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술에 취한 어부
창틀로 기어드는 시린 바람
낙엽 다 떨어져 새 숨을 곳 없다
소리내어 흐르는 차가운 강
안개와 적막 흔들며 튀어오르는 잉어
갈기슭 여명에 배 띄운다
개짖는 소리 성긴 울타리 건너온다
문득 문득 장끼 우는 소리
새벽달 흩어지고
바람에 춤추는 그림자
어둑한 언덕에 구름 머문다
어부는 해장술 취해 배 위에 잠들고
아이는 배꼬리 걸터앉아 주낙 놓는다
반짝이는 미늘에
이승의 잔치 끝내고
저승 노자돈을 끼우는가
흰 강아지 뒷발질에 튀는 모래알
마루 밑 벌레가 슬프다
하늘엔 흩어지다 다시 모이는 기러기 떼
가대기에 허리 불편한 아버지
흩어진 흰머리 쓸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