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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20. 2023

지옥 시즌1 #4/5

04. 낙인 효과, 인위적 여론몰이, 항거

04. 낙인 효과, 인위적 여론몰이, 항거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들 세상에 사는 가장 큰 피해자다. 그들은 미래를 꿈꾸지 않고 희망을 잃어버렸다.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났고, 살긴 살아야 하니 자포자기의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경찰서 취조실 장면에 나오는 청소년들은 어른에 대한 존경이나 예의, 공경 따위는 아예 모르는 것 같다. 아는데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모르는 것이다.


유교(儒敎)적 예의는 그저 배척해야 할 구태적인 옛날 것일 뿐이다. 삶이나 인생에 대한 가치와 사람에 대한 존중 따위는 자신이 자라오면서 보고 배운 리스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기회를 잡고, 경쟁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이겨야 하며, 성공은 명예를 세우고,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통장에 죽을 때까지 다 써도 남을 만큼 무작정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그렇게 돈을 벌면 명예도, 학벌도, 직급도, 권력도 다 따라온다고 믿는다.


최근 2024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장용준이라는 아들이 있다. ‘장용준(노엘)’은 2017년 이후 무면허 음주운전,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 측정 거부, 행인 폭행, 경찰관 폭행 등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잘못을 저질러도 힘과 권력만 있으면 쉽게 피해 갈 수 있다는 오만함은 배고파서 빵을 훔쳤다는 죄로 오랜 시간 감옥에 머물러야 했던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은 돈 없이 가난한 것이 죄이지 빵을 훔친 것이 죄가 아닌 세상이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이런 현실을 만든 장본인이 가장 죄가 크다면 클 것인데, 우습게도 모두가 그런 ‘장본인’의 위치에 올라서려고 바둥대며 산다. 참 아이러니다.


태생은 그저 출발점이라고 부른다. 금수저를 입에 물지 못하고 태어난 ‘흙수저’라면 일찌감치 ‘이번 생은 망했다!’라며 내일 인류의 문명이 끝나길 바라며 되는대로 말하고 아무렇게나 행동하기 시작한다.


젊음이 아름다운 이유가 무엇이냐 물으면, 요즘 젊은 세대는 ‘돈이 있어야 아름답게 꾸미죠. 돈 없어봐요. 누가 쳐다나 보나…’라고 대답할 것이다.


젊음이 아름다운 이유는 내일이 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고, 계획할 시간이 있으며, 자신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시간과 건강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강인한 자아로 주체성을 가지고 개성적인 멋을 즐길 수 있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와 삶도 훨씬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하고 바라본다.


젊은 세대가 드라마 <지옥>의 정진수처럼 그 좋은 머리를 잘못된 욕망 해소에 사용하지 말고, 절망이나 인생 도피가 아닌 희망을 꿈꾸고,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 때, 생각보다 더 많은 문제가 풀릴 것이다.

지금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데 대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아! 흥분해서 사설이 좀 길었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와서…)


진경훈(양익준), 정진수(유아인)와 더불어 진짜 주인공은 민혜진(김현주)이다.


그녀는 <지옥>에서 변호사로 나온다. 민혜진이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라는 이유는 시즌1에서 끝까지 생존하여 이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민혜진은 암에 걸려 투병 중인 노모를 모시고 사는 평범하고 성실한 변호사지만, 이 기괴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지옥>의 세계관도 몇몇 규칙 같은 것이 정해져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고지’를 받은 사람들은 이미 죄인이며, 지옥에 가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지옥이나 천국이 있는지, 인간이 죽으면 어떤 형태로, 어디로 가는지, 사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천국이나 지옥과 같은 실재하지 않는 어떤 공간적 이미지가 누구에게나 상징적으로 통용된다는 것만 봐도, 선사시대 이전부터 시작된 좋고 나쁨에 대한 선악 구별이 인간 뇌에 각인된 채 얼마나 긴 세월을 거쳐 왔는지 알 수 있고, 그래서 그러한 부분을 활용하는 종교의 변질은 하루빨리 바로 잡혀야 할 사회 내부의 시스템 중 하나라고 본다.


이런 종교의 선과 악에 대한 구도는, 원래는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기를 바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드라마 <지옥>에서처럼 사람들에 의해 ‘나쁜 도구’가 되어버린 것 같다.


죄가 있는 사람은 지옥, 선하고 착한 사람은 천국에 간다는 말 때문에 미리 고지되는 ‘지옥행’은 멀쩡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극악죄인으로 만든다.


즉 ‘고지’를 받는다는 것은 중세 시대의 ‘주홍글씨’ 낙인을 받는 것과 같다. 종교가 신앙(信仰, 믿는 것)을 너머 권력으로 변질되면 벌어지는 또 다른 권력형 폭력의 형태다. 당시에는 가장 힘없고 약한 약자인 여성을 상대로 저질러졌다.


이렇게 묻고 싶다. 이렇게 사람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낙인을 찍어 처벌하는 것이 정말 신의 뜻일까? 신의 뜻이라고 해도, 그렇다면 신은 어디로 가고, 모든 걸 사람이 대신하는 걸까? 그 사람이 신의 대리인이라는 증명은 무엇이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사람이 사람을 구별(차별)하고, 선별하며, 선택하고, 선고하고, 처벌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결국 ‘신(神)’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또 다른 권력의 도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사람들이 ‘고지’를 받고 괴물들에 의해서 처벌받는다는 이 기괴한 현상을 이용해 정진수가 만든 ‘새진리회’라는 신흥종교단체와 신의 뜻에 따라 처벌을 실행한다며 폭력을 자행하는 ‘화살촉’이라는 무리까지 나타나면서 드라마에서의 사회는 점차 주홍글씨를 새기던 중세 시대처럼 변해간다.


급기야 ‘가짜뉴스’로 조작, 형성되는 여론처럼, 새진리회는 이런 ‘주홍글씨’ 낙인이 이미 찍힌 피해자를 매수하여 ‘공개 시연’이라는 것을 통해 완전히 사회를 장악하려 한다.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 나타났고, 그 반대편에서 분연히 일어서 항거하는 모습이 바로 민혜진(김현주)의 모습이다. 어떤 이념이든 불순한 목적으로 사회가 장악되면 그에 대항하는 세력도 반드시 나타난다. 반드시!


(#5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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