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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담 Oct 18. 2020

대전 휴먼라이브러리의 공연화 대표를 만나다 vol.2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9월 말, 우리는 핫한 페미니스트 유튜버를 만났다. 가을의 초입에 만난 그는 멋스러운 정장을 차려입은 채 시종일관 엄청난 입담을 뽐냈다. 화려한 말솜씨로 단숨에 여담 멤버들을 홀려버린 대전 휴먼 라이브러리의 공연화 대표를 만나보자.            




Q. 프로유튜버 셜리님, 혹시 구독자 수를 의식하시나요?

A. 아휴, 많이 의식하죠. 매번 들어가 봐요, 자주 들어가 봐요. 의식을 하면 안 되는데, 의식이 되고. 아무래도 더 크고 싶은데 유튜버만 직업이 아니다 보니까요. 예를 들어서 나인투식스로 일하는 직장이 있고, 직장 다녀와서 온전히 유튜브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더 빨리 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인터뷰도 하고, 방송도 나가고, 보슈 일, 대전 휴먼라이브러리 일도 하고 하니까 유튜브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다음 주에 좀 쉬니까, 수트 산 브이로그를 만들어 올릴 예정이고. 추석이니까, 제가 또 히트 친 영상이 그거 아니겠습니까? 추석에 남자들만 일하는 브이로그. 저희 집 남자들한테 오늘 아침에도 전화했거든요. “노예남들 준비하고 있어라.”. 속 시원한 영상 만들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Q. 영상은 직접 본인이 편집하시는 것인가요?

A. 죽을 것 같아요. 이게 남에게 시키자니 너무 비싸잖아요, 사실. 편집하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도 알고. 그러니까 제가 촬영하고, 나오고, 편집하고 그러죠. 좀 힘들어요.     



Q. 새로운 콘텐츠 생각하고 계신 거 있으신가요?

A. 저희 구독자 얄리님들이 많이 요청해주신 건데, 제 목소리가 좋다고 하시면서 책을 읽어주는 콘텐츠를 말씀을 해주셨어요. 최근에 제가 책을 많이 읽게 돼서요. 그 책들 중에서 좋은 부분, 예를 들어서 아까 말씀드린 <여자는 인질이다> 같은 책에서 와 닿았던 그런 부분들을 뽑아서 읽고 올리면 또 다른 분들께 이 책을 소개하고 읽게 만드는 그런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생각 중입니다.     



Q. 지금 트렁크 의류사업을 하고 계신데, 그 사업을 통해 셜리님이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아, 역시 내가 사업가적 기질이 있구나. 요즘 막 여성용 사각 속옷 시장이 요즘 막 붐이 일고 있어요. 그래서 핑크 텍스 논란도 많이 일어나고 있고. 제가 만든 것도 비싸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싸진 않죠. 한 장에 16,500원이면. 근데 제가 만든 프로젝트는 가격이나 그런 데서 의미를 찾는 게 아니라, 일단 품질은 보증! 품질은 제 얼굴, 이름 걸고 하는 거라서 당연히 보증되는데, ‘어차피 그 품질에 남자 들 거 더 싼 거 많지 않냐.’ 싼 거를 사실 수도 있어요. 근데 여성들이 쓰는 물건을 만드는데 이익을 남자가 가져가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원단 가게를, 대전역 근처에 있는 원단 시장에 가서 여성 사장님인 데로 갔어요. 원단 가게에서 카드를 한 번 긁으면 150만 원 이상 이렇게 긁거든요. 그만큼씩 구매를 하고, 또 공인비라는 게 있습니다. 제가 천을 떼다 드리면 제가 원하는 디자인대로 만들어주시는 분들. 그 공인비를 경력단절 여성분들이 모여서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에 맡겨요. 그러면 거기 계시는 분들이 월급을 받을 수 있고, 한 분이라도 더 채용될 수 있고, 사장님도 여자분이시고. 그러니까 만들고, 판매하고, 입고하는 사람이 모두 여자인 거예요. 그런 거에 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만 장씩 찍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래도 소량으로 3, 400장씩 하다 보니까 가격이 낮춰지기는 어렵고. 그런데도 이런 의의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사주셔서 3차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요즘 저 되게 씁쓸한 게, 제가 트렁크를 판매했다 보니까 제가 보는 구글 광고에 계속 여성용드로즈나 트렁크가 떠요. 근데 뱃살 라인 보정, 힙업, 이런 거 떠요. 그런 걸 의도하고 만든 게 아닌데. 어디서나 편하게 입자 이러면서 모델이 밑에는 트렁크, 위에는 막 오프숄더를 입고 있어. 그걸 만드는 분들은 실제로 여성의 몸을 고려하고 만든 게 맞을까? 트렁크가 여성의 몸에 편하다는 어떤 트렌드가 생기니까 좇으려고 하는데, 사이즈도 이렇게 만들잖아요, S, M, L. 누구한테 중간이고 누구한테 라지입니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고, 90, 95, 100. 그 허리둘레에 맞게 만들거든요. 그 정도 철학이 없는 분들이 대규모 자본을 가지고 엄청 많이 파는 걸 보면서 약간 안타깝고 씁쓸하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이렇게도 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는 데에 저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트렁크를 제작하실 때 어떤 부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작을 하시나요?

