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에 새로 브런치를 통해 에세이를 쓰게 된 (낯간지럽지만) 작가 유니라고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건강에 안 좋은 대학인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졸업한 프로그래머이자,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입니다. 최근엔 많이 호전되어 멀쩡한 상태일 때가 훨씬 많지만, 지금만 해도 꽤나 악독한 우울 삽화에 빠져 있습니다. 이미 저는 삶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를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삶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제가 비관주의자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세상 위에서 좋아하는 것들이 아직 많이 있거든요.
아름다운 음악을 좋아합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과 어쿠스틱 인디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몇 가지 꼽자면, 클래식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 3번과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4번을 꼽을 수 있겠고, 인디 음악에서는 안녕하신가영의 음악 대부분과 가을방학의 음악을 사랑합니다. 요즘은 노르웨이 숲이라는 그룹과 치즈라는 인디 아티스트도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글을 좋아합니다. 소설도 좋아하고, 에세이도 좋아하고, 철학 고전도 좋아합니다. 요즘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입니다. 최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과 황정은 작가님의 '백의 그림자'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요즘 같은 날은 거의 매일 같이 서점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집에 돌아오는 날이 많군요.
이외에도, 아름다운 그림, 카페, 건축물, 맛있는 음식 등 이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저는 그래서 삶의 목표를 이렇게 정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가능한 한 모두 누리고 세상을 떠나자. 저는 행복이라는 것은 신기루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지만, 정말 행복한 사람은 사실 많이 없죠. 사실 내가 어떤 상태, 어떤 지위가 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할 때의 그 '행복'은 진짜 행복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신기루는 보통 사회가 내 마음에 주입한 것으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닐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저는 모범적인 삶을 더 이상 살지 않으려 합니다. 일단 사람들이 '모범'이라 여기는 삶의 모습을 따라가기에는 저는 초장부터 너무나도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설 것이고, 제가 발견한 아름다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데에 의의를 두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을 '아름다운 글'로 바꾸어 여러분께 드리는 것이 하나의 단기적인 목표였습니다. 이번에 브런치 작가로 합격하게 되면서, 누군가는 나의 글을 '아름답다고' 평가해 주셨겠구나, 라며 내심 살아갈 용기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 앞으로도 저와 아름다운 것을 나누어 가요.
* 이 브런치에 글은 주 2회 연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우울 삽화 때문에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곳에는 양극성 장애 환자가 바라본 세상, 또는 제가 그 와중에 발견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연재해 볼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사랑'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