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3 - 2 = 1
프리로 전향한 지 3년 차. 회사 다닐 때보다 좋아진 건 약간의 자유도, 나빠진 건 심리적 안정감이다. 그리고 별반 다를 게 없는 게 '인간 스트레스'다.
수백 명 이상 면접도 해봤고, 경험도 있으니 괜찮겠지.. 했던 건 역시 오만이었다. 아직도 만가닥 참신한 DNA들이 지구 상에 뿌려진다. 이건 그중에 부정적 참신함을 가진 유전자들 이야기다.
프리랜서 시작하며 가격 측정이 애매했다. 혼자 일하니 흔히 말하는 현실감각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결국 시세를 따라갔다.하지만 시세를 따르다 보면 불리한 점도 생긴다. 편의를 권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추가 요청이 있으면 돈을 더 받고 해주면 된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추가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x 같을 때도 있지만, 받아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문제는 그 선을 넘는 인간이다. 최근에도 그런 인간들이 있었다.
모 대행사였고, 정부 요처의 일거리를 입찰해 따오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대행사의 실력을 판단하는 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작업자와 고객 사이에서 그걸 발휘하는 지점에 있으니까. 그동안 몇 군데 대행사와 일했는데 다들 밥값은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 새x들은 상태가 심각했다.
콘셉트 & 편집점 결정 - 파일전달 - 편집 - 수정
이렇게 간단하다. 원하는 결과물을 위한 재료를 주면, 내가 그들에게 요리해주는 식이다. 이 쉬운 일에도 삽질하는 새x들이 있어서 글을 쓰게 된 것이다.
파일이 빠져있어서 재요청하는 건 다반사고,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고 내게 보내서 일을 두 번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100명 중에 1-2명 있을까 말까 한 케이스다.(이럴 땐 빨리 끝내고 손절하는 게 상책이다.)
회사들이 돈을 버는 구조는 크게 2가지라 생각한다.
1. 부가가치를 끌어 올려 돈을 버는 회사
2. 인건비를 줄여 돈을 버는 회사
내가 경험했던 2번 부류 회사들이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대략적인 인건비 수익 원리를 수식으로 표현해봤다.
1+1 = 3 - 2 = 1
1+1, 그러니까 사람 두 명이 일을 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은 2가 아니라 3이 된다. 3명이 할 일을 2명이 하게 하면서 1+1은 2가 아니라 3이 되는 것이다.
두 사람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고 나면 1이 남는다. 그 남은 1을 관리자에게 나눠주거나 회사가 갖는 원리다.
그래서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무자들은 3명이서 하는 일을 2명서 하니까, 안 그래도 개 같은데 관리자까지 개 같으면 참다가 참다가 그만두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인건비를 줄여 돈 버는 회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의 덫'에 걸린 것이다.
저렇게 되면 피할 수 없는 게 책임회피다. 그만둘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일을 많이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직원들끼리 책임회피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알았을까? 그 피해를 내가 보게 될 줄...
대행사를 통해 일이 들어오는 이런 경우, 대략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이렇다.
클라이언트(요청) > 대행사(검토 및 조율) > 실무자(작업) > 대행사(검토 및 수정) > 클라이언트(확인)
클라이언트가 요청, 대행사에서 정리, 작업자에게 보내주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와 내가 직접 연결되어있지 않으니, 당연히 대행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
그런데 그들의 사실상 일 처리 방식은 아래와 같았다.
클라이언트(요청) > 웹하드(파일 업로드) > 실무자(작업) > 웹하드(파일 업로드) > 클라이언트(확인) > 대행사(수정 요청)
왜 편집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용병으로 그 자리에 대신 들어오게 되었는지, 모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 회사 웹하드에 들어오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결국 나도 그 회사 직원들처럼 돈 받는 만큼만 일하고 싶어 졌다. 정확하지 않은 일처리 때문에 담당자와 몇 번 다투기도 했다. 싸우면서 인신공격 등의 자존심 상하는 말도 들었지만, 예상만큼의 데미지는 없었다. 자존심 강한 내가 이렇게 변할지 나도 몰랐지만,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욕먹어서 기분 좋을 리 없지만 이것도 곧 잊힐 거야. 사실 욕먹는 것보다 참을 수 없는 건, 너희 회사가 일을 더럽게 못한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