A. 트렁크 제작할 때는 아무래도 ‘제일 편해야 된다.’, ‘보는 것보다도 제일 편해야 된다.’여서 제가 만든 트렁크를 보면 앞쪽에는 봉제선이 있는데 뒤쪽에는 봉제선이 없어요. 기저귀 같이. 한 판으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밑위길이가 짧으면 속옷은 일단 좀 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밑위길이를 하이웨스트 청바지처럼 제일 길게, 한 26, 7cm 정도 되게 길게 만들었고요. 뒤쪽에는 아예 안 끼게 원천봉쇄를 했어요. 시중에는 그런 게 없죠. 뒤판이 없는 그런 건 아마 없을 거예요. 있어도 제가 처음으로 만들었을 거고요. 제가 2018년에 만들었으니까. 그런 식으로 편안함을 제일 강조했죠.      


Q. [보정속옷 풀세트 일주일 착용 VS 아이돌 풀메이크업 일주일] 중 어떤 것을 택하실 건가요?

A. 첫 번째는 너무 답답할 거 같고요. 6.25 전쟁이 다시 터지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거 같고. 두 번째는 제가 수치스러울 거 같은데, 페미니스트 셜리가 한다면? 어차피 둘 다 티가 날 텐데...그러면 2번을 하겠습니다. 대신 완전 분장 수준으로 해서 페미니스트 셜리가 아닌 것처럼. 다른 사람인 척을 하고 다니겠습니다.      



Q. [페미니스트 일억 명 추가 VS 일억 원 받기] 중 어떤 것을 택하실 건가요?

A. 잘 만들었는데? 잠깐. 세상이라는 건 지구에 일억 명이죠? 한반도에 일억 명 추가 이런 건 아니죠? 어... 페미니스트 일억 명 더. 일억 명의 페미니스트들이 생기면은 일억을 벌 기회가 아마 더 많아질 거예요. 그래서 일억 명의 페미니스트를 골랐습니다.                                              



Q. 평소에 여성총파일에 따로 하시는 게 있나요?

A. 요즘 좀 여성총파 운동이 시들해졌잖아요? 그 계정(여성총파 계정)이 좀 멈추면서. 그렇긴 한데 여성 총파일에 일단 3만 8천 원씩 적금 넣는 거 하고요. 보통 집에서 안 나가려고 해요. 나가면 다 돈이니까. 집에서 파스타 만들어 먹고. 그리고 제가 넷플릭스 좋아하거든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본다던지 그런 식으로 생활합니다. 보통 일요일이니까 아무래도 하루쯤 쉬어가는. 아, 요즘 못 쉬네, 일요일에. 보슈에서 저희가 연극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연기자 분들이 전국에서 오시다보니까, 연기 연습 날짜를 일요일로 잡아놨어요. 그래서 일요일 없이 살고 있습니다. 


