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무쓸모

"수학이 싫다"는 말이 시작되는 순간

by 활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수학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다. 가장 싫어하는 과목을 묻는 질문 앞에서 수학을 떠올리는 일은 특별하지 않다. 그 대답에는 분노나 거부감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감정이 스며 있다. 수학은 미워할 대상이라기보다, 어느 순간부터 기대하지 않게 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수학을 떠올릴 때 개념이나 공식을 먼저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특정한 공기과 긴장, 그리고 익숙한 불편함을 먼저 떠올린다.


그 기억은 대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칠판을 가득 채운 식들이 빠르게 적히고 지워지는 동안, 시선은 어느 순간 멈춘다. 설명은 계속되지만, 무엇을 놓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질문을 하려다 타이밍을 놓치고, 다시 손을 들기에는 이미 수업이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감각만 남는다. 수학은 이해하지 못한 하나의 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으로 넘어가야 했던 경험으로 누적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명확한 순간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는 말은 자주 반복된다. 싫어졌다는 자각보다 먼저, 뒤쳐졌다는 감각이 서서히 쌓이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그 상태가 계속된다는 경험이 사람을 자치게 만든다. 수학은 한 번 놓치면 다시 붇잡기 어려운 무엇이라는 인식이 이때 굳어진다.


그렇게 수학은 점점 생각하는 학문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과목으로 변한다. 이해하려는 시도보다, 시험을 넘기기 위한 전략이 앞선다. 무엇을 왜 배우는지는 흐려지고, 얼마나 맞혔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수학 시간은 사고를 확장하는 시간이 아니라, 평가에 대비하는 시간이 된다. 이 과정에서 질문은 조심스러운 것이 되고, 모른다는 말은 가능한 한 드러내지 말아야 할 신호가 된다.


결국 사람들은 수학을 싫어하게 된 것이 아니라, 수학 앞에서 더 이상 생각해도 소용없다고 느끼게 된다. 이해에 이르기 전에 포기가 먼저 작동하는 구조 속에서, 수학은 사유의 언어가 아니라 부담의 기억으로 남는다. 이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수학을 떠올릴 때마다 먼저 따라붙는 거리감과 긴장감은, 오래전에 형성된 감정의 잔재다. "수학은 원래 나와 맞지 않는다"는 말은 그렇게 아주 오래된 경험 위에 덧씌워진 하나의 결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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