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말의 뜻은 '상대방을 지배하거나 정복하기 위해 그 사람의 마음이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쉽게 말해서 상대방을 말로 가지고 놀면서 나한테 복종하게 만든다고 해석해도 되겠다.
우리는 가스 라이팅에 대해 공부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 삶 속에서 "야 가스 라이팅 좀 하지 마"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었다. 그래서 사전적 의미는 알겠는데 정확히 가스 라이팅이 뭐 어떤 뉘앙스이지?라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어려워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로 가스 라이팅의 어원인 한 연극의 내용을 읽어보자. (이왕이면 '아내'의 입장에서 읽어보길 권한다.)
아내:여보 집이 왜 이렇게 어둡죠?
남편: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이렇게 밝은데
아내: 이게 밝다고요?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잖아요.
남편: 자기 어디 아파?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아내:(내가 진짜 이상한가...? 요즘 자꾸 오락가락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내: 그리고 자꾸 어디서 뭐 뒤지는 소리가 나는데 당신 뭐 하고 있어요?
남편: 무슨 소리가 난다는 거야. 당신 아까는 집안 물건들도 제대로 못 찾고, 내가 몇 마디 했다고 지금 내 탓하는 거야?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요즘? 어디 아파?
한 부부의 대화를 읽어보았을 때 여러분들은 '누구에게' 더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는가? 누군가는 남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재수 없어서 싫다고 말하기도 하고, 혹자는 아내가 정신병이 있는 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 이번엔 위 대화에 전후 상황을 가미하며 다시 읽어보자.
잭이라는 남성(남편)과 벨라라는 그의 아내는 결혼하여 2층 주택을 매매하여 살고 있다. 1층에는 잭&벨라 부부가 살고, 2층에는 세입자가 살고 있다. 당시에는 가스(Gas)를 활용한 전등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 가스는 공유되어 사용된다. 즉, 위층(2층)에서 불을 밝게 키면 아래층의 조명은 상대적으로 어두워지고, 아래층에서 불을 밝게키면 위층의 불이 어두워지는 시스템이다.
잭(남편)은 윗집의 보석을 절도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고 그 과정에서 세입자 A를 죽여버리게 된다. 마음 놓고 보석을 절도할 수 있게 된 잭은 방이 너무 어두워 전등을 강하게 켰고, 아래층에 있던 아내는 2층을 향해 말을 건넨다.
아내:여보 집이 왜 이렇게 어둡죠?
남편: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이렇게 밝은데 (보석을 뒤지는 中)
아내: 이게 밝다고요?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잖아요.
남편: 자기 어디 아파?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아내:(내가 진짜 이상한가...? 요즘 자꾸 오락가락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내: 그리고 자꾸 어디서 뭐 뒤지는 소리가 나는데 당신 뭐 하고 있어요?
남편: 무슨 소리가 난다는 거야. 당신 아까는 집안 물건들도 제대로 못 찾고, 내가 몇 마디 했다고 지금 내 탓하는 거야?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요즘? 어디 아파?
위 대화 내용은 1938년 패트릭 해밀턴이 직접 연출한 연극 '가스 라이트(Gas Light)'의 내용을 여러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조금 각색과 요약 과정을 거쳐 작성한 내용이다.
이후 줄거리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간략하게 이후 내용을 말해주자면, 남편인 잭이 아내인 벨라에게 위와 같이 지속적으로 상황을 조작하고 압박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러자 아내인 벨라는 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자신에게 정말로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고 점점 무기력함과 공허함에 빠져 오히려 남편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나중에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남편은 경찰 브라이언에게 덜미를 잡히고 만다. 궁금하신 분들은 연극 가스라이트에 대해서 조금 더 찾아보시길 권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러분들은 위 대화 내용과 작가의 조미료 팍팍 친 해설을 통해 "아~이게 가스 라이팅이구나" 정도의 감만 잡아도 좋다. 혹은 "가스 라이팅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거였구나" 정도로만 와닿아도 우리가 이 글을 읽는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가스 라이팅을 다른 말로?" 가스 라이팅은 흔히 '주입식 조종'이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어떤 문헌에서는 '정신적 예속화' 혹은 '노예화'라고 일컫는다. 앞서 설명했듯이 가스 라이팅을 시도하는 가해자는 피해자의 자존감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본인의 입맛에 맞게 가해자의 생각과 판단을 조종하여 타인이 개 여하 거나 치료할 수 없도록 만들어 본인에게만 굴종하게 만든다. 냉정하고 조금 과장을 섞어 얘기하면 '세뇌를 통한 정신적 학대'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충분히 알고 있겠지만,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말 등으로 포장할 수 없는 '쓰레기 짓' 맞다.
가스 라이팅이 자주, 혹은 쉽게 일어나는 곳
가스 라이팅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집단은 어디가 있을까? 아무래도 상명하복이 있거나 위계질서가 있는 곳이 그럴 확률이 높다. 학교, 직장, 군대, 일부 종교 등이 그럴 수 있겠다. 다단계 판매처나 사이비? 정도를 생각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들어 '태움'으로 이슈가 된 일부 병원이라던지 특정 남초 학과, 여초 학과 등도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가스 라이팅의 예시 더 없나요?"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상황과 사례가 존재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얽힌 수많은 이해관계와 배경들이 우리가 판단하는 것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간단한 예시를 몇 개만 들어보자.
-
타인이 간섭하기 힘든 가정 내에서, 권위적인 부모가 자기 자식들에게 지속적인 세뇌를 통해 저항감을 낮추고 무기력하게 만듦으로써 부모인 자신의 말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육아 행위
-
외부 사회에서 간섭하기 힘든 군대 내에서 선임들이 '군기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매미나 바퀴벌레를 먹이고, 폭력을 일삼으며 자신의 말에 복종하고 의지하게 만드는 경우
-
연인 간에 소유욕이 발생하여 "너에겐 나밖에 없어"라는 식으로 세뇌와 폭력을 일삼으며 "다 널 위해 그런 거야 알지?", "나 없으면 넌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등의 말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며 정신적으로 예속하는 행위
등이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전후 관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엔 정답을 내리지 않을 테니 작가가 가정한 상황을 읽으면서 여러분들이 가스 라이팅인 것 같은지 아닌지 판단해보자.
가스 라이팅인지 판단해 보기
-
2020년 한국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N번방 사건'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성년자와 성인을 가리지 않고 SNS와 신상정보를 통해 협박하여 성노예를 양산한 조주빈과 그 일당들은 가스 라이팅을 한 걸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상사가 아침부터 나에게 잔소리 폭탄이다. 내 생각엔 별로 잘못한 것 같지도 않은데 1분 지각했다고 더럽게 뭐라 한다. 가스 라이팅일까?
-
난 이제 막 자대에 온 이등병이다. 선임들은 매일 밤 나를 티비 앞에 세워 놓고 언어폭력을 일삼는다. 너무 힘들어서 간부에게 보고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음... 걔네가 그랬다고? 그럴 애들이 아닌데 꿈꾼 거 아니야?", "진짜 그 정도로 심했으면 니 선임들이 와서 보고했겠지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 인마", "야 이 새끼야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 군대야. 너만 힘든 거 아니라고. 그것도 못 버티는 건 니 정신력 문제야 가서 연병장 두 바퀴 뛰고 와"이다. 가스 라이팅일까?
다음 편에선 '가스 라이팅의 오남용'과 '가스 라이팅 벗어나는 법'에 대한 내용에 대해 서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