  

Q. 롤모델이나 멘토가 있으신가요?

A. 일단 롤모델은 없어요. 저 자신이 온전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좇아서 간다, 그런 거는 없고요. 멘토는 있습니다. 서한나 작가님. 서한나 작가랑 같이 일을 하고 같이 취미생활을 하면서 정말 제 안의 어떤 저의 자아를 정말 찾았다고 제가 표현을 했거든요. 제가 작년 4월부터 규방글방이라는 서한나 작가가 운영하는 글방에 나가서 지금 1년 반째 다니고 있는데, 제가 처음 글방에 들어갔을 때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었어요. 정말 일이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대신 월급이 꼬박꼬박 나옵니다. 설, 추석에 상여금 나오고, 올리브유도 주고, 휴가 진짜 당일날 써도 되고, 그런 거는 좋았어요. 근데 일을 하고 있으면 “으아악!”하고 소리를 지르고 나가고 싶을 때가 정말 많은 거예요. 적성에 안 맞는 일을 하고 있던 와중에 글방에 다니기 시작한 게, ‘아, 내가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는데 왜 글쓰기를 잊고 살았을까?’ 하는 마음에 글 쓰러 나갔는데 이제 대전에 페미니스트 수장 아니겠습니까? 서한나 작가가. 그러니까 그런 분과, 그런 분이 모은 사람들과 같이 글을 쓰니까 글에 거슬릴 게 하나도 없어요. 갑자기 뭐, ‘나는 외아들 때문에 내 인생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가끔 페미니즘에 대한 글도 쓰고. 페미니즘 자체를 주제로 해서 쓰진 않아요. 근데 글 자체가 페미니즘인 거죠. 또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런 활동을 하고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니까 공단을 다니면서 버는 돈이 나한테는 의미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다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두고 나왔고요. 나와서 활동가의 길을 걷게 됐죠!

지금 일단 걷고 있는데, 서한나 작가 같은 경우에는 이런 페미니즘에 관한 활동을 한 지 한 4년 정도가 됐어요.그래서 제가 어떤 활동을 하다가 삐끗하는, 아니면 잘 모르겠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그거에 관해서 이야기, 조언을 많이 해주고요. 페미니즘에 대해서 모른다기보다는, 예를 들면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오늘 오전에 녹음한 팟캐스트가 국무조정실 청년 정책추진단에서 하는 팟캐스튼데, 돈을 안 주고 녹음을 하자고 하는 거예요, 30분인데. 제가 KBS 나가는 사람인데. 근데 처음엔 ‘아, 뭐 잠깐이고, 기프티콘이라도 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서한나 작가가 “그렇게 하지 마라. 일단 너의 노동력을 그렇게 평가받는 것도 안 좋은 거지만, 네가 그렇게 무료로 해주면 다음에 올 사람도 무료로 노동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다시 전화해서 얘기했죠. “돈 주세요.” 이렇게 하니까, 그쪽에서는 “예산이 없습니다, 공연화 님.” 이래서 “없으면 안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했더니 “일단 알겠습니다.” 하고 끊고, 저뿐만 아니라 이전에 녹음하셨던 분들도 다 2만 원씩 받게 됐어요. 이런 변화를 만드는 데에 지침을 주는 게 서한나 작가님이고, 또 저를 여러 군데서 활동할 수 있도록 대전시의 많은 분께 소개를 해주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서한나 님이 저의 멘토입니다. 친구이자 멘토.      



Q. 10년 후의 공연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A. 10년 후에는 TV에 굉장히 많이 나오는 논객과 칼럼니스트를 겸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옛날부터 TV에 나가고 싶었어, 그렇게. 페미니즘을 알기 전부터 그렇게 TV에 나가고 싶었어요. 이제 장르도 어느 정도 정해졌고, 요즘은 또 페미니즘에 대해서 말하는 분들도 많이 나오는 추세고. TV에 나오는 거는 그만큼 검증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제가 그만큼 공부도 많이 해야 되고 남들한테 납득할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여담:첫 시작이 지금인거죠?] 지금요? 지금 완전 라이징이죠. 

