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지막 네오 Dec 18. 2023

지옥 시즌1 #2/5

02. 정말 ‘죄와 벌’이 신의 뜻일까?

02. 정말 ‘죄와 벌’이 신의 뜻일까?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을 때 “우리나라에도 뭐, 이런 작품도 만드는 감독도 있었나?” 싶어 알아본 적이 있다.


우리 사회 음지에서 자행되는 부조리를 판타지와 뒤섞어 그럴듯한 강한 비주얼에 담아내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이전에 영화 <반도>(2020), <염력>(2017), <부산행>(2015), <서울역>(2015) 등이 있다.


좀비나 초능력과 같은 기괴하고 무서운 것들을 한국 사회 내 일상적 현실에 덧입혀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내면을 비판적 시선으로 꼬집는 능력이 뛰어나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비주얼적 특징을 활용하여 시선을 모으기 좋고 몰입해서 보다 보면 그것이 좀비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또는 초능력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작품에서 여러 가지 장점을 갖는 수단으로 기괴한 소재를 다루다 보니 연상호 감독의 작품도 요즘의 흥행 조건처럼 되어버린 잔혹하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는 이런 선정성이나 잔혹한 화면 또한 메시지 역할을 하고 있다.


관객은 매체의 이러한 변화에 이젠 너무 익숙해져 버렸고, 다소 과한 경우와 불필요한 화면도 영화나 드라마 전체적인 흐름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 세계의 대중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면을 긁어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담아내고자 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점점 더 강력하고 새로운 표현법이 요구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필요한 표현과 자극 자체를 위한 표현이 혼합된 채 여러 작품이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결국 악순환이다.


조PD의 노랫말처럼 특정한 비판을 위해서라면 쓸데없이 쓰는 욕설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법이라 생각하다가도, 안 그래도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인간 감성은 점점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된다.


이런 작품을 접할 때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회정의란 무엇인가?’, ‘신은 있는가? 있다면 어떤 존재인가?’, ‘죄란 무엇인가?’, ‘죄를 죄로 결정짓는 건 누구이며 어떤 기준으로 판별하는가?’, ‘만약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누가 천국에 갈지, 누가 지옥에 갈 것인지 그 결정은 누가, 어떤 근거로 심판하나?’ 등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드라마 <지옥>은 요즘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는 넷플릭스에서 2021년 11월에 선보였다.


이정재가 <오징어게임>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즌2를 예고하듯 되돌아 나오는 장면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더니, <오징어게임>의 기록을 단 하루 만에 갈아치우는 작품이 바로 공개된 것이다.


고생은 우리 제작진이 하고 돈은 넷플릭스가 거의 다 가져가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흥행이 어렵다며 많은 투자자와 제작사에서 손사래 치던 작품들도 넷플릭스에서는 거금을 투자하여 새롭고 흥미로운 볼거리로 만든다니… 그들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씁쓸하지만 우리 영화계의 투자 현실은 아직도 여배우가 옷을 벗느냐 안 벗느냐가 더 중요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옥> 시즌1은 총 6화로 구성되어 있지만 앞뒤로 3편씩 나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먼저 1화에서 3화까지는 개인적으로 펜인 감독이자 배우 양익준이 형사로 나오는데, 거칠고 강인할 것 같은 인상이지만 사실은 인간미 풀풀 나는 그만의 특유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연기가 아닌 듯 연기하는 배우로서 송강호에 버금가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근래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배우 유아인은 그의 주특기인 미스터리하면서도 똑똑한 두뇌로 사회 질서의 한 축을 뒤흔드는 역할을 연기한다.


천사의 가면을 쓴 악의 결정체 같은 역할이다. 가장 위험한 악의 형태가 바로 철저하게 위선적인 모습을 한 인물일 것이다. 유아인은 이런 역할을 정말 잘 소화하는 배우인 것 같다.


1화의 유아인이 연설하는 장면에서 명대사가 한마디 나온다.

인간의 죄는 여러 가지 이유나 핑계가 있겠지만 죄는 인간이 죄짓고자 하기 때문에 있는 겁니다그걸 부정하면서 인간은 수치심죄의식참회속죄를 잃어버렸습니다지금 신께서는 너무나 직설적으로 여러분에게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 실수하기에 인간이다. 문제는 반성이나 참회라는 단어에서 걸린다.


이 문장이 그럴듯하다는 이유는 그것을 ‘죄’로 판단한다는 일명 ‘신(神)’의 말을 전하고 있는 특정한 한 개인도 결국 인간이고, 신의 말이라고 전하는 말이 신의 뜻인지 아닌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증명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또한 ‘신’의 대리인처럼 구는 인물은 자신의 권위와 아무런 상관없는 권위에 힘입어 대중을 압도하고 있다. 종교적인 여론몰이의 가장 위험한 핵심이다.


그리고 ‘수치심, 죄의식, 참회, 속죄’와 같은 단어들은 모두 인간 사회에서 인간에게 해당하는 것으로써 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더러, 그 단어가 가진 의미가 개인이 아닌 타인(또는 사회나 대중)에게 관계된 경우에만 조직적 다수의 윤리나 법 체제라는 틀에서 판단되는 것이므로, 애초에 신을 대리해 개인이 단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즉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의 내면적인 부분에 대해 비난하고 있는 셈이다.


‘죄’라고 평가하는 문제는 곧 ‘벌(처벌)’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사람의 죄를 신을 끌어와 평가하고 있지만, 죄라고 정의하고 그에 대한 벌을 내리는 것으로써, 결국 자격도 없는 일반 개인이 자신이 판별한 사안에 대하여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육체적 또는 정신적 모두 포함해서)이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느끼는 우월감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극악무도한 인간 내면을 한계 없이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위험한 방식인 것이다.


드라마 <지옥>은 ‘고지’와 괴생물체의 살인 행위라는 미스터리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의 중추에는 ‘새진리회’로 명명된 권력 위주의 이상한 종교단체의 만행에 대한 이야기가 깔려있는 것이다.


(#3으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옥 시즌1 #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