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테라피 실의 아침.
머리카락 끝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출근해서 테라피 실 문을 연다. 모든 전기제품들의 스위치를 켠다. 관리 베드도 따뜻하게, 온장고도 따뜻하게, 관리기기들도 따뜻하게 온도를 맞춘다. 조리원 테라피 실은 한여름에도 에어컨은 없다.
“다들 커피 드시죠?”
“진하게 부탁해요.”
오늘 하루 우리의 정신을 잡아줄 믹스커피를 후루룩 마시며 오늘 관리할 산모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점검하기 시작한다. 같은 공간에서 온종일 같이 일하지만, 이 짧은 아침 시간이 아니면 이야기를 나눌 수 없기에 우리의 말은 몇 배속으로 빨라지고 볼펜을 잡은 손은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오늘 입실 산모 3명, 퇴실 산모 2명입니다.”
새로 입실하는 산모는 늘 긴장하게 한다. 퇴실하는 산모도 끝까지 마음이 쓰인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퇴실 산모는 따뜻한 옷을 준비했을까?
“스케줄 오류 없는지 확인들 하세요. 특이사항 또 없나요?”
아, 맞다. 201호 산모가 떠오른다.“201호 산모님, 어제 배가 뭉친 듯 아프기만 하고 출산 분비물(오로)도 배출이 잘 안된다고 하던데 체크해 봐요.”
“실장님, 108호 산모님은 아기가 아직 인큐베이터에 있어서 조리원에 같이 입실을 못하셨데요. 어제 관리 내내 우셨어요.”
마음이 아프다. 아기 생각에 밥을 입에 대지도 못하는 산모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식사를 잘 해야 모유도 먹일 수 있으니 다정하고 따뜻한 말로 미역국 한 술 뜨게 하는 것도 우리 일이다.
“실장님, 204호 산모님은 소양증 때문에 밤에 간지러워서 엄청 긁으셨대요. 약은 드셨는데 증상이 심해서 걱정돼요."
밤새 피가 나도록 온몸을 긁는 산모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갓 아이를 낳고 부어있는 몸에 밤새 뒤척이는 지친 몸과 마음을 생각하면 빠른 시간 안에 무조건 해결해 주어야 한다.
“내가 204호 산모님 관리할께. 바꿔서 관리합시다.”
아침 미팅을 마침과 동시에 산모들이 테라피 실로 들어온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터치를 준비하는 우리들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산모들을 맞이한다. 겉은 우아해 보이지만 물아래에서는 정신없이 온종일 헤엄치는 백조라고나 할까?
오늘도 완벽하게 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