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let] '육아휴직' 전시실을 떠나며

육아, 법이 담보해야 할 사회적 결실

by 로스파파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포도밭」 (1888)[출처: 푸시킨 미술관, 모스크바]

​강렬한 붉은색 포도밭과 수확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헌신적인 공동체 노동과 그에 따른 풍요로운 결실말해주는 듯합니다.

육아는 단순한 '개인의 일'이 아닌,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사회 전체의 소중한 노동이자 미래 결실을 위한 과정입니다.

​우리가 지나온 전시실서 육아에 대해 법이 보장하는 희망을 볼 수 있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이 '사회적 수확'에 대한 적절한 보호가 이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육아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소중한 일이 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제도의 밑림을 다시금 다듬어 줄 때는 생각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노동법 도슨트' 로스파파(LawsPapa)입니다.


​저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을 때, 직장 선후배께서 진심으로 환대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 한구석에는 '육아에 대해 사회제도 상의 적절한 보호를 받고 돌아왔는가?'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육아에 쏟은 헌신이 결국 개인의 희생이나 불이익이라는 씁쓸한 대가로 돌아와서는 안 됩니다.

​육아는 그 자체로 사회를 유지하는 소중한 일이며, 국가가 적절히 보해 주어야 할 사회적 노동입니다. 현행 제도가 '포도밭 노동의 대가'를 공정하게 나누는 데 실패하고 있는 세 가지 결정적인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가장 값진 포도송이: 복직 직무의 미묘한 강탈


​그림 속 농부는 땀 흘려 가장 좋은 포도송이를 수확했습니다. 하지만 법은 복직 시 '동일하거나 동등한 수준의 직무'를 보장하면서도, 이 '동등한 수준'을 너무 모호하게 그립니다.
​복직한 부모에게 주요 업무 대신 주변 업무를 배정하거나, 승진이 어려운 부서로 부당하게 전보하는 행위는 이 값진 포도송이를 기업이 미묘하게 강탈하는 것과 같습니다. 육아를 통해 얻은 성숙함이라는 결실이 '경력 멈춤'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그려야 할 제도적 붓질: 법이 이 모호한 경계를 더욱 선명하게 그려야 합니다. 복직 시 임금 수준, 직무 중요도, 승진 가능성을 '동등한 수준'의 구체적인 기준으로 명시하여, 부모의 헌신이 정당한 직무로 이어지도록 제도가 공정한 복직의 그림을 완성해야 합니다.


​포도밭 밖의 사람들: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소외


​이 붉은 포도밭에 들어와 수확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정규직에게만 유리하게 주어져 있습니다.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중소기업 노동자 등 고용이 불안정한 부모들은 법적 권리가 있어도 해고 위험 때문에 감히 포도밭으로 들어서지 못합니다. 법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너무나 넓은 것입니다.


°​우리가 그려야 할 제도적 붓질: 이들을 위해 포도밭의 울타리를 넓혀야 합니다. 고용 안정성이 낮은 부모들에게 '보편적 육아 수당' 등 공적 지원을 확대하여 고용 형태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에게는 대체 인력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공평한 육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니다.


​책임의 붉은 물감: 여성에게만 짙게 묻는 노동


​그림 속 포도밭을 여성 혼자 땀 흘려 수확하고 있다면 얼마나 부당할까요? 현행 육아휴직은 남성에게 불리한 급여 구조 때문에 여성의 사용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이는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짙은 붉은 물감처럼 묻게 만들어, '경력 단절'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구조적 모순입니다.


°​우리가 그려야 할 제도적 붓질: 이 붉은 물감을 부부가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합니다. 육아휴직급여 상한선을 대폭 현실화하고, '아버지 할당 기간'을 의무화하여 육아에 대한 남녀 공통의 책임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이 공정한 붓질이야말로 육아휴직 제도의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입니다.


​ 땀 흘린 만큼 공정하게, 미래를 수확하는 사회로


​육아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사회적 노동입니다. 모든 부모가 자신의 헌신에 대한 정당한 결실을 얻는 사회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의 용기 있는 육아휴직 경험이, 이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밝히는 공정의 목소리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겠습니다.


노동법 도슨트 (공인노무사, 노동법학 석사)

​이 글은 노동법 일반의 내용과 그에 대한 개인적 사유를 담은 것입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한 법률적 조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대한 법률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전문가와 별도로 상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