[여담:싸인이라도 미리...] 그러고 10년 뒤에 팔아.     



Q. 옷이 너무 멋있어요. 어디서 사셨고, 얼마인지 궁금해요.

A. 여러분들 저도 스물아홉에 샀지만, 이십 대가 가기 전에 정장 마련하십시오. 여성들은 그렇게 비싼 옷을 입을 일이 없죠, 사실. 없는데, 남자들은 면접 때도 입고, 경조사 때도 입고 그런 식으로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옷을 하나씩 선물 받잖아요. 물론 뭐 환경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근데 알고 보니 70만 원이었더라, 엄마? 근데 제 동생이 얘기하기를, 제 동생은 싼 걸 산 편이었다는 거예요. 친구들은 백만 원짜리를 거의 다 샀더라. 진짜 몰랐죠? 저도 몰랐어요. 그만큼 저희가 모르게 남자들은 이런 혜택도, 사실 작지 않은 혜택을 받고 살아간단 말이에요. 드라마 <미생>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장그래도 집이 그렇게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닌데 82만 원짜리 양복을 엄마가 사주시잖아요. 그런 식으로 그런 선물을 하나씩 받아요. 그것만 해도 너무 대단한데, 이 옷을 입으면 일단 허리가 꼿꼿하게 펴지고 약간 자신감이 생기는 그런 건 있죠. 살 때는 좀 고민을 했어요. 왜냐면 비싸니까. 그래서 친구들한테 얘기했더니 친구들이 제가 이런 활동을 하는 걸 아니까 “너 인터뷰도 나가고 방송도 나가고 하니까 그럼 방송 나갈 때 입고 해라.” 이래서 샀는데. 일단 산 곳은 갤러리아 백화점에 있는 남성 의류매장에서 샀고요, 위아래로 재킷이랑 바지가 40만 원 정도고, 그다음에 타이를 충동구매 했어요. 타이가 이게 6만 9천 원인데, 국내 브랜드는 말 잘하면 가격 좀 빼줍니다. 진짜 꿀팁. “마음에 드는데 딴 데 좀 보고 올게요~” 이렇게 하고, 딴 데 갔다가 와. 그래도 망설여. “아, 그래도 좀 비싼데...” 이렇게 얘기를 하면 조금 빼줘요. 갤러리아 백화점의 경우 주말 세일을 합니다. 20% 할인을 받고, 그 자리에서 무슨 개인정보를 주고 회원가입을 하면 10%를 할인해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당장 했죠. 제 개인정보는 이미 중국에서 떠돌아다니고 있을 텐데. 타이는 “이게 6만 9천 원이에요?” 이렇게 질색을 했더니 “아, 사시고 싶으시면 9천 원 빼 드릴게요.” 해서 6만 원으로 할인을 받았고, 다해서 34만 원에 샀습니다. 근데 정장을 사보고 입어보는 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비싼 옷을 살 기회가 없는데, 가성비가 좋아요. 굉장히 오랫동안 입을 수 있고, 빨래도 많이 안 해도 된대요. 그러니까 비싼 옷이긴 하지만 본전을 뽑을 수 있는 옷이죠. 오래 입을 수 있고 또, 일 년에 자주 입는 옷은 아니니까. 그래서 여성분들이 많이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접받아요. 무시 안 해요. 비싼 옷을 사러 왔으니까. 그런 대접 받는 경험도 해보셨으면 좋겠고. 그래서 추천합니다.      



Q. 마지막으로 여담시청자들께 한마디만 해주세요. 

A. 네, 여담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태까지 제 인터뷰를 재밌게 봐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담 분들이 지금 이제 막 이런 활동을 시작하신 분들이니까 앞으로도 아마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페미니스트들인 우리 여담 분들께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채널에도 좋아요 구독 알림설정~ 꼭!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솔직 유쾌하고, 공감 가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운 공연화 대표님과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10년 뒤 공연화 대표님의 목표가 이뤄지는 날까지, 또 그 앞으로의 날들도 여담이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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