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희 Jun 23. 2024

여름에도 털모자를 쓰는 산모

남편이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너무 시려워요


엄마 친구 딸의 출산

핸드폰에 ‘♥우리엄마’ 가 떴다. 

“엄마, 전화하셨어요?”

“너 빨리 인천으로 갈 수 있니? 엄마 친구 00의 딸이 애기 낳고 뼈마디가 시린다고 하는데 너 한번 가볼 수 있니?”

“지금? 이따 퇴근하고 가야되니깐 주소만 카톡에 넣어두세요.”

나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그날에 있었던 테라피에 관한 이야기를 엄마와 항상 나눈다. 반대로 엄마는 지인분들의 건강에 대한 민원 창구 역할을 하시며 나의 노하우를 전달해주신다. 그날도 친구분과 통화를 하다 출산 후 힘들어 하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전화를 하셨던 것이다. 엄마 친구의 딸 이야기다 보니 엄마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엄마의 그 목소리에 내 마음이 급해졌다. 

퇴근을 하자마자 엄마가 알려주신 주소로 향했다. 남들은 퇴근하고 피곤한데 인천까지 왜 가느냐고 하겠지만 사실 나는 궁금해서 가는 것이다. 지금 어떤 상태인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증상인지, 과연 나의 테라피가 도움이 되는지, 각각의 분들이 나에게는 하나하나 임상 케이스가 되기 때문이다. 


문앞에 ‘아기가 자고 있어요’라고 붙여진 스티커를 보니 맞게 찾아온거 같았다. 벨을 누르는것대신 노크를 먼저 살짝 해보았다. 문이 열리고 우리는 약속한 듯 눈인사를 하였다. 아기는 방에서 자고 있었고 나는 거실로 안내를 받았다. 

“먼저 출산 축하드려요. 이렇게 처음 뵙네요.”

“저 때문에 이렇게 멀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한데 제가 괜히 민폐가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니에요. 우선, 몸상태가 어떠세요?”

“출산하고 이제 한달 되었는데 온 몸이 다 시려요. 관절이 이 정도로 시리고 아플 수 있는건지 정말 상상을 못했어요.”

출산 직후, 관절시림의 정도는 자연스럽다고 받아드릴 수 있다. 출산으로 뼈마다기 벌어지고 인대가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순환이 잘 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지 않다면 출산 2달 정도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줄어들다가 없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증상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2달이 지났는데도 사라지지않고 심해진다면 관리의 필요성이 절대적이다. 관리법을 몰라 방치된다면 평생 출산 후유증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사실은 이런 일이 사전에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한 이유다. 

우선, 나는 기본 질문을 해본다. 

“혹시 샤워주기는 어떻게 되세요?”

“샤워요? 매일 하고 있는데요?! 땀이나서 하루에 2번씩 하고 있어요”

“그리고, 혹시 물은 잘 드시고 계신가요?” 

“물 잘 먹지요. 임신하기 전부터 물은 원래 많이 잘 마셨어요. 그리고 저는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없이는 못살아서 1리터씩 먹어요. 수분섭취는 엄청 잘 하고 있는거 같아요”

“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너무 크게 쉬어졌다. 

“출산하고 관절이 시릴 수밖에 없는 원인제공을 다 하고 계셨어요. 출산 후 샤워를 매일하면 부종과 통증이 심해져요. 아아나 찬 음료도 샤워를 매일 하는 것과 같아요. 조리원에서 배탈이 심한 산모가 있는 이유도 그 이유에요. 오늘부터는 무조건 끊어내야 합니다. 못끊으면 나아지지 않으실 거에요.”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가 그렇게나 관절시림에 영향을 주나요?”

“제가 임산부를 관리하며 산모님들이 아프다고 하는 증상에 대하여 어떻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산모님들의 생활습관까지 체크하고 연관성을 대조해보고 했는데…임신전부터 마신 아아가 엄청난 산후후유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산전의 부종이나 체중증가도 그렇구요.”

“헉! 진짜요? 몸무게가 20kg 넘게 찐 것도 영향을 미칠까요?”

“당연합니다!” 

