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의 강연을 듣고서
미래청년일자리사업 소셜벤처 분야의 참여자 공통교육을 운영했다. 3일 간의 교육일정 중 마지막 회차에는 누구나데이터의 김자유 대표를 연사로 초청했다. 강연명은 ‘누구나데이터는 어떤 사회문제를 풀고 있나요?’였다. 1시간의 강연 동안 김자유 대표는 누구나데이터를 창업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활동가에서부터 빅데이터 컨설팅 기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흔치 않은 루트였다. 그동안 내가 시민운동으로서의 영역과 소셜섹터를 구분 짓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반해 김자유 대표의 강연은 좀 더 넓은 관점을 제시하는 것 같았다.
강연 말미에는 사회문제를 푸는 일반적인 과정이 소개됐다. 그건 첫째로 사회문제를 발견하는 것이고, 둘째로 그 문제를 푸는 것이다.(이어서 문제를 푸는 세 가지 단계도 소개됐다. 첫째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 둘째는 문제를 푸는 활동에 동참하는 것, 셋째는 그 문제를 내가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흔한 자기계발서의 경구처럼 들리는 이 법칙에는 사실 대단히 중요한 두 가지 함축이 있다고 느꼈다.
하나는 문제를 발견할 때 그것을 해결가능한 상태로 인식하는 것이다. 강연에서는 여러 시민단체의 사례가(UI/UX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홈페이지, 관리자 비밀번호를 아는 상근자가 없어서 홈페이지 개편이 불가능한 환경, 후원금을 받기 위해선 hwp 파일을 출력하여 수기작성 후 스캔 발송해야만 하는 불편한 절차, 다양한 이벤트로 수집된 잠재 후원자들의 빅데이터가 방치되는 경우 등) 소개됐다. 이야기를 들으며 NGO 활동을 하던 때에 겪은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다. 잇따른 질문은 그 상황에서의 내 태도가 어떠했냐는 것이었다.
이를 테면 과거의 일하기 방식을 고집하는 조직문화에 불만이 생겼을 때, 나는 그걸 쉬이 오래된 조직이 갖는 한계로 여겼던 것 같다. 정작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아마도 말처럼, 당면한 상황을 한계로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계에 봉착한다는 것은 해결불능을 뜻한다. 현시점이 한계라는 결론, 따라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거나 개혁이 필요하다는 추상적인 대답은 어쩌면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둘째로, 문제를 푼다는 것은 현재의 불완전하고 불만을 야기하는 환경 안으로 입장하겠다는 뜻이다. 소위 나의 활동들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 대상이라기보다는 격파해야 하는 것, 투쟁의 대상 따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투쟁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 때때로 이런 관점은 사회문제를 너무 거시적으로만 사유하게 한다. 반면 문제를 해결한다는 태도는 당장 오늘 나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와 좀 더 가깝다.
다만 이런 관점이 체제 안의 혁명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또한 여전히 남는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떠오르는 건, 그동안 한계라고 단정 짓고 무수히 흘려보낸 나의 문제 상황들이다. 나는 그걸 어떻게 해결해볼 수 있었을까. 삶의 방향이 다시 잡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