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적당한 나의 일기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3
기억과 기록
by
라라
Dec 13. 2024
무한히 남겨지는 기억의 기록
달력이 한 장 남은 이곳은 추운 겨울이 다가옴을 차가운 바람으로 느끼기보다 저 밖 광야에서 울부짖는 외침으로
겨울이 왔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한순간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을 바라보는 기분으로 요즘 지내고 있습니다.
그곳의 겨울은 어떠한지요?
이곳은 아직 두꺼운 외투 보단 가벼운 경량 패딩이나 코트를 걸치고 다니는 정도입니다.
울부짖는 외침에 겨울의 찬바람이 되돌아가
기라도 하는 걸까요?
거친 겨울이 더디 오는 기분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날들이 오고 그에 따른 반복적 일들로 달력을 채워 가고 있습니다.
그 반복된
기억은 액체처럼 유한으로 사라져 버려도 그 기억의 기록은 어딘가 무한히 남겨집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행사 준비로 "작년엔 어떻게 했어?"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쉬이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시쳇말로 어제저녁 메뉴도 기억이 안 나는데 하물며 1년 전, 한 달 전 일이 기억이 잘 날 리가 없겠지요.
즉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작년의 기억의 되새김질을 몇 번이나 했지만 빛바랜 잔상으로 만족할 만한 대답은 아니었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몇몇 파일을 찾아내어 희미한 잔상의 기억들을 되새김질하였습니다.
작은 일도 틈틈이 기록하는 저의 작은 습관 덕분에, 자칫 잘못된 정보로 일을 그르칠 뻔했다가
기억의 저장 창고에 차곡히 보관되어 있던 기록들로 다행히 바로잡아 나아 갈 수 있었음에 감사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억의 저장창고를 뒤지다가 지난날 함께 했던 일들의 사진과 기록들을 발견하였습니다.
웃고 울었던 기억이 새록 떠오르며 작고 잔잔한 미소가 스쳐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또 찾은
작은
기억의 기록.
메모장 구석에서 뚜렷이 보였던 날짜.
생일 축하드립니다.
제 기억의 기록이 맞다면, 음력 생일이 아닌 주민등록증 상의 생년월일이 맞다면,
오늘이 아마 생일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해 그날 특별한 일정도 어떤 기록도 없어 제 기록의 저장 창고에 메모된 이유를 알 길이 없으나,
아마 추측건대 그 해 매일 긴장 속에 지냈던 시간을 보내며 사소한 일이라도 모두 기록했던
저의 습관의 흔적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기억과 기록.
기억은 액체처럼 유한으로 사라져 버려도 그 기억의 기록은 어딘가 무한히 남겨집니다.
기억은 없지만 기록은 이렇게 새로운 축하를 남길 수 있게 해 주네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그 먼 곳,
오늘 하루
가장 맛있는 음식 드시면서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건
강하세요!
항상 기도 합니다.
2024년 12
월
어느날
거친 겨울의 길목 앞에서, 글라라 드림
keyword
감성에세이
기억
편지
15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라라
직업
회사원
일상 이야기를 적어 나갑니다. 따뜻한 마음을 담아내는 글과 그림을 그려나가고 싶어요
구독자
64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의 비틀림에 긁힌 마음
새해의 첫 일기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