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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무법인 미션 May 10. 2022

[AI] 사망한 연예인의 목소리를 복구해서 써도 될까?


요즘 돌아가신 분들의 목소리를 재현하여 주는 서비스나 방송들이 등장하고 있지요.


이것도 AI기술로 인해 가능해진 것인데요, 오늘은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목소리를 이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말씀을 드리기 전에 일단 살아있는 분의 목소리는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되는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1. 살아있는 사람의 목소리에 대한 법적인 보호


일단 직관적으로 적용될 것 같은 법은 저작권법이지만, 저작권법은 ‘표현’을 보호하므로 생전에 녹음된 목소리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목소리 자체만으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지는 못합니다.


다만 목소리는 그 사람의 인격을 표상하는 요소로서,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인격권”이라는 기본권의 보호대상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도용하는 행위는 그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법적으로 금지청구, 손해배상청구 등이 가능합니다.


한편, 초상·성명 등 그 사람 자체를 가리키는 것(identity)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퍼블리시티권”이라고 하는데요, 미국에서는 이미 약 60년 전부터 퍼블리시티권이 판례에 등장하여 지금은 인격권과 구별되는 재산적 권리로서 확고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느냐에 관하여 논란이 있어왔는데요, 현재까지 하급심에서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판결들이 다수 나왔고, 학설도 퍼블리시티권을 대체로 긍정하고 있습니다(퍼블리시티권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 인격권설, 재산권설, 지식재산권설 등으로 학설상 다툼이 있고, 하급심 판례 중에서는 법제도가 보완되지 않는 이상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들도 있는 상황이나, 이하에서는 인격권과 퍼블리시티권을 개념적으로 구별하여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목소리도 당연히 그 사람 자체를 가리키는 요소이고, 미국 판례에서 이미 인정된 사례가 있으므로, 목소리도 인격권 또는 퍼블리시티권을 근거로 보호될 수 있습니다.



2. 사망한 자의 목소리에 대한 보호


문제는 그 사람이 사망한 이후에도 유족들이 사망한 사람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이 이용하는 것은 제재할 수 있을지 여부겠지요.


일단, 우리 법과 판례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죽은 사람의 기본권은 인정되지 않고, 유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범위 또는 법률이 특별한 이유로 보호하는 범위에서만 사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는 형법에 의해 형사처벌됩니다. 일반 명예훼손죄와 달리 허위의 사실만을 처벌하고, ‘명예훼손’에 이르러야 하며,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사망한 사람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관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망한 분의 목소리가 그분의 명예를 훼손하는 형태로 이용되었다면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적용대상이 됩니다. 한편, 사망한 사람의 목소리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기망하여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사망한 사람의 권리 보호와 관련 없이 당연히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됩니다.


두번째로 저작권법에 의하면, 저작자의 사망 후에 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저작자가 생존하였더라면 그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될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행위가 있거나 위반한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서는 침해의 정지 등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망한 분의 ‘저작물’을 이용하여 사망한 분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언론중재법은 언론 등이 침해하여서는 안 되는 인격권의 주체에 사망한 자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언론중재법 제5조의2). 즉, 언론기관이 사망한 자의 생명, 자유, 신체, 건강, 명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초상, 성명, 음성, 대화, 저작물 및 사적 문서, 그 밖의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 경우 유족들은 언론중재법에 의해 그 피해에 대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다만 이러한 유족의 권리는 사망한 자가 사망 후 30년이 지난 경우에는 행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언론기관이 사망한 분의 목소리를 제작하여 그분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기사 등을 낸 경우에는 언론중재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3. 인격권 및 퍼블리시티권에 의한 보호


그럼 명예훼손도 아니고, 저작물도 아니고, 언론기관이 행한 행위도 아닌 경우, 예를 들어 일반 사기업이 유족의 동의 없이 사망한 셀럽의 목소리 데이터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영리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일단 사자의 “인격권”에 기초하여 헌법과 민법에 의해 금지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데요. 인격권은 일신전속적인 권리이므로, (위에서 설명드린 특별한 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사망한 사람의 인격권만을 근거로 유족 등이 금지청구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쟁점은 퍼블리시티권의 상속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학설상 치열한 대립이 있습니다.

부정설은 상속성을 인정한다면 영원히 권리가 존속할 수 있고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하고 있고,

긍정설은 저명인의 사망 후 그의 이름이나 초상이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광고 등에 이용될 우려가 있어 그 사망자의 명예나 유족의 보호가 미흡해진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편, 판례는 상속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제임스딘’ 사건)도 있고, 상속성을 인정하되 저작권법을 유추적용하여 사후 50년 동안만 존속한다고 본 사례(‘소설가 이효석’ 사건)도 있으나, 명확하게 일관된 법리가 정립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두 견해 모두 일면 타당한 면이 있어 어떤 견해가 옳다고 쉽게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고 판례도 일관되지 않아 불명확하지만, 기술의 발달에 따라 기존과는 전혀 다른 높은 수준의 음성 복제 및 제작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사망한 자라고 하더라도 그 권리를 보호하거나 그 사용으로 인한 타인의 피해를 막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언제든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영리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자본과 노력을 투자하시기 전에 유족들의 동의를 받으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 참고로 현재 국회에는 ‘초상등재산권’이라는 이름으로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저작권법 개정안(도종환의원등 13인 발의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황이나, 위 법안상의 권리는 일신전속적인 권리로 규정되어 있어서 상속은 불가능하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 결론


사망한 사람의 목소리를 이용하는 행위가 만일 형법, 저작권법, 언론중재법 등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각 법에 의해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위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경우에 일반적으로 인격권 또는 퍼블리시티권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목소리가 보호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학설상 매우 치열한 논쟁이 있고 판례도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나, 언제든지 제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적어도 영리적인 사용에 대해서는 유족의 동의를 구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MISSION 장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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