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 안갯속 꽃비 산행

강화도 고려산 산행

by 약천

번개 산행이랄까. 아침에 전화로 일행을 급조하여 내비게이션에게 강화도 청련사로 가자고 부탁한다. 이달 초부터 다음 주까지 고려산 진달래 축제기간이란 걸 알기에 때를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하던 차였다.


강화대교를 넘어 바다를 건너서 섬으로 들어가기 전 문수산성이 맞이한다. 강화도로 들어서서 청련사까지는 15km여를 더 가야만 한다. 청련사로 가는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신발 끈을 조이고 청련사를 지나 고려산 진달래를 보러 발을 재촉한다.

청련사 옆길을 따라 고려산으로 향하는 상춘객들

청련사는 고려산 반대편의 백련사와 함께 고구려 장수왕 때 창건된 사찰이라고 한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법당도 근래에 세운 듯 하나 경내로 오르는 길목의 고목들은 몇 백 년은 족히 되는 세월을 견뎠으리 만큼 웅자를 드러내며 서있다.

청련사를 빗겨지나 고려산 산정으로 오르는 길로 접어들었다. 그 길은 어제 내린 비와 짙은 안개에 젖어 있다. 이제 곧 신록의 빛나는 빛깔을 발할 나뭇잎들은 수분을 머금은 촉촉한 공기가 더없이 고맙고 반가울 것이다.

아침 안개가 낮이 되면 개이리라 기대했는데 산으로 오를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져 안개비로 변했다. 서쪽 바다에서 수분을 잔뜩 머금은 바람이 산을 타고 오르며 불어난 제 무게에 겨워 가는 비가 되어 흩뿌리고 있는 것일 터이다.

안개에 묻힌 고려산 정상부

정상 밑 쉼터에 진달래가 만개한 모습의 대형 사진이 세워져 있다. 그 앞은 안개에 묻혀 고려산의 진경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차례를 기다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쉼터에서 잘 포장된 아스팔트 길을 백여 미터 더 오르면 군부대가 차지한 정상을 대신해서 너른 헬기 착륙장 한켠 구석에 나무로 된 표지석이 정상을 알린다. 온통 안개에 덮여 시계는 십여 미터밖에 되지 않는데 산객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거나 무리 지어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맑은 날이면 산 능선을 온통 붉게 수놓았을 진달래 군락과 오후의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을 바다의 멋진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아쉬움을 달래는 것이리라.

다시 청련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길 옆에는 제비꽃과 복사꽃이 만개했고 안개 바람에 흩날려 벚나무에서 꽃잎이 꽃비가 되어 내린다. 부처님 오신 날이 머지않아 청련사에서 큰길 초입까지 색색의 연등이 내걸렸다.

청련사 약수터의 석조 거북이 두 마리와 두꺼비 한 마리, 그중 거북이 한 녀석만 주둥이로 약수를 찔끔찔끔 토해내고 있다. 어제 내린 비로 물이 그득한 길옆 논은 올 농사의 풍년을 기약하는 듯하다.

길 가 제방에 핀 할미꽃 주변에는 아주머니 여럿이 둘러서서 귀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 호들갑이다. 예전에는 무덤 가나 양지바른 산비탈에서 흔히 피어나던 꽃이었는데 요즘엔 보기가 쉽지 않아 귀한 몸이 된 탓이다.

돌아오는 길에 강화 풍물시장에 들렀다. 마침 2, 7일은 마다 열리는 오일장이 서서 시골 채소와 온갖 곡물과 묘목, 먹거리 등이 풍성하다. 동행들은 각기 아파트 앞뜰에 심을 앵두 한 그루와 돌미나리, 쑥갓 등 나물을 샀다. 시장 건물 2층 식당가에서 밴댕이 무침과 밴댕이 덮밥으로 안개에 덮여 제대로 보지 못한 진달래 산행의 아쉬움을 달랬다.


서울 88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귀로는 아침 강화로 들어설 때와 마찬가지로 정체가 심하다. 88 고속도로 서쪽 끝과 김포-강화 구간 확장도로 연결구간 공사가 막바지이니 다음에 올 때는 교통사정도 좋아지고 강화도 가기도 한결 편해질 것이다.


아침 안개는 저녁나절이 되어서도 여전히 걷히질 않는다. 사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아니면 이것저것 섞인 스모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라디오에서 들국화의 노래 <사노라면>이 흘러나온다. 집으로 가는 길은 더디다. 노래 가사처럼 내일은 해가 뜨면 좋겠다.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