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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Apr 21. 2022

고양이 신부전 간병기4-강제급식의 기술

요다 제 33화

2021년 10월 28일 목요일 <강제급식의 기술>

내가 준비한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기를 이토록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던가. 나는 식사 때마다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도록 여러 브랜드의 처방식을 준비했고 준비에 부족함이 없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음식을 날랐다. 요다가 접시로 향하는 동안 나는 숨죽였다. 요다의 식욕은 비누 거품처럼 연약해서 작은 숨소리에도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요다는 결코 음식에 선뜻 다가서는 적이 없다. 요다의 코끝이 접시로 향하는 길고 긴 시간 동안 나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주인공 요리사가 사력을 다해 만든 음식을 음식 평론가에게 선보인 뒤 그 반응을 살피는데, 평론가가 포크를 들어 음식을 입에 가져가는 짧은 순간이 요리사의 시점에서 영원처럼 길게 편집된다. 그런데 요다의 코끝은 아무런 영화적 효과 없이도 그보다 더 천천히 음식으로 향했고, 나는 숨을 참고 그걸 지켜보느라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한 마리 고양이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게 그의 별점에 식당의 성패가 걸린 평론가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만큼이나 간절할 수 있는 것이다. 평론가는 음식을 맛보더니 차가운 눈매가 부드럽게 누그러지면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나 요다는 냄새를 맡아보고는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요다 스스로 밥을 먹게 하려는 나의 노력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강제로 먹이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요다와 몸싸움을 하다시피 해가며 밥을 먹이고 일어나서 보면 입에 들어간 것보다 바닥에 떨어진 게 더 많았다. 유튜브에 ‘고양이 강제급식’을 검색했다. 놀랍게도 유튜브에는 거의 모든 분야의 고수들이 상시 대기 중이다. 맨 위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클릭했다. ‘고양이 없는 사람 누구입니꽈아아아’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중년 여자가 고양이를 무릎에 앉히고 티스푼으로 유동식을 떠먹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양이가 식탁 예절을 잘 교육받은 아이처럼 얌전히 앉아서 주는 음식을 날름날름 받아먹는 게 아닌가. 나는 동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고양이가 고분고분 밥 먹는 모습이 보고 또 봐도 싫증이 나지 않았고, 여자가 힘 하나 안 들이고 고양이를 다루는 기술은 경이롭기만 했다. 여자는 방바닥에 철퍼덕 앉아 수더분한 말투로 강제급식의 기술을 전수했는데, 평범한 모습에서 오히려 심상치 않은 무공이 느껴졌다. “베테랑 집사와 초보 집사는 애들이 뱉는 걸 속수무책으로 당하느냐 막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요령은 뱉으려고 할 때 손으로 아래턱을 살짝 밀어주는 것입니다. 말은 쉽지만, 신기에 가까운 미묘하고 섬세한 손기술이 필요하고, 이것은 오랜 수련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습니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강제급식에 재도전했다. 먼저 그가 하는 대로 요다를 등이 보이게 앉혔다. 그전까지 나는 요다를 마주 앉혀 놓고 밥을 먹였는데, 등이 보이게 앉히는 것만으로 밥 먹이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강제급식에 있어서도 바른 자세가 기본인 것이다. 한 동작씩 그를 따라 했다. 그가 하듯 일련의 동작을 물 흐르듯 해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서툴게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밥을 뱉어내는 양이 반의반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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