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다짐한다.
오늘은 아이에게 잔소리하지 말고 예쁘게 이야기해 주자고.
하지만 어김없이 하교한 아이를 보면,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이 집 안을 떠돈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왜 안 하니?"
잔소리꾼도 이런 잔소리꾼이 없다.
무심코 아이를 지켜보던 어느 날,
아주 우연히 아이의 행동 패턴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늘 잘 해냈다.
친구랑 놀기, TV 보기, 게임하기, 그림 그리기.
심지어 그것들을 하기 위한 조건도 척척 해냈다.
게임을 하려면 숙제를 했고, 용돈을 받으려면 이불도 정리했다.
하지만 스스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달랐다.
공부도, 책 읽기도, 영어 원서 읽기도.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는 잘 옮겨지지 않는 일들이었다.
셀프 동기부여가 됐을 때는 곧잘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아이와 나는 전쟁에 가까운 기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문득 생각했다. 이건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새해가 되면 우리도 계획을 세운다.
한 달 계획, 한 주 계획, 하루 계획까지.
좀 더 세분화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라면 더 구체적인 실천 항목들까지 세워둔다.
해야 할 일들을 줄줄이 적어놓지만 실천하지 못한다.
아마도 진심으로 원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을 때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일들을.
1. 책 읽기
2. 드라마 보기
3. 지인들과 이야기 나누기
너무 뻔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세 가지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나는 생각을 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내가 영감 받은 것, 깨달은 것, 경험한 것을 나누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까지 생각해 보니 작가와 강사라는 직업은 방향은 맞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부동산 강의를 하던 사람이다.
부동산에 관심 많고, 답사다니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강의까지 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참 이상했다. 부동산 강의를 할 때의 나는.
혼자 공부하고 투자하러 다닐 때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지역만 돌아다니면 됐는데, 강사는 달랐다.
내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래서 자꾸 불편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고, 내가 관심 있는 지역은 거의 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돌아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다. 심지어는 답사를 다니다가 한 지역에 중개사무소를 오픈할 정도로 임장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강의는 달랐다.
왜냐하면 강의해야 할 카테고리를 결정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내가 만든 교안인데 내 이야기가 아닌 것 같고, 자꾸 위축되기를 반복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예전처럼 돌아다니면 되잖아?"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우리 아이처럼,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니었다는 걸.
그래서 과감히 내려놓기로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과 입지를 다져가던 강사로서의 커리어를.
그리고 70일이라는 시간 동안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며 알았다.
나는 내 생각, 내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거겠지?
가끔은 멈춰 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보이지 않았던 것들.
오늘은 그런 날이다. 내가 나를 발견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