기를 보게 되었다.

사실 여기에 쓴 일기를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필리핀 출장이라는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에 쓴거라

다시 그때의 기억을, 이미지를 꺼내고 싶지 않아서.. 두려웠다.

그런데 막상 읽고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우울한 내용만은 아니었다.

끝도 없이 절망만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울적한 시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때의 내가 훨씬 강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절로 반성하게 된다. 맘이 숙연해졌다.

일기를 써두면 좋은 점을 깨달았다.

일기를 통해 예전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솔직한 나를.

이 글도 미래의 내가 언젠가 또 읽게되면 기분이 묘해질 것 같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현재의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의 시간을 만들었으니

미래의 나는 행복한 삶을 찾길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걱정을 안고 살지만

그래도 조금 더 행복해지자.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껴보자.

당연한 것들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지면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

모자란 나를 탓하지 말자.



'현재의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의 시간을 만들었으니 미래의 나는 행복한 삶을 찾길 바란다.'라는 대목에서 괜시리 울컥했다. 뭔가 고맙고 미안한 감정들이 올라와ㅠ. 마지막에 '모자란 나를 탓하지 말자'에서 한번 더 울컥해버림ㅠㅠㅠ. 하마트면 울뻔했다. 위험했어(휴~). 새벽 시간은 사람을 너무 센치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 여튼 고맙다. 과거의 나에게 위로 받는 순간이 올줄이야. 정말 소중한 기록이다(결론 : 앞으로도 일기를 열심히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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