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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Yeon Cha Sep 25. 2015

엄마를 기다리는 밥상

울 엄마를 나의 부엌으로 초대합니다.

중학교 3학년,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울 엄마는 하나님 곁으로 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베란다 문을 열고 저만치에서 걸어오는 나를 향해

"어서 온나." 하고 손을 휘휘 위 아래로 저으며 

나를 몇 번이고 부르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울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그렇게 기다렸다.    


신이 나서 온 힘을 다해서 집 쪽으로 달려가 발을 동동 구르며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벌써 엄마는 가슴을 활짝 벌리고 나를 기다리고 서 있다.

그러면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튀어 나가 엄마한테 와락 안긴다.    

나의 간식을 준비하느라 몸에 밴 음식 냄새와 엄마의 따뜻한 살갗 냄새가

아직도 생생하고 이 순간에도 코끝에서 맴돈다.

   

비 오는 날이면 특히 상 위에 잔치가 열리는데

엄마가 직접 반죽한 수제비를 뚝뚝 뜯어 넣은 시원한 멸치 육수로 맛을 낸 감자 수제비,

호박, 양파, 감자 세 가지만 넣고 부쳐낸 부침개,

엄마가 하나하나 깎은 꼬치에 꽂은 어묵...

이 모든 것을 곱디 고운 색을 내는 김치와 먹을 때면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엄마 최고!"

하며 엄지를 척하니 추켜올리면

엄마는 내 궁디를 툭툭 치면서

"어서 무라 내 새끼야."

하며 흐뭇하게 날 바라보았다.    


나에게 따뜻한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에 하나님께 감사한다.    


신기하게도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는데 엄마가 해 준 음식의 맛이 전혀 잊히지 않는다.

혹시나 마법의 가루를 넣었다 하더라도 울 엄마, 친구 엄마, 동네 아줌마 음식이 

다 다른 것을 보면 '엄마 손맛'은 정말 있다.    


부엌에 서서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쏟다 보니 

과거의 엄마가 날 위해 쏟은 마음이 고스란히 읽어진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하고 아린다.    


누구에게도 음식을 배워본 적 없지만 엄마의 손맛을 곧잘 낸다.

주변에서도 칭찬 꽤나 듣는 걸 보면 

옛날 동네에서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울 엄마 손 맛을 닮긴 했나 보다.    

이젠 제법 할 줄 아는 음식의 가짓수도 많고

맛의 깊이도 낼 줄 아는데

정성스럽게 차린 한 상 울 엄마한테 차려 드리고 싶건만

엄마는 없다...        

...            

난 다시 부엌에 선다.

엄마에게 한 껏 받은 사랑을 담아

내 가족을 위해 오늘도 상을 차린다.    

"엄마! 나 잘 했지?"    



내 손 끝에 함께 있어 주는 울 엄마한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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