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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만영 Jul 28. 2021

나를 바꾸는게 어렵다면 차라리 나를 유혹해보자

지민이처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

지인 중에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취준생은 아니다. 이미 한 분야에 전문가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나이로만 구분한다면 청년층에 속할 수 있는 30대 중반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용기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일을 해볼까 고민하는 것일까?


그는 9년이라는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력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며 한탄했다. 이어 역량을 높이려면 그만큼 성실하게 공부를 해야하는데 책상 앞에 앉아있는게 너무 곤욕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실력을 끌어올리기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이런 자신에게 실망스럽고..하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올해 말까지만 이 일을 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다른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3년 전에 8년 동안 몸담았던 첫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퇴사를 결심했던걸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이 일을 평생하고 싶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 일을 하고 있을 나의 십년 후 미래가 전혀 기대되지도 궁금하지도 않을 만큼 일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없었다.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말이다. 


더이상 일에 대한 흥미가 없어진 거냐

일에 대한 역량, 실력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한 자기 확신, 동기부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일에 대한 흥미가 없어진 거냐 라고 물어본 질문에 그는 그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자신의 실력이 정체되어 있고 그것을 키울만큼 열정이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정확히는 올해 말까지로 정한 데드라인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노선을 변경하더라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없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좋은 말이긴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너무나 뻔한 말이었다.


그 역시 그 말에는 동의했지만 마음에 큰 동요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최선을 다하란 말이야. 나는 그것에 대한 좀 덜 뻔한 말을 찾고 있었는데 그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거 싫어하고 집에 있는 것을 매우 답답해 했던 지인은 결과적으로 제대로 성실하게 공부를 해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제와 앉아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자니 얼마나 괴롭겠는가.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위해서는 어릴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내적 저항을 이겨내야한다. 


이미 형성된 습관을 역이용해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차라리 이미 형성된 습관을 역이용해보면 어떨까? 먼저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구체적으로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하는게 좋을 것이다. 지인처럼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나누는 것을 좋아한다면 가능하면 이를 이용해 원하는 역량을 쌓는 것이다. 어디 경치 좋은 곳에 차를 세워두고 공부를 할 수도 있겠다. 또는 관련 전문가를 알고 있다면 함께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글로 정리하는 것보다 말로 정리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면 억지로 쓰면서 스트레스 받지말고 학습한 내용을 누군가에게 발표하듯이 스피치와 녹음을 통해 학습내용을 내재화해보면 어떨까?


다들 많이 경험해봐서 알겠지만 이미 형성된 습관을 바꾸긴 쉽지 않다. 굉장히 많은 리소스가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를 바꾸는게 어렵다면 차라리 나를 유혹해보자. 지금껏 살면서 굳어진 습관, 성향, 기호 등을 충분히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환경을 만들어 원하는 바를 달성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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