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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OJO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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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로라 Aug 20. 2022

JOJO 5화


조조가 내려 준 예가체프에서는 구운 귤 향이 났다. 나는 그 향기를 폐까지 깊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코로 내 쉬었다. 소파 옆에 있는 선반은 비자나무를 샌딩 해서 벽돌 위에 올린 단순한 구조였는데 오래된 명상책들이 꽂혀 있어서 그런지 예스럽고 고즈넉했다.

“명상은 주로 언제 해? 밤에?”

“나는 따로 명상하지 않아. 그냥 명상 속에 있어”

“어떻게 그렇게 해?”

“그냥 명상을 오래 하다 보면 그렇게 돼. 알아차림의 상태 속에 있는 거야”

조조는 이어 말했다.

“나는 게으르게 살기 위해서 거짓말하지 않는 삶을 선택했어. 이기심과 자존심을 지키는 삶은 위태롭고 고단해. 보여주기 싫은 모습을 감추려고 종종 거짓말을 해야 하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고자 한다면 내 중심에 있는 신념대로 살면 되고, 신념을 지키고자 한다면 스스로에게 정직하면 돼. 정직한 행동을 하려면 정직한 생각을 하면 되고, 정직한 생각을 하려면 분별과 투사 없는 시선을 갖도록 정진해야 돼. 그게 알아차림이야.

무엇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것은 결코 특별한 능력이 아니야. 분별은 혐오를 잉태하고 진리를 가리는 색안경을 씌우니까.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 이전에 음식은 감사한 것이고, 좋은 것 싫은 것을 따지다 보면 집착과 괴로움이 생겨. 그리고 타인의 더러움은 내 눈이 아니라 내 마음이 보는 것으로 그건 그냥 내 마음의 투사야.”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내 머리카락이 뺨에 붙었다. 조조는 내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내 왼쪽 귀에 꽂아주었다.


기어코 휘발되어버린 청춘이라는 계절, 끊임없이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살았던 그때, 나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조심하거나 조신하기를 강요하면서 살았다. 그리고 내 기준에서 벗어난 날들은 의례 실패한 하루로 간주해버리곤 했다.

그땐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서 싫은 걸 싫다 하지 못하고, 그리움을 사랑이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친구의 새 운동화를 보고 계획에 없던 쇼핑을 하고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 연애는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던 그 시절, 내 의지인 줄 알았던 것들이 실은 타인의 취향이었던 그때, 나는 과연 찬란했을까. 누구라도 내게 '너 지금 이대로 다 괜찮아' 그 말 한마디 해주었다면 나 그리움을 사랑이었노라 고백할 수도 있었을까.

하지만 유난히 더웠던 계절의 한 뼘도 생의 한 부분이 아니었던가. 결국 삶은 피타고라스의 정리처럼 우아하고 심플하게 증명된 순간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구겨진 종잇장 같은 편린들도 한 장 한 장 모으면 한 권의 에세이집이 될 수 있다는 걸 조조의 삶을 보며 천천히 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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