임신전부터 출산한 지금까지 하루에 속에서 열기가 치밀어 올라 아아를 1리터씩 마신다는 이야기에 내 가슴이 시려왔지만, 현재 아픈 이유를 명확히 찾아낸 듯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오늘부터, 이렇게 해주세요. 우선, 오늘부터는 2~3일 주기로 샤워해주세요. 아직 출산하고 한달 밖에 안되서 땀이 나는데 그런건 괜찮아요. 2달까지 땀이 살짝살짝 나더라도 샤워보다는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세요. 그리고 머리를 감고 나면 두피와 모발까지 바짝 말려주세요. 그 다음 제가 왠만하면 얼음만 없으면 정수기 물도 괜찮다고 말씀드리는데 우리 산모님은 안될 거 같아요. 아아는 무조건 끊고 따뜻한 물로 바꿔주세요. 실내에 계실때도 가재손수건으로 목을 감싸시구요. 설거지를 할 때는 고무장갑 꼭 착용해서 물이 직접적으로 몸에 닿는 것을 최대한 피해주세요.”

“와~뭐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요?”

“그럼요! 쉽게 좋아질 거라 생각할 상황이 아닙니다. 이렇게 셀프관리를 하면서 제가 직접 냉기냉습 프로그램을 10회 받으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제가 이동식 베드를 여기에 놔두고 왔다갔다 하며 관리해드릴께요. 출근해서 주말밖에 안될거 같으니깐 일요일마다 1주일에 한번씩 관리해봅시다.”

“아~조리원에서 마사지도 받고 나왔는데 10회를 또 받아야 할까요? ”

산모는 테라피의 필요성에 소극적이었지만 나는 강력하게 권했다. 데이터로 나는 회복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냉기냉습 배출 프로그램은 시작되었다. 
 


산후후유증에 대한 안일한 산모의 태도

1회 관리 후, 잠도 너무 잘 자고 시린것도 너무 좋아졌다면 문자가 왔다. 

2회 관리 후, 거의 시림이 없어진거 같다고 너무 좋아하셨다. 

3회 관리 후, 이제 관리를 안 받아도 될 거 같다며 현재에 상태에 너무 만족해하셨다. 

하지만, 나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금은 3회로 당장 냉기냉습을 빠르게 배출시켰지만 완벽히 산모의 건강한 상태로 안착이 될 정도까지는 아니였다. 그래도 재차 권유할 수 없으니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앞서 말한 셀프팁을 다시 한번 종이에 적어 냉장고에 딱 붙였다. 

“2~3일 주기로 샤워. 2달까지 젖은 수건으로 닦기. 머리는 두피와 모발까지 바짝 말려주기. 따뜻한 물만 마시기. 실내에서도 가재손수건으로 목을 감싸기. 설거지를 할 때는 고무장갑 꼭 착용. 물이 직접적으로 몸에 닿지 않게!”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저 알려주신 셀프팁 잘해보겠습니다. “

“네, 진짜 잘 지켜 주셔야 하고, 뭔가 관절이 다시 으시으시하고 몸과 마음까지 가라앉는다 싶으면 바로 전기장판으로 들어가셔서 살짝 땀을 빼주세요. 그러면 또 금방 괜찮아지실 거에요.”

내 마음이 완벽히 편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진 산모의 얼굴에 다행이다 싶었다.


2년 뒤, 다시 연락 온 산모-산후후유증으로 여름에도 털모자 착용

그리고 2년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저 둘째 나았는데, 머리까지 시린게 안 없어져요.”

“일단 저 가서 뵐께요.”

왜 그렇게까지 되었는지, 어디서 어떻게 잘못된건지 알아봐야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반가운 듯 인사를 하였지만, 내 마음은 정말 무거웠다.”

“우선, 두번째 출산 너무 축하드려요. 몸상태에 대하여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온 몸이 두들겨 맞은거 같고 시리고…이번엔 머리까지 시려요. 

“현재 둘째 출산하고 8개월 지나셨는데 지금까지 왜 고생하고 계셨어요?.”

“사실은, 선생님. 첫째 때 오셨을 때 알려주신 셀프팁을 제가 잘 안지켰어요. 관리받고 너무 좋아져서 아아도 다시 마시고 샤워도 매일매일 했어요.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어요. 그리고나서 6개월뒤에 머리까지 시려왔어요. 지금 2년째 이런거에요. 남편이 제 머리윗쪽만 지나가도 바람이 느껴져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여름에도 털모자 안쓰면 밖에 못나가요.”

