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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라 Jan 08. 2024

방학이 돌아왔다.

이상해. 분명히 (아까 같은 어제) 설거지를 다 했는데 왜 다시 산처럼 쌓여있는 거지? 고작 점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 방학 중 삼시세끼 단상



  양육자들은 방학을 싫어한다. 아이들은 방학을 좋아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쉼이지만 양육자들에게는 노동의 증가다. 맞벌이 가정은 더욱 빡빡한 학원 뺑뺑이 스케줄을 짜야만 돌봄이 해결된다. 맞벌이가 아닌 가정은 꾹 참고 인내를 하며 돌밥돌밥(돌아서면 밥)을 하는 시기다. 아침부터 삼시 세 끼를 걱정한다. 점심에는 뭘 먹지, 저녁에는 뭘 먹지? 외식하고 싶다. 아니야, 요새 물가가 너무 올라서 외식하면 십만 원은 기본이야. 배달할까? 아니야,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음식도 별로야. 아휴, 그러면 다시 집밥으로? 그래, 요새 너무 돈을 많이 썼다. 끙, 점심은 대충 밀가루를 먹이고 싶은데 왜 독감은 걸린 거야, 영양식을 줘야 할 것 같잖아. 영양식을 뭘 먹이지? 어제 힘내서 닭죽을 해서 그런지 나에겐 힘이 남아 있지를 않은데... 아유, 모르겠다. 청국장이나 끓여야지. 멸치 육수를 내고...


  이러쿵저러쿵 혼자만의 머릿속 갈팡질팡 토의를 끝내고 힘없이 냉장고 야채칸을 연다. 무 조금, 배추 조금, 양파 조금, 대파 조금 남은 것을 썰어본다. 애라도 잘 먹으면 다행인데 독감이 정말 센지 한 입도 먹지 않네. 반찬은 또 왜 이렇게 많이 꺼낸 거야. 이렇게 한 끼니씩 지나가다 보면 설거지산은 금방 생긴다. 설거지를 해야 다음 끼니 먹을 그릇과 수저가 나오니 계속 미룰 수도 없다.


  감사함을 찾아보자. 독감에 걸렸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다. 타미플루를 먹었지만 아직 부작용이 없으니 다행이다. 방학 때 같이 시간을 보내며 돌봄을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침에 소아과 똑딱 예약에 광클을 성공해서 다행이다. 나는 아직 독감에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역시 감사한 것들 투성이다. 살아있음에, 같이 있음에 감사하다. 그래도 힘이 없는 건 매한가지. 나, 울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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