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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Jan 01. 2020

낭만이 흐르는 방콕의 루프탑 바

시로코 루프탑 바를 가다

여행을 가면 항상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돈이다. 여행 경비. 돈이 아주 없다면 시종일관 아껴 쓸 수밖에 없고 돈이 아주 많다면 그런 걱정 없이 펑펑 쓰면 된다. 만약 그 중간이라면 어떨까? 아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방콕 여행은 생각보다 먹고 자는데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절약한 돈을 원기옥처럼 모아 한 방 거하게 쏴버려야 할 곳이 필요한데 바로 시로코 루프탑 바가 그런 곳이다. 여행을 하며 한 번쯤 사치를 부려보고 싶은 곳이랄까.


방콕에는 좋은 호텔들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가격이나 시설 등으로 차별화가 되지 않자 지붕 꼭대기에 화려한 bar를 만들어 손님을 끌어들이는 호텔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방콕 루프탑 바흐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르부아 앳 스테이트 타워(lebua at state tower)다.


사판 탁신 역에서 내려 도보로 약 10분이면 갈 수 있는 이 호텔에는 방콕에서 제일 유명한 루트 탑 바인 시로코 바가 있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약간 정신없다. 길은 좁고 차는 넘쳐나고 골목골목 사람과 상인과 상점이 뒤섞여있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도대체 르부아 호텔은 어디 있는 거지? 그 커다란 몸집을 어디에 숨겼길래 안 보이는 거야? 제대로 온 거 맞아? 이렇게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건너편 길로 넘어오니 그제야 비로소 르부아 앳 스테이트 타워가 모습을 드러냈다. 꼭대기에 보이는 저 돔이 바로 시로코 바의 상징. 호텔 바로 밑에서 올려다보니 그 규모가 굉장했다. 두툼 두툼



반 바퀴를 돌아 호텔 입구로 들어선다. 무슨 그리스의 거대한 신전에 입장하는 분위기다. 화려하고 웅장한 외관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의외로 실내 로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쇠락해가는 쇼핑센터를 보는 느낌? 외부 손님의 경우 가방을 프런트에 맡기고 시로코 바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품격과 럭셔리함이 뚝뚝 흘러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고풍스러운 바의 로비가 나오고 안내원이 곧 열릴 bar를 대신하여 투숙객용 bar로 안내해주는데 여기가 투숙객용 프라이빗 루프탑. 방콕의 짜오프라야강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투숙객과 일반 손님이 뒤섞여있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빽빽하게 모여있어 갑갑했지만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깡패인지라 불평불만 사그라들고 서 있을 수밖에.


해가 조금씩 저물고 있다. 일부러 해가 지는 타이밍에 맞춰 왔는데 덕분에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바에 입장하기 위해선 1인 1 음료는 필수. 음료가 입장료를 대신해서 그런지 굉장히 가격이 비쌌다. 그래도 뭐, 분위기 깡패 ㄷㄷ



난간에 카메라를 기대어놓고 장노출로 야경을 담아본다. 하늘색이 정말 예쁘다.  낮에 x물로 보였던 짜오프라야 강도 밤이 되니 화장한 것 마냥 예쁘다(...)



시간이 되어 시로코 바가 열렸고 프라이빗 바에서 이동했다. 와.. 여기서 보는 방콕 야경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 시로코 바의 상징인 거대한 돔. 생각보다 크다. 엄청나게 크다. 계단에서 내려와 사람들 사이에 섞여본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둥근 칵테일바에 보여든 사람들. 분주하게 움직인다. 사진이 굉장히 잘 나온다 여기. 배경이 예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용 사진을 여기저기서 찍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담은 방콕의 야경. 9시 방향에 아시아티크도 보이고.. 짜오프라야강을 크루징 하는 배들의 흔적도 보인다. 바람도 선선하니 잘 불어서 난간마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사람들이 뭉게뭉게 모여있는 저곳이 아까 사진 찍었던 칵테일바. 이렇게 보니 굉장히 아찔하다. 저기 바닥이 유리였으면 저렇게 사람들이 많지 않았겠지(...)


시로코 바에는 본격 디너 테이블도 있다.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는지 테이블이 텅텅 비어있고 간혹 몇 명 와서 먹긴 하는데 이곳 역시 분위기 깡패 ㄷㄷ 낭만이 아주 주룩주룩 흐르다 못해 펑펑 터지는 중


돔에서 내려오는 계단에는 전등이 설치되어 있어 내려오는 사람과 어우러지면 가끔 현대미술작품을 보는 착각도 든다.



뉴욕 현대미술관에 출품해야 할 것 같은 사진



높다란 빌딩에 먼저 눈이 가서 그렇지 계속 보다 보면 화려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높은 빌딩 사이사이로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숨어있는 저 낮은 건물 속에도 방콕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겠지



멍... 하니 보게 되는 방콕의 야경. 열 일 하고 있는 바텐더와 멋지게 담배 한 모금 빨아주시는 누님 휴대폰 불빛으로 메뉴판을 읽고 있는 사람과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사람. 다양한 인간군상을 압축해서 볼 수도 있는 곳.



낭만이 주룩주룩 펑펑 터지고 있는 디너 테이블. 위에서는 재즈밴드가 리허설 중이다. 방콕에 와서 몇 가지 사치를 누린 게 있는데 비싼 마사지샵도 그렇고, 디너 크루즈도 그렇고 시로코 바도 그렇다.


돈은 좀 들지만 그래도 인생에 있어 이런 낭만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를 생각하면 선택에 주저가 없을 곳이 바로 르브아 호텔의 시로코 바가 아닐까..



화려했던 방콕의 밤을 보내고 다시 밑으로 내려왔다. 천상계에서 지상계로 내려온 느낌,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여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시로코 루프탑 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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