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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Feb 07. 2021

승리호의 전진을 바라보며

<승리호>: 한국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시발점


“비켜라, 이 무능한 것들아. 저건 내 거다.”




영화 <승리호>의 개봉을 보며 드는 생각은 두 가지였다. 한국 SF 영화 중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가 나온다는 반가움, 그리고 어떻게 영화화될 지에 대한 걱정 두 가지였다. 오늘 오전에 <승리호>를 모두 본 결과, 그래도 10점 만점에 7점은 주고 싶다. <승리호>가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라서 주는 평점이 아니다. 엄청 잘 만들어진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보다는, 스타 출연진과 좋은 CG가 만난 킬링 타임용 영화에 가깝다. 그럼에도 한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가 더 많이 등장하고 <승리호>의 이야기가 더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적는다.  



   

익숙한 대신 녹아드는 이야기



<승리호>는 아무리 보아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굳이 따지면 한국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톤 앤 매너에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스토리를 더한 영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말했다시피 스토리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영화다. 대신 <승리호>는 그동안 북미/유럽권에서 등장한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들과는 또 다른 결의 세계를 보여준다. 만국 공통어 영어로 모두가 말하는 우주가 아닌, 제각기 다른 언어로 말해도 번역기가 모두 즉각 통역해주는 우주. 대부분의 한국 영화들에 한국인이 아닌 다른 인종이 등장할 때 나오는 어색함이 있는데, 다행히 <승리호>는 그 어색함을 많이 피해 갔다. 대부분 백인이 자주 등장하는 다른 한국 영화와는 달리, 중국인/유럽인/인도인 등 다양한 인종들이 녹아든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승리호 4인방과 꽃님이가 ‘가족’이 되어가는 서사다. 이 서사 역시 낯선 서사는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히트한 <부산행>의 서사와 비교해도, <승리호>의 서사는 한국 사회 특유의 ‘정상가족 신화’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자신이 입양한 아이 순이를 찾는 김태호, 설리번을 죽이려는 꿈을 가진 장 선장, 한때 지구에서 알아주는 조폭이었던 타이거 박에 안드로이드인 업동이까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가족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가족애에서 흔히 나타나는 유사 어머니/아버지/딸/아들의 틀에도 맞지 않는다. 그나마 어린 여자아이인 꽃님이가 딸의 포지션에 들어오는 듯 하지만 꽃님이는 4인방의 나이와 상관없이 삼촌/언니라고 부른다. 그래서 <승리호>는 한국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의 시발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SF 장르가 가진 사상과 상상력을 상업 영화로서 잘 녹여낸 영화다. 


   

승리호가 계속 날아가려면




아쉬운 점을 뽑으라면 많다. 웹툰에 비해 비중이 별로 없는 장 선장도,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안드로이드 업동이의 활용도 모두 아쉽다. 한국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니, 아쉬움은 다음 시리즈로 풀어가도록 하자. 한국 SF,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갈 길은 아직도 멀다.




※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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