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독서와 성장
by La Mome Jan 31. 2018

성공하는 기획의 비밀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_마스다 무네아키

4년 동안 시각디자인을 공부했고, 졸업 후 4년 동안 그래픽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예쁘지 않은 것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이 디자인의 정의이자 역할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제멋대로 놓인 텍스트와 오브젝트에 옷을 입히고 다듬고 꾸미는 것이다. 나는 한동안 디자인을 그렇게 해왔다. 그런식으로 몇 년을 하다보니 지금 내가 제대로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인지, 진짜 디자인이 무엇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더 심도있는 아트웍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 날 직장 동료들과 그리드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그리드란 단순히 줄 맞추기가 아니라 얼마나 복잡 다단한 것인지 얘기를 하면서도 그래서 그게 뭔지 머릿속으로 정의가 내려지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동료들에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난 아직도 디자인이 뭔지 잘 모르겠어."


그리드 같은 테크닉은 차치하더라도 디자인을 할수록 점점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기획'이다. 대학시절 교수님들이 강조하던 기획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때의 나는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마다 겉만 번지르르 꾸며낸 디자인에 신랄한 비판을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알맹이가 부실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콘텐츠를 딱 맞는 콘셉트로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라는 이 기획의 사전적 정의를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나서야 겨우 어렴풋이 깨달아 갔다. 그리고 솔루션을 내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집념'(이라 쓰고 야근이라 읽는..)이라는 것과 그 내러티브를 시각언어를 통해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량이라는 것도. 디자이너가 감각만 좋아서는 남의 아이디어를 꾸며주는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야기가 없는 디자인은 '예쁜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디자인과 예술은 항상 별개의 영역으로 분리되곤 하지만 디자이너도 아티스트의 마인드를 가져야만 재기 넘치는 아웃풋을 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마스다 무네아키(增田宗昭),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 CEO

일본에서 가장 큰 서점인 츠타야의 최고 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기획의 귀재이자 창의력의 끝판왕이다. 비즈니스를 종합예술로 풀어내는 경영 예술가 정도가 그를 위한 적절한 타이틀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국내의 한 대형서점도 이 츠타야를 성실히 벤치마킹했을 만큼 이 서점은 그 상품성과 기획의 완성도가 높다. 마스다의 손길이 지나가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던 장소에 생기가 돌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매력적인 장소로 탈바꿈된다. 그리고 이것은 마스다의 끈질긴 관찰과 고민, 무엇보다 그의 인류애에 의한 결과물이다. 실패하지 않는 기획의 비밀이란 사람들이 기뻐할 만한 것을 만드는(기획하는) 것이라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논리이지만 막상 실무에서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인류애나 소명 따위를 운운하는 것이 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더 편리하고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던가. 모든 비즈니스는 사용자를 위해 존재해야 하고 돈벌이는 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찰을 아는 것이 고객가치와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금전적인 부분이나 사회적 지위, 자기계발 등에서 노동의 의미를 찾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직업적 소명의 기저에 인류애라는 콘셉트를 가진 리더들이나 자본가, 기업가들이 많을수록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디자이너로서 그리드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할지언정 인생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한 가지는 내가 하는 이 디자인이라는 일도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무언가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획이란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해서 사고 싶은 그만한 가치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잘 기획된 양질의 상품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행복한 사회가 되고, 그것이 직업인으로서 또 기업으로서의 사회공헌이자 지속 가능해질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keyword
magazine 독서와 성장
읽고 생각하고 나눕니다.
lamome.sj@gmail.com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