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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May 23. 2018

다 비슷비슷한 축구 중계는 아니야

‘축알’이 아닌 ‘인알’이 보는 2018년 MBC 월드컵 중계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축구인들의 축제, 월드컵이 다가왔다. 나처럼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전국민적 행사로만 느껴지지만, 축구 팬들에게는 더더욱 신나는 축제다. 아직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시작하기까지 한 달이 남은 지금도, 월드컵 대표팀의 명단은 실시간 검색어에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승우 선수와 손흥민 선수를 드디어 월드컵에서 볼 수 있다니! 


동계 올림픽에서 여자 컬링과 피겨 스케이팅은 재미있게 잘 봤지만, 축구나 야구와 같은 스포츠는 잘 안 보는 편이다. 그런 사람이 러시아 월드컵에 대해서 뭘 말할 수 있겠냐고? 그래서 내가 잘 모르는 분야보다는 잘 아는 분야를 소개하고자 한다.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인알못’(인터넷 알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다 똑같지 않아?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경기를 볼 때, 경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방송 중계를 어떻게 하느냐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어째 지상파 3사가 하는 중계들이 다 비슷해 보인다. 그나마 다양한 종목이 있는 올림픽은 중계 종목을 선택할 수 있지만, 월드컵은 종목이 축구 하나뿐이다. 올림픽은 2주 내내 대한민국의 출전 경기를 볼 수 있지만, 월드컵은 대한민국 대표팀이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조별예선 3 경기만 남게 된다. 그러니 월드컵 중계는 올림픽 중계에 비해서도 차별을 두기가 훨씬 힘들다. 축구 팬이라면 영국, 스페인, 브라질 등의 축구 경기들도 찾아보겠지만, 국민 행사 ‘월드컵’이기 때문에 중계를 보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중계 위원에 가장 신경 쓸 것이다.  


그래서 MBC가 내세운 월드컵 중계 ‘삼각 콤비’는 안정환, 서형욱 해설위원과 김정근 아나운서다. 최근 몇 년간 예능에서 종횡무진했던 안정환 해설위원, 오랜 기간 MBC 스포츠에서 자리를 지키고 해외 축구통인 서형욱 해설위원, 그리고 MBC에 오랜만에 돌아온 김정근 아나운서의 콤비는 꽤나 야심 차다.  


그리고 MBC 중계를 더더욱 알릴 비밀 병기가 있다. 


감스트가 MBC 중계에 떴다!



BJ 감스트가 2018년 MBC 러시아 월드컵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를 잘 모르는 사람이면 “누구길래 월드컵 홍보대사가 되었지?”라 물어보겠지만, 그는 유튜브에서 56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축구 전문 BJ이다. 특유의 세레모니 춤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던 그가 MBC 월드컵 홍보대사가 되어 정식 중계방송에 등장하고, 안정환 해설위원과 셀카를 찍으면서 소위 ‘성덕’이 되었다. MBC의 대표 예능 중 하나인 <라디오스타>에도 조만간 출연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MBC 러시아 월드컵 홍보대사가 되었다는 소식에는 반응이 제각각이다. 그의 방송을 보던 팬들은 성공했다고 말하고, 잘된 일이긴 하지만 정작 해설 방송을 보고는 “많이 굳은 느낌인데?”하고 갸우뚱거리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BJ가 지상파 방송에서 스포츠 해설위원과 같이 방송을 진행하는 상황이 영 익숙하지 않다. 분명 신선하지만 리스크가 있는 시도다. MBC 스포츠국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BJ 감스트를 섭외한 것일까?


TV 속으로 들어온 인터넷 방송


필자는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이다. 그리고 구독하는 채널의 종류도 다양하다. 뷰티, 댄스, 음악, 웹 드라마, 게임 등을 가리지 않고 본다. 기분 좋게 외출하고 싶을 때 뷰티 유튜버의 메이크업을 따라하기도 하고, 유튜버가 영상에서 추천하는 귀걸이를 눈여겨보기도 한다. 스토리 있는 게임은 좋아하지만 손이 영 느려서 게임 자체를 잘 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기보다는 게임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는 게 더 편하다. <The Last of Us>, <왕좌의 게임> 게임판, <BioShock> 등의 좋은 게임을 멋지게 플레이하는 영상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채널의 춤 영상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필자의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는 한두 시간 동안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유튜브만 보는 것이다. 생각이 너무 많을 때 머리를 비울 수 있는 방법이다.  


어디 나만 그럴까? 학교 식당에서 혼밥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용히 밥만 먹지 않는다. 거의 95%는 핸드폰을 들고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본다. 인터넷 방송, 유튜브는 이미 10대, 20대에게 있어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가 되어버렸다. 메이크업에 관심 있는 10-20대 여성이라면 대부분이 포니, 라뮤끄와 같은 뷰티 유튜버를 알고, 유튜브를 많이 보지 않더라도 광고에서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은 다들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인터넷 방송은 젊은 층에게 그냥 TV보다도 영향력이 강해졌다. 수십 만, 백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는 안정적인 수입은 물론 많은 콜라보 제의가 들어온다. 



그리고 그 콜라보 대상은 기존 방송도 예외가 아니다. CJ E&M은 아예 다이아 티비로 유튜버들을 위한 TV 채널을 만들었고, MBC는 일찍이 인터넷 방송의 플랫폼을 <마이 리틀 텔레비전>(2015-2017)에서 이용한 바 있다. 최근 4월 11일 <라디오스타>에 이사배가 나왔을 때 많은 ‘꼼화 아가씨’(이사배가 시청자들을 부르는 애칭)들이 설레어했다. 


그래서 감스트가 MBC 월드컵 홍보대사가 된 것은 그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기존 방송과 인터넷 방송의 묘한 협력 관계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인터넷 방송 특유의 직설성을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를 섭외하는 데 참여한 김병철 PD는 그의 K리그 홍보대사 활동을 보고는 섭외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인터넷 방송 속 감스트의 모습도 물론 볼 수 있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MBC 방송을 틀어놓고 중계를 할 것이며, MBC의 디지털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참여한다.  


2018년 6월 14일. 월드컵 개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MBC의 전략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화제성에 있어서는 좋은 전략을 취했다고 생각한다. 당장 인터넷 검색 창에 감스트를 쳐봐도 라디오스타와 mbc가 뜨는 게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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