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을 수차례 간음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장애인 준강간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도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해당 판결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재판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법률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판결이 가능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존재했습니다.
장애인성폭행 성추행은 정신적·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성립되는데, 여기서 정신적·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장애인에 대한 범죄라고 할 수 없고, 장애가 범죄 성립에 기여한 바가 없다면 범죄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결국 재판부가 판단하게 되는데 장애인복지법의 규정이 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신체적 장애”란 주요 외부 신체 기능의 장애, 내부기관의 장애 등을 말하고, “정신적 장애”란 발달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합니다.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는지 여부가 1차적인 기준이 되지만 반드시 등록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재판부에 의해서 장애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장애인성폭행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받고 있는 자의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상태가 객관적으로 장애라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아니라는 점을 충실히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장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준강간죄나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는 무죄가 인정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성폭력처벌법의 다른 범죄와는 달리 준강간죄나 준강제추행죄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한 경우에만 성립한다는 이유 때문이죠. 만약, 장애가 있다고 하여도 항거불능이나 항거곤란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무죄가 인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면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직접 폭행이나 협박을 한 경우에는 성폭력 처벌법상의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되고,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지 않고 장애를 이용한 경우에는 ‘준’장애인성폭행이 성립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이나 항거곤란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범죄가 되지 않고 무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정리가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억울하게 장애인성폭행 성추행 범죄 혐의로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한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 쟁점에서 무죄 주장을 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피해자의 장애를 인식하였는지 여부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것 자체가 범죄 성립의 구성요건이므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장애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범죄를 한 것이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인정된다면 장애인성폭행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죠.
다만, 행위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을 이용하거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도 성립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일반 범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특별법의 처벌 규정에 비하여 더 낮은 형량이 적용되지만(강간의 경우 특별법은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형법은 3년 이상의 징역형), 유죄판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죠.
장애가 있는지 알았는지 여부는 주관적인 고의의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몰랐다고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알 수 없는 제3자인 수사기관과 재판부의 입장에서는 사람의 모든 의사는 객관적인 사실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통해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만남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피해자가 자신의 상태를 밝힌 적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아챌 정도라면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결백을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신중히 변론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옳겠죠.
더불어 ‘준’장애인성폭행 혐의의 경우 장애로 인해서 피해자가 항거불능이나 항거가 곤란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최종적으로 무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논란이 된 판례도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사례를 보면 피고인은 모임에서 알게 된 피해자에게 선물을 주거나 음식을 사주며 친분을 쌓은 뒤 “우리 집에 가서 고양이를 보자”며 유인해 장애인성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지능검사 결과 피해자의 지능지수 57, 사회지수 14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은 일관되게 폭행 또는 협박을 동원한 적이 없으며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와 관련된 증거도 제출하였습니다.
실제로 판례는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항거불능에 있었는지 여부는 장애의 존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이죠.
위 사례에서도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와 강압적인 지위에 있지 않았고, 피해자가 이후 가해자와의 관계를 주변인에게 호의적으로 설명한 점 등이 인정되어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억울하게 장애인성폭행 성추행 혐의를 받는다고 하여 자포자기(自暴自棄)에 빠질 것이 아니라 가능한 증거를 수집하여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 따가운 시선이 존재하고 법원이 장애인성범죄에 대해서 대부분 구속을 결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재판과정에서 관련 쟁점을 충실히 대응한다면 억울함을 벗고 결백을 입증할 수도 있을 것이니 꼭 성범죄전문변호사와 상담을 받아 보기를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