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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piene May 12. 2022

프랑스에 요리를 배우러 온 사람

남다르게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독특한 관점

오늘 이야기는 2020년 새해가 된 지 갓 일주일이 된 1/7 저녁,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주간의 유럽 자유배낭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찾아간 첫 도시는 프랑스의 파리였다.

2020.01 / 프랑스 임마누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발 시위가 일어났었다.

파리에 도착한 날에 공항철도(RER)를 타고 숙소까지 갈 예정이었으나 , 공교롭게도 당시 파리는 대중교통을 포함하여 도시 전체에서 공무원들이 파업 운동을 하던 중이었기에 내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었다. 그렇게 눈문을 머금고 우버(uber)를 타고 숙소까지 약 20만 원가량을 냈는데, 당시 20만 원은 파리 3일 치 예산이었고 그렇게 며칠간 아침을 바게트로 배를 채우면서 여행을 했었다. 덕분에 상당히 다양한 파리의 바게트들을 먹으면서 센 강 일대를 산책하는 낭만적인 추억이 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며칠을 보내다가 파리에서 뜨기 전날 아침, 숙소에서 조식을 먹으면서 재밌는 여행자 한분이랑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분은 군대에서 전역하고 지방의 한 대학에서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에 진로에 대해 조금 방황하다가 최근에 프랑스에 왔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도 나는


"유럽에 유학을 오셨나요?"


라고 물어봤었고, 그 대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분은 프랑스의 휴양지로 유명한 '니스'에 위치한 한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사실 전공이랑 본업이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서 나는 전공과 비슷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기존의 진로에 대한 관성을 깰 수 있었고, 그렇게 오전 일정을 포기해서 그 분과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진로에 대해 방황하던 그는, 반년전부터 당시에 일하고 있던 니스의 레스토랑 셰프에게 밑에서 요리를 배워도 되겠냐는 이메일을 하나 보냈다고 한다. 물론 끝까지 리젝(reject, 답장이 없는 상태) 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3달 전에 프랑스 여행겸 프랑스 니스를 방문해서 해당 레스토랑에 직접 찾아가 왜 이메일에 답장을 하지 안 하냐고 컴플레인(=따지는 행위)을 했는데, 그게 먹혔다고 한다. 그래서 그 셰프 밑에서 요리를 하는 방법을 보고 식기세척을 하며 여행 자금에 월급을 보태서 원룸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럼 이제 거기서 직원이 됐나 보네요?"


라는 내 질문에 그는 더 익스트림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두 달가량 그렇게 적은 임금과 여행비로 간신히 연명하던 중이었고 어쩔 수 없이 밤에는 투잡을 뛰면서 원룸 월세를 냈다고 한다.


그러다 셰프가 그분이 투잡을 뛰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정식으로 일해볼 것을 권유했고, 그렇게 우리가 만난 날은 그가 계약서를 정식으로 쓰고 나온 첫 휴가였다고 했다.


작년 이태원에서 작은 가계를 차려서 영업 중이라는 소식을 듣긴 했으나 현재 근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날 점심만큼은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어서 파리 도심으로 지하철을 타고 나갔던 기억이 두번째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파리 전체가 대중교통 파업 중이었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각각 1시간씩 운임을 안 받고 운행을 했었다.


파리에 위치한 피에르 상 셰프님의 레스토랑 (ATELIER PIERRE SANG)

그날 점심은 오베흐껑프 가(Rue Oberkampf)에 위치한 어떤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물론 한인 셰프라고해서, 당연하게 한식 레스토랑인 줄 알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정관념일 뿐.


식당 이름은 ATELIER PIERRE SANG at Oberkampf로 한인 교포 출신 프랑스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의 가계였다. 이날 도착한 그의 식당은 막 영업 준비 중이었고, 바(bar)가 아닌 왼쪽 위의 사진에 나온 레스토랑에서 중식(lunch)을 서빙한다고 해서 그쪽으로 이동했다.


메인과 사이드의 구분이 특별히 없으며 서빙하여 식후에 어떤 음식과 어떤 재료가 나왔는지에 대해서 소개해주지만, 일단 음식이 입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메뉴는 비밀이다. 그래서 하우스 와인 1 글라스와 중식 코스를 같이 주문했었고 가격은 합쳐서 40 유로도 안 했던 것 같다.

코스는 총 4 디쉬로 구성되어있으며 생각보다 배부르게 먹었다.

그렇게 서빙된 음식들은 위와 같다. 이게 얼핏 봐서는 어떤 음식인지  가늠이 안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음식을  접시에 올려놓고 먹을 일이 없기 때문. 그만큼 개성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글에서는 재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삼가하려고 하지만, 간단하게 힌트를 주자면, 동양 음식과 서양 음식의 환상적인 조화가 피에르  셰프의 요리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셰프님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식당이다 보니 식당의 인테리어도 상당히 잔잔하면서 감성이 흐르는 분위기였고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거기에 재료까지 상당히 신선하고 좋다 보니 과연 저 가격에 남는 돈이 얼마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니스로 유학 온 숙소 분과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서는 2년가량이 지난 지금, 피에르 상이 한국에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에르 상 앳 루이비통 팝업 레스토랑

바로 루이비통 하우스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어 한달 가량 예약을 받는다는 것이였다. 이 행사를 알던 시점에 부킹은 모두 완료되었지만, 그래도 파리 본점에서 직접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마냥 아쉽지만은 않았다.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 와서 요리를 했던 화려한 경력을 가진 피에르 상도 숙소에서 만났던 분에 못지않은 요리에 대한 열정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만 달리게끔 차안대를 낀 경주마 마냥, 공부하고 있는 이공계 분야만 바라보고 살아오던 내 자신에게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을 보는 관문을 넓혀준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lapiene 소속 광주과학기술원 직업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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