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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OJO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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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로라 Aug 24. 2022

JOJO 8화

“지난겨울,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책을 읽었어. 그 무렵의 나는 우울증에서 비롯된 난독증 때문에 책 한 권을 다 읽어본 적이 없었어. 행과 행과 행 사이가 이별보다 멀고 휴일의 유원지보다 소란스러웠거든.


어차피 집중하지 못할 바에 한 번에 서너 권을 읽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일상의 사물 사이에 여러 권을 섞어 놓고 정신없는 독서를 시작했어. 그림처럼 난해한 텍스트라면 그림처럼 감상하면 되니까.


이렇게 읽다 보니 부담이 없어서인지 제법 진도를 빼는 책도 있었고, 무엇보다 동시에 여러 장르를 읽다 보니 한쪽의 견해나 사상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훈련이 되더라고. 완독을 위한 독서가 아닌, 말 그대로 읽기를 위한 독서를 시작하게 된 거야.


유일한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속도가 더디고 간혹 잘 읽히지 않는 책은 수개월씩 들고 다니다 분실하는 일이 잦아 꼬리가 없는 시작들이 수두룩 하다는 거. 그렇게 오랜만에 끝까지 읽은 책이 바로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야.


딱히 좋아하는 문체도 아니고 특별히 작가의 관상이 취향을 저격한 것도 아닌데 며칠 만에 완독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랄까…


생명의 근원이 사라진 사구에서 곤충을 채집하는 남자를 따라 어떤 궁금한 여행을 시작했는데 여행과 동시에 그러니까, 노래 한 곡으로 치면 인트로가 시작되자마자 책 속의 유일한 주인공이 깊고 어두운 모래 구덩이에 갇혀버린 거야.


나는 물론, 그 깊고 어두운 구덩이에 함께 갇혔어.


그게 이틀 만에 책 한 권을 완독 한 유일한 이유라면 이유일까. 남자와 나는 아침과 밤과 새벽의 경계도 없이 틈만 나면 모래 구멍에서 나오기 위해 필사적인 힘을 냈고, 결국 나는 이틀 만에 그 책을 완독하고 사구를 나오게 돼.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유유한 공기 속에 지릿한 소금 냄새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 결국 모래 구멍은 탈출했지만 이미 더욱 거대한 모래 구덩이 안에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물음들이 맴맴 소리를 내며 내 방 곳곳에 매달려 있는 거야.”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진실에 매달리지만 등을 돌리고 있던 진실의 정면은 때로 범접할 수 없는 거인의 왕국 같아서 나를 더 작고 초라하게 만들곤 하니까.


하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망가져버린 순간에도 꽃은 피어나잖아.”


조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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