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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ey J Sep 03. 2018

전작에 대한 향수, 멋진 에필로그, <맘마미아 2>

시작과 끝, 그리고 또다른 시작을 그리다(스포주의)

뮤지컬 맘마미아 포스터와 영화 1편 포스터. 다들 풋풋하시다(출처:london theatre, imdb)

 나에게 맘마미아는 특별한 작품이다. 내가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기도 하고, 내가 여태까지 뮤지컬을 좋아하게 만든, '텅장인생'을 살게 한 원흉이기도 하다. 중학생 시절 방학 숙제를 하겠다며 음악회 대신 맘마미아를 봤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 배우가 각각 도나, 타냐, 로지, 그리고 배해선 배우가 소피를 연기했었다. 이중에서도 배해선 배우는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오랜만에 이 분이 뮤지컬을 할 때면 간만에 최애가 노래를 한다며 찾아간다. 어쨌든, 나에게 문화충격을 줬던 맘마미아가 영화로 찾아왔을 때 난 너무 좋았다. 아니, 여전히 좋아한다. 메릴 스트립과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완벽한 도나와 소피였다. 'Thank you for the music'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만 나오고, 소피가 악몽을 꾸며 부르는 'Under Attack'은 실종되었고, 도나와 해리가 파리에서의 만남을 회상하며 부르던 'One last summer'도 없지만(소피가 3아빠랑 부름) 그저 맘마미아를 다시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좋은, 좋아하는 작품이다.


똑똑한 속편, Mamma Mia 2


맘마미아 2 포스터(이미지출처:imdb)

 10년 전과 동일한 캐스트로 돌아온 속편인만큼 성숙해진 아만다 사이프리드, 멋있게 늙어가는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메릴 스트립, 크리스틴 바란스키, 줄리 월터스 등의 배우들이 반갑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뉴페이스들이다. 젊은 시절의 도나를 연기한 릴리 제임스부터 모든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정말 뛰어나다(특히 젊은 타냐와 로지는 혈육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어디서 그런 배우들만 잔뜩 데리고 왔는지!

맘마미아의 친숙한 얼굴들, 그리고 뉴페이스들(이미지출처 : imdb)

 영화는 그리스의 아름다운 섬 칼로카이리에서 시작된다. 1편의 주인공이었던 도나가 1년 전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꼐. 새로운 세상을 보러 떠났던 도나의 딸 소피는 다시 돌아와 도나의 호텔을 이어받아 재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호텔, '호텔 벨라 도나'의 오픈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오는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소피의 표정은 밝지 않다. 샘, 해리, 빌에게 무작정 편지를 보내던 철없던 청춘 소피는 스카이와의 미래를, 호텔과 자신의 미래를 걱정, 고민하는 등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이 스카이와의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점차 도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엄마의 헌신, 희생을 꺠닫는다.

 영화의 이야기는 호텔 벨라 도나의 오픈을 준비하는, 그리고 임신을 알게된 소피의 이야기와, 1편에서 대사로만 등장한 도나와 세 아빠들의 첫 만남. 이렇게 두 가지의 스토리로 진행된다. 화면은 젊은 도나의 여정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성숙해지는 소피의 모습, 동선과 겹쳐진다. 이 부분에서 '맘마미아 2'의 똑똑한 연출이 돋보인다. 소피가 아름답게 꾸민 호텔과, 미래에 호텔이 될 집을 처음으로 마주한 도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폭풍 속 도나와 샘의 첫 만남, 교감, 그리고 폭풍 속에서 소피와 샘과의 교감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그리고 음악적인 면에서도 똑똑한 연출을 볼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맘마미아 1'에서 ABBA의 수많은 명곡들이 나왔다. 물론 나오지 않은 명곡들이 더 많지만, 스토리, 시간 상 그 모든 명곡들을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속편에서도 1편에서 사용되었던 곡들이 다시 사용된다. 'Mamma Mia', 'Dancing Queen', 'Super Trouper' 등의 메가 히트곡은 이번 속편에서도 등장한다. 여기서 내가 똑똑한 속편임을 느낄 수 있던 지점은 이 부분에서 계속 1편의 장면들이 오버랩된다는 것이다. 샘과 헤어진 실연의 슬픔과, 극복을 보여주는 'Mamma Mia'는 1편에서 전 애인들을 본 도나의 충격과 과거의 아픔을 보여줬었다. 이걸 보며 나는 '그땐 그랬고, 저땐 저랬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1편을 떠올렸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흥겨운 'Dancing Queen'까지! 이 속편이야말로 '맘마미아'를 그리워하는 팬들을 위한 최고의 팬서비스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개별 작품으로서도 수작이라고 망설임없이 말할 수 있다. 1편은 갑자기 세 명의 아빠 후보가 등장하며 시작된 소동극이었다며, 2편은 엄마의 꿈을 완성하고, 엄마의 여정을 따라가며 성숙해지고 엄마가 되는 소피의 성장을 다룬다. 마지막 도나의 퇴장과 동시에 엄마가 되는 소피의 모습은 이 작품 최고의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시작과 끝, 그리고 또다른 시작


 엄마의 부재, 그리고 사랑하던 사람의 부재에도 도나는 소피를 키워냈고, 소피는 그 사랑을 맘껏 받으며 자랐다. 그리고 소피는 도나에게 받은 사랑만큼, 태어난 자신의 아이에게 그 사랑을 전해줄 것이다. <맘마미아 2>, 한 인생의 시작과 끝을 모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에필로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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