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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Jun 04. 2023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이 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이 된다



내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냥 회사원이다. 대한민국의 흔하디 흔한 그냥 월급쟁이 회사원. 교육 관련 업무와는 일면식도 없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


그런데 나는 일주일에 한 번 하루 선생님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유치부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남녀 아이들을 만난다.

물론 모두 다 내가 가르치거나 만나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그 다양한  학년의 아이들을 매주 만날 때마다

나는 무척이나 행복함을 느낀다.

나의 아들들이 시커멓게 다 자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치부나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며, 사춘기의 언저리에 들어설 듯 말듯한 아이들과 어깨 동무 하면서 주먹 인사를 하고 "너 나 알지? 친하게 지내자"라고 눈인사를 해주면, 멋쩍은 웃음을 보여주는 코밑 거뭇한 

5-6학년 남학생들이 친근하기만 하다. 


나는 선생님이다. 일주일에 한 번, 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선생님이다. 


"선생님~선생님" 

아이들이 내 손을  잡으며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일상생활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 친구도 있고, 2학년 아이들이 미사시간이 지겨운지 미사 시간 내내 " 선생님 언제 끝나요?"라고 물어보는 친구도 있고, 학교 친구들 이야기, 숙제나 학원이 많다고 불평을 토로하는 친구도 있고, 때론 그저 내 손을 잡고 싱글싱글 웃는 아이도 있다.  너무 사랑스럽지 않은가 말이다. 


이럴 때면 감히 내가 선생님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 생각을 한다. 

주일학교 선생님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처음엔 고민도 되고 두려움도 있었지만, 내가 받은 만큼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내가 비록 부족함이 많은 인간이지만 나의 부족함 속에서도 무언가 내가 내어줄 수 있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꺼이, 조금은 망설였지만, 기꺼이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물론 아직 초보 선생님이다. 배울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아이들을 대할 때의 나의 태도만큼은 순도 1000%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고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이게 내가 받은 만큼 내어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읽은 책, 류시화 작가님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나의 품사는 흐르는 강처럼 순간순간 변화하는 동사이다".


너무 멋지고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우리의 자아, 나의 모습은 한 곳에 정체되어 있는 "명사"가 아닌 시시 각각 매일매일 그 상황에 바뀌는 순간순간 변화하는 "동사"인 것이다. 


평일엔 평범한 직장인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이자 때로는 취미 생활을 하는 자이며,

브런치 글을 적을 때도 가끔은 심각하게 가끔은 감정적으로 가끔은 유머스럽게 때때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렇게 주말이 되면 주일 학교 선생님으로 변화하여 생활을 한다.  

나는 완벽한 동사 그 자체인 듯하다. 


비록 일주일에 단 하루 선생님이 되지만, 그 하루를 위해 일주일이 기다려지고 설레며 , 작지만 무언가 자꾸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매일 내가 변화하며 살아갈 수 있는 행복감을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내일도, 나는 꾸준히 조금씩 변화하며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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