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십여 년간 성범죄전문변호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성범죄 사건을 변호해 왔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제가 그동안 겪고 느꼈던 내용들을 자주 들었던 질문들을 통하여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오늘 설명드리는 내용들만 충분히 숙지하여도 법을 잘 몰라서 억울하게 처벌을 받는 경우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 갑작스럽게 연루된 성범죄로 큰 곤경에 처한 분들이라면 관심 있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3년 6월 19일 이후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이 폐지된 이후 사건 무마를 위해 피해자와 서둘러 합의를 하는 분들이 자주 있습니다. 물론 유죄가 명백하고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을 조건을 제시하며 합의금을 요구한다면 현실적으로 합의를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자신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집니다. 특히나 피해자가 증거 수집을 목적으로 허위로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일 수도 있으니 섣불리 범행을 인정하듯이 답변을 하거나 사건을 조용히 무마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합의에 동의하는 것은 범행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추후 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으니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피해자가 경찰에 사건을 접수했다면 경찰로부터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경찰서에 임의로 출석을 요구하는 불구속 피의자조사가 진행이 되는데 경찰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성범죄전문변호사 입장에서 밝히자면 경찰조사 대비를 충분히 하지 않고 성급하게 방문해 엉망으로 조사를 받는 것이 자신을 더욱 위험에 빠트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싶은데요. 막연히 경찰조사를 미루는 것은 힘드나 회사 및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약 10일 정도 조사를 미루는 것은 충분히 허용되고 별도의 불이익도 발생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조사일정을 여유 있게 미루시기 바랍니다.
자신은 당당하다는 생각에 혹은 담당경찰관이 굳이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에 안심을 하여 어떠한 준비도 없이 경찰서에 방문해 조사를 받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후 유죄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이후 화들짝 놀라 성범죄전문변호사를 찾는 분들이 부지기수인데요. 성범죄는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기 어렵기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경찰조사 과정에서 유도신문에 속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리한 진술을 할 경우 유죄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조사를 받기 이전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소 내용을 확인하고 한 번은 성범죄전문변호사와 자세한 상담을 나눈 이후 경찰조사 과정에서 주의사항을 숙지할 것을 추천합니다. 실제로 억울하게 고소를 당했음에도 말 한마디를 잘못하여 유죄로 판단될 위험도 있으므로 이 정도의 투자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하실 것을 권고하겠습니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듯이 말은 매우 중요한데, 경찰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한 진술은 추후 철회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저 추가적인 진술을 통해 덧대는 것은 가능하나 이미 한 진술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죠. 그러므로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중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며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길게 서술하다가 실수를 하느니 가능하면 간결하고 명료하게 묻는 말에만 대답하기를 당부하겠습니다.
더불어 경찰조사를 받기 이전에 스스로가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정리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피해자와 관계, 당시의 상황, 신체접촉 여부, 신체접촉이 있었다면 동의 및 강제성이 있었는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부인할 부분은 부인하면서 자신의 진술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찰은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불송치’ 결정을 내리는 것에 반해,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면 ‘송치’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후 검사는 경찰이 수사한 자료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데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경찰이 수사한 내용대로 구속 혹은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검찰에 송치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면 일단 자신은 유죄로 판단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인데요.
따라서 자신이 억울한 입장이라면 지금까지 부족했던 여러 부분들을 보완하여 자신이 무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죄를 인정하는 입장이라면 죄는 인정되지만 여러 정상참작 사유를 감안해 처벌을 하지 않는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가 필요한 이유와 양형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검사는 유죄 판단을 할 경우 죄질이 경미한 경우 약식기소를 하는 반면에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할 경우 구공판 처분을 내리게 됩니다. 약식기소가 이루어졌다면 추후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문을 송달받을 텐데 억울하거나 과도한 처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약식명령문을 송달받은 이후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이를 다투는 것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구공판 처분이 내려져 재판에 회부된 상태라면 추후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소환장, 공소장, 의견서 양식 등의 등기우편물을 송달받고 자동적으로 재판 진행이 이루어집니다.
만약 약식기소가 아닌 구공판 처분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죄질이 무겁기에 '구속'까지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뜻합니다. 따라서 재판단계에서는 검사의 수사기록을 확보하여 이를 검토해 보고 자신이 무죄를 주장할지 아니면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주장을 할 것인지 변론방향을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떠한 변론방향이든 검사의 수사기록을 검토해 자신에게 불리한 점은 해명하고 유리한 점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데요. 가령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이거나 과장이 되었다는 점을 반박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들을 제출하며 자신의 주장하는 바가 재판결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법원이 지정한 공판기일 이전에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만 명심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어떠한 일이든지 제대로 준비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유죄이든 무죄이든 철저히 준비한 자가 그렇지 않은 자들에 비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데요. 그러니 자신의 인생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중대사를 앞두고 있다면 성범죄전문변호사를 선임하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시간을 들여 상담은 받아볼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