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딱 필요한 순간에 없는 것이 있다. 별로 귀한 것도 아닌데 없으면 많이 불편한 것, 나에게는 그것 중 하나가 모기향이었다.
여름이 되니 마당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는데, 더불어 모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나 해가 지기 시작하면 몰려오는데,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도 물리치기 쉽지가 않았다.
모기가 싫어한다는 여러 가지 에센셜 오일이나 모기 기피 제품을 사용해봤지만, 어느 것도 그다지 신통하지 않았다. 기피 제품은 오히려 피부에 자극만 될 뿐이었다.
나의 이런 사정을 들은 딸아이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여러 가지 물건을 보내오면서, 그 안에 모기가 싫어하는 초음파 팔찌를 보내오기까지 하였다. 모기는 암놈이 무는데, 숫모기의 소리를 내서 기피하게 한다는 이론이었다.
마당에서 일할 때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저녁식사를 데크에서 할라치면 어디선가 모기떼가 몰려들었다. 모기들이 음식 냄새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수십 마리가 몰려들면, 식사를 하다 말고 부랴부랴 챙겨서 안으로 도망쳐야 하는 일이 생기곤 했다.
이럴 때는 한국식 모기향이 있으면 딱 좋겠는데, 올해는 구입하기가 너무 힘든 것이다. 보통 달러 스토어에 있다는데 그곳에도 없었고, 작년에 구매했던 한인마트에도 없었다.
나름 친환경적으로 쑥 말린 줄기를 태워보기도 하고, 귤껍질을 말려서 태워보기도 했는데, 향은 좋았으나 그리 오래 타지 않았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에서 지인의 글에 덧글로 어느 분이 팁을 알려주셨다!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심 봤 다!"를 외쳤다. 우리 집에 바로 그 물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달걀판이었다. 달걀판을 켜면 모깃불을 대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덧글로 간단하게 한 줄 달려있었던 것이다.
달걀판? 물론 플라스틱 달걀판은 아닐 것이다. 압축 종이로 된 달걀판을 말하는 것이었다. 마침 우리 집에는 달걀판이 많이 있었다. 나는 얼른 온실로 내려가서 그곳에서 굴러다니는 달걀판을 하나 들고 올라왔다. 달걀 껍데기로 미니 화분을 만들 때, 그 밑에 달걀판을 깔면 여러 개를 동시에 들고 다니기 편리하기 때문에 애용하던 물건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모종을 만드는 시기가 아니어서 그냥 온실에 방치된 상태였다.
얼른 한 조각을 뜯어서 불을 댕기니 정말 모기향처럼 천천히 타 올랐다. 종이의 압축이니 향도 나쁘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한꺼번에 휘리릭 타버리지 않아서 아주 만만했다. 재도 얌전하고 곱게 내려앉아서 그대로 화단에 버리면 비료가 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모기향을 구하기 쉬울 테니 이런 팁이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바닷가에 하루 놀러 가거나 할 때, 전자모기향 말고 일반 모기향을 굳이 한 통 구매하기 그렇다면, 집에 있는 달걀판을 들고 가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새로이 매거진을 하나 추가하였습니다. 살면서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팁들을 모아볼까 합니다. 작은 팁들이 모이면 태산처럼 쌓여서 삶을 좀 더 편리하게 해 주면 좋겠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