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를 나의 부엌으로 초대합니다.
중학교 3학년,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울 엄마는 하나님 곁으로 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베란다 문을 열고 저만치에서 걸어오는 나를 향해
"어서 온나." 하고 손을 휘휘 위 아래로 저으며
나를 몇 번이고 부르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울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그렇게 기다렸다.
신이 나서 온 힘을 다해서 집 쪽으로 달려가 발을 동동 구르며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벌써 엄마는 가슴을 활짝 벌리고 나를 기다리고 서 있다.
그러면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튀어 나가 엄마한테 와락 안긴다.
나의 간식을 준비하느라 몸에 밴 음식 냄새와 엄마의 따뜻한 살갗 냄새가
아직도 생생하고 이 순간에도 코끝에서 맴돈다.
비 오는 날이면 특히 상 위에 잔치가 열리는데
엄마가 직접 반죽한 수제비를 뚝뚝 뜯어 넣은 시원한 멸치 육수로 맛을 낸 감자 수제비,
호박, 양파, 감자 세 가지만 넣고 부쳐낸 부침개,
엄마가 하나하나 깎은 꼬치에 꽂은 어묵...
이 모든 것을 곱디 고운 색을 내는 김치와 먹을 때면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엄마 최고!"
하며 엄지를 척하니 추켜올리면
엄마는 내 궁디를 툭툭 치면서
"어서 무라 내 새끼야."
하며 흐뭇하게 날 바라보았다.
나에게 따뜻한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에 하나님께 감사한다.
신기하게도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는데 엄마가 해 준 음식의 맛이 전혀 잊히지 않는다.
혹시나 마법의 가루를 넣었다 하더라도 울 엄마, 친구 엄마, 동네 아줌마 음식이
다 다른 것을 보면 '엄마 손맛'은 정말 있다.
부엌에 서서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쏟다 보니
과거의 엄마가 날 위해 쏟은 마음이 고스란히 읽어진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하고 아린다.
누구에게도 음식을 배워본 적 없지만 엄마의 손맛을 곧잘 낸다.
주변에서도 칭찬 꽤나 듣는 걸 보면
옛날 동네에서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울 엄마 손 맛을 닮긴 했나 보다.
이젠 제법 할 줄 아는 음식의 가짓수도 많고
맛의 깊이도 낼 줄 아는데
정성스럽게 차린 한 상 울 엄마한테 차려 드리고 싶건만
엄마는 없다...
...
난 다시 부엌에 선다.
엄마에게 한 껏 받은 사랑을 담아
내 가족을 위해 오늘도 상을 차린다.
"엄마! 나 잘 했지?"
내 손 끝에 함께 있어 주는 울 엄마한테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