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호 Nov 02. 2018

해장술에 취한 어부

 해장술에 취한 어부


창틀로 기어드는 시린 바람

낙엽 다 떨어져 새 숨을 곳 없다

소리내어 흐르는 차가운 강

안개와 적막 흔들며 튀어오르는 잉어

갈기슭 여명에 배 띄운다


개짖는 소리 성긴 울타리 건너온다

문득 문득 장끼 우는 소리

새벽달 흩어지고

바람에 춤추는 그림자

어둑한 언덕에 구름 머문다


어부는 해장술 취해 배 위에 잠들고

아이는 배꼬리 걸터앉아 주낙 놓는다

반짝이는 미늘에

이승의 잔치 끝내고

저승 노자돈을 끼우는가


흰 강아지 뒷발질에 튀는 모래알

마루 밑 벌레가 슬프다

하늘엔 흩어지다 다시 모이는 기러기 떼

가대기에 허리 불편한 아버지

흩어진 흰머리 쓸어올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가 누구와 외로움을 나누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