사실 놀랍지 않았다. 대부분 산모들이 관리 후 몸이 좋아지면 지속적인 셀프관리를 하지 않아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네? 2년이요?! 그런데 왜 연락을 안하셨어요. 전화라도 주시지요.”

“선생님이 하라는대로 안해서 제가 찔려서 연락을 못 드리겠더라구요. 또, 육아한다고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어요. 참다가 참다가 엄마가 너무 걱정하시고 저도 이러다 더 큰일 나겠다 싶어서 다시 연락드렸어요.”

이 정도까지 되어도 맘편히 자기 몸을 관리못하고 육아를 해야 하는 것이 엄마다. 이런 여성을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는데…머리까지 시리다고 하는데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마음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 다시 해봅시다. 샤워는 2~3일 간격으로! 머리를 감을 때는 두피와 머리카락까지 꼼꼼히 말려주세요. 아아는 무조건 끊는거 아시죠? 따뜻한 물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드셔보세요. 그리고 얇은 내복을 입고 발목과 손목이 보이지 않게 생활을 해보세요.”

“선생님 저 이번엔 무조건 관리 10회 할께요!” 

첫째 때, 나의 추천 횟수보다 줄여서 관리를 받았던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이번엔 먼저 산모가 10회를 하겠다고 한다. 10회가 작은 금액이 아니다. 첫째, 둘째 육아를 하며 관리를 받는 것이 산모들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심각한 상황을 10회안에 다 해결해드릴 수 있을지…무조건 해결해내야 한다고 결심했다. 
 


산후후유증을 해결하려는 산모의 굳은 의지

“그리고, 저 무조건 선생님 팁 지킬께요. 더 조심할 것은 없을까요?”

“우리 진짜 열심히 해봅시다. 이런 증상이 다시 나타나지 않게 단단히 마음먹고 아아 무조건 끊어주세요. 아아 먹으면서 관리 받는건 정말 아무 도움이 안되요. 아아는 우리 1년 뒤에 다시 먹읍시다”

이번에도 주말에 관리를 올 수 밖에 없었다. 냉기냉습을 최대한 빠르게 배출시키기 위하여 3주동안 토요일과 일요일 연이어 관리를 하러 갔다. 관절시림뿐만 아니라 머리가 시린것도 좋아졌다. 정말 다행이다. 매일매일 카톡으로 샤워했는지, 물 따뜻하게 잘 마시고 있는지, 시림정도는 어떤지를 아침 저녁으로 스토커처럼 확인했다. 

둘째주까지는 냉기냉습을 빼내기 위하여 오히려 열을 어떤 관리때보다 더 넣는데도 땀방울 하나 나지 않았다. 셋째주가 되어서 드디어 땀도 배출되고 몸의 붓기도 빠지면서 근육도 부드러워지기 시작하였다. 몸이 너무 냉할때는 아무리 열을 넣어도 땀이 나지 않는다. 그럴수록 몸을 변화시켜 배출을 유도하고 땀이 나게끔 해야 그 땀을 통해 냉기와 냉습을 빼낼 수가 있다. 얼굴 혈색도 너무 좋아져서 보는 내가 너무 기분 좋아졌다. 이렇게 되면 몸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냉기와 온기가 서로 몸 속에서 확실히 교차된 것이다. 이 결과를 보고 일곱번째 관리부터는 일요일만 관리를 갔다. 이 몸의 변화를 계속 유지시키고 안정될 수 있도록 관리 주기를 늘려보는 것이다. 

마지막 관리날이다. 

이제 털모자도 필요없고 밤에 남편의 움직임에도 반응없이 잘 잘 수 있게 변하였다. 

“산모님, 이렇게 다 끝난거 아니에요. 셀프팁 1년간 지켜주세요. 제가 중간중간 연락드려서 확인해볼거에요.!” 

“그럼요, 저 이번에는 제 건강 무조건 지켜낼께요. 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해요.”


많은 산모들이 맘카페에 고민글을 올린다. 

“둘째 낳으면 산후풍 없어지나요?”

“몇 년이 지난 관절시림도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당연히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있다. 아무리 좋은 관리를 받고 한약을 먹어도 너무 시원한 환경에서 생활을 한다거나, 아아를 즐긴다거나 한다면 쉽게 좋아질 수 없다. 별거 아닌 생활팁에서 관리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간절한 임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