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언제나 희소식인 것은 아니다
어제 문득 그녀가 생각났다. 내가 영어 수업하는 온라인 카페에서 열성적이던 그녀. 실제로는 만난 적이 없지만 항상 사려 깊고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던 이였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그녀 덕분이었다. 어느 날 조심스럽게, "저 브런치 하는데, 선생님도 해보세요."라고 알려주어서 발을 들였고, 내가 처음으로 구독한 작가가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이후로 글을 거의 올리지 않았고, 지금 찾아보니, 구독 중이었음에도 놓쳐버렸던 하나의 새 글이 보었다.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질문도 열심히 하고, 그러면서 간간이 일상도 나누며 게시판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던 그녀의 글이 언젠가부터 뜸해졌다. 안부를 물었더니 암이 재발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정보를 물었다. 내가 한때 자연치료 건강상담도 했었고, 사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도 건강카페였으니까. 내가 만났던 그녀는 암수술을 끝냈고, 완치되었다고 하며 건강식을 챙기고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영어공부도 시작했으리라.
재발 소식을 알릴 때만 해도 참 씩씩했는데... 중간에 몇 번 더 인사를 나누고, 항암 정보도 주고, 주변에 극복한 이들과도 연결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잠시 다시 공부한다고 수업 신청하기도 했었는데, 끝까지 마치지는 못했다.
나는 그녀가 항암과 휴식으로 바쁠 것이라 생각해서 되도록이면 성가시게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다지 가까운 친구도 아닌 내가 그녀의 소중한 시간들에 끼어들지 않으려 했고, 혹여라도 간섭하여 힘들게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이게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을까! 그래도 간혹 안부라도 묻고 싶었는데, 한국과 시간대를 못 맞추면서 또 그렇게 훌쩍 시간이 흘러갔다.
그런데 어제는 꼭 그녀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카톡을 보냈다. 프로필 사진에는 그녀와 딸의 웃는 모습이 있었기에, 바로 답이 오지 않아도 잘 지내고 있나 보다고 생각하였다. 쓰던 글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어제는 안 자고 새벽까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컴퓨터 화면에서 카톡이 울리며 팝업이 떴다. 반가운 마음에 눈길을 돌리는 순간, 그 짧은 미리보기 안에서 "아내는"이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녀가 떠난 지 딱 두 달이 되는 날이었다. 남편은 그녀의 핸드폰을 정지시키지 못하고 가지고 있구나. 내 이름을 알아보고 그녀의 영면을 알리는 그 남편의 마음이 내 가슴속을 뒤흔들었다. 머릿속은 정지되었다. 그러고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명복을 빌며 힘 내시라는 답장을 서둘러 써서 보냈다. 더 있다가는 아무 말도 적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일어나서 그녀의 글들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다. 나랑 브런치 활동한 기간이 맞지 않아서 그냥 미뤄뒀던 글들을 읽으며, 나는 이제야 미련하게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구나. 덧글을 남기고, 톡을 보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나는 손가락을 움켜쥐고는 덧글을 참았다.
오늘은 다시 밴쿠버의 전형적인 날씨로 돌아서 비가 찬찬히 오고 있다. 창밖을 내다보다가 수화기를 들었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캐나다인 친구. 친구라 하기엔 아흔이 넘은 그분께 전화를 걸었다. 분명히 집에 계실 거 같은데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둘러서 안부를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무소식이 과연 희소식일까? 그럴 때도 많다. 딸이 소식이 없다면 바쁘게 잘 지내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가 깔깔거리며, "내가 요새는 아프지 않고 지내고 있단다! 신기하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소식이 없어도 잘 지내주기만 하면 정말 고맙다. 그런데 꼭 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는 게 바쁘고 정신없어도 주변의 소식 없는 이들이게 종종 안부를 전하며 살아야겠다. 이렇게 후회하는 마음이 들지 않게 말이다.
오늘의 빗소리는 참으로 처연하구나...
* 사진은, 책을 잃어버린 줄 알았다가 찾았다며 그녀가 올린 글에서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