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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길을 가려면 나침반이 있어야 한다

작가/PD의 길을 걸을 때, 나침반이 되어준 브런치

by 유녕
아니, 벌써 10년?


브런치 서비스가 어느새 10주년을 맞이하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나 역시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 시기가 2016년이니, 브런치 작가 중에서도 꽤나 터줏대감이 된 셈이다.

그리고 2016년부터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브런치는 나의 많은 꿈을 이루어준 곳이었다.

콘텐츠 비평 작가로서의 처음 이름을 알린 곳이 브런치였으며,

브런치 무비패스/MBC 청년시청자위원회 M씽크 1기/넷플릭스 스토리텔러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대학 졸업반 시기에 시작한 브런치 활동으로 인해,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생각한(정확히는 당연시되었던) 대학원/학자의 커리어가 아닌

드라마 PD/작가로서의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브런치는 나에게 감사한 곳이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나의 고민과 방향성을 가감 없이 담고,

나의 글을 쓰면서 방향을 알려준 나침반이었기 때문이다.


방황하던 중에 만난 나침반


2016년에 처음 브런치 작가에 지원했을 때는, 나름 대학 생활의 슬럼프를 겪고 있던 시기였다.

2016년 1학기에 미국 캘리포니아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한국에 돌아와서 지독한 슬럼프를 겪으면서 생전 처음으로 술을 마시다가 토했던 시기다.

그 당시의 슬럼프에 대해 딱 한 개의 글만 썼는데도 단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운이 좋았다.

그전에도 대학생 때 나의 일상이나 페미니즘 등 다양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은 꽤 있지만,

글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브런치의 작가로 일하면서

내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일상/페미니즘/연애 관련 글보다는

콘텐츠 비평이나 관련 글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 더 좋은 작가라는 점을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처음 깨달았다.

그리고 브런치 무비패스/MBC 청년시청자위원회 활동 등을 하며,

고등학생 때부터 마음속으로 생각만 했던 드라마 PD/작가에 대한 꿈을 드디어 직면할 수 있었다.

고3 때도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는 못해도 드라마 작가/감독/음악감독의 이름은 다 줄줄이 외우던 나였지만, 오히려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못했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콘텐츠 관련 활동들을 하면서 깨달았다.


아, 이 사랑에서 내가 더 이상은 도망칠 수 없겠구나.


드라마 작가/PD의 꿈은 현재 진행형


그래서 그 세월 동안 드라마 작가/PD로서의 꿈을 모두 이루었냐고 하면, 아직은 다 못 이루었다.

이름 들으면 알법한 드라마 제작사의 기획 PD로서도 일했고,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운영하는 드라마작가교육원에도 합격했고,

원더스토리 에디터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AI 툴로 숏폼 드라마 기획안/대본을 작성하여

플랫폼 피칭 단계까지도 갔다.

그러나 인생은 어디로 튈지 몰라서,

20대 중후반 즈음에 가정사/커리어/인간관계가 모두 꼬여버려

1년 반-2년 정도는 매일 밤 울면서 잠들며 진흙탕에 빠져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진흙탕에 빠져도 나올 구멍은 있었다.

그 진흙탕에 빠진 동안 느낀 슬픔과 분노를 브런치의 글로 적기도 했고,

긴 커리어의 공백기를 벗어나 AI 스토리텔링 기법을 가르쳐준 멘토도 브런치에서 만났다.

그러니 내 꿈의 나침반이 되어준 브런치, 그동안도 고마웠고 앞으로도 고마울 것이다.

이 진흙탕을 빠져나가고 다시 꿈의 날개를 펼칠 때, 그때도 브런치 작가로서 브런치와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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