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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Oct 08. 2022

단순한 마음_몸이 아픈 날의

인생 리모델링, 될까? 14

아이의 감기가 내게도 옮아 붙고야 말았다

아이나 내가 입원한 것도 아니니 괜찮다며

격리 선고가 떨어지는 질병은 아니니 괜찮다며

다만 피로에 절어 일상을 살아냈다


몸이 아픈 날은

몸이 나아야겠다는 단 하나의 명료한 목적만이 자리한다

그 단순함이 홀가분하고 가볍다


집을 치우지 않고 보낸 하루에 대해

틈이 날 때마다 그저 늘어지고 뒹굴기만 한 하루에 대해

합법적인 면죄부가 주어지니

엉망이 된 살림의 피로는 크지만

마음의 피로는 덜하다


3일 밤을 열과 기침으로 힘겹게 보낸 아이는

오전 내 흠뻑 잠에 취한 뒤에야

열이 내리고 조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깨워 약을 먹이고 밥을 먹이고 싶던 마음을 누른 채

네게 잠이 더 필요한가 보다 싶어 그저 푹 재웠더니

아이는 회복의 기미를 보인다

내 생각의 틀에서 한 걸음 물러서 보는 것도

괜찮구나



아이가 열이 오르고 등원이 정지된 순간부터 후룩 3일의 시간이 흘렀다

지쳐 나자빠졌다가 다시 일어나 급한 대로 첫째 아이를 챙기고

급한 대로 밥을 해 먹이고 급한 대로 빨래를 돌려대며 살았다

내 시간을 챙기지 못한 갈증에

고요와 자유에 목이 말라

새벽 3시부터 성치 않은 몸을 일으켜 책상에 앉아 해갈하기도 했다


그리고 알게 된다 이렇게 이 시간이 '자알' 지나갔음을

아이의 회복을 재촉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회복되었고

나는 이 시간을 톺아보며 실패가 아닌 자알 보낸 시간이라 하고 있다

이만큼 너그러워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 다시 살림을 매만질 수 있는 에너지가

오늘은 조금 솟아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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