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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Apr 16. 2018

경조증 (Hypomania)

지금도 그렇지만, 한동안 취업 준비때문에 글을 쓰지 못했다. 지금은 기업은행 인적성 시험을 앞두고 있고, LG CNS와 LG 전자 인적성 결과를 대기하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1차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이유는 바로 경조증(Hypomania) 때문이다.


2월부터 3월까지는 우울의 화신 그 자체였는데, 요즘은 우울증의 정반대, 조증이 찾아왔다. 정확히는 생활 자체가 파탄이 날 정도인 '조증'이 아닌 '경조증'이긴 하지만. 조증이 존재하는 우울증을 양극성장애 1형이라 부르고, 경조증이 존재하는 우울증은 내가 앓고 있는 양극성장애 2형이다. 경조증의 증상은 일견 일상에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잠을 자지 않아도 몸에 활력이 솟구치고, 공부도 굉장히 잘 되고, 무슨 일을 벌여 놔도 전부 척척 해낼 수 있다. 나는 어제 잠을 단 한 숨도 자지 않았고(즉, 밤을 샜다), 오늘은 1시간 40분밖에 자지 않았고, 커피도 마시지 않았는데 전혀 졸리지 않고 쌩쌩하다. 그러면서 영단어 암기, 영어 소설 읽기, 알고리즘 공부, Problem solving 연습, 주말미사 참석까지 전부 다 해 냈다. 그야말로 슈퍼맨 아닌가.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스팀팩은 피를 깎아 효율을 얻듯이, 경조증은 마냥 공짜로 얻은 슈퍼맨 모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조증삽화 직후 삽화에서 들떴던 만큼의 우울삽화가 찾아온다. 일단 지금까지 취하지 못한 수면과 휴식이 경조증삽화 종료와 함께 한꺼번에 몰려와 깊은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내 경험상 경조증삽화는 그리 길지 않다. 몸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높은 확률로 취업 준비에 골몰해야 할 시점에 심한 우울삽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큰일 난 것이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 경조증삽화에서 평상으로 연착륙시킬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보통 조증에 쓰는 약물이 굉장히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적확한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내일 병원에 가는데, 꽤 긴 상담이 될 것 같다.


이것이 양극성장애 환자의 밝은 극성일 때의 모습과, 걱정이다. 요즘 이렇게 살고 있다고 근황을 알리고 싶어서 글을 적어 보았다. 앞으로 취직 과정이 완료되는 대로 브런치 연재를 계속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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