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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Mar 28. 2021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법률사무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게 우연이었다. 인생이 우연의 연속이었다. 일본으로 놀러갔다 유학간 분의 레포트를 대신 써줬다가 만점 받는 바람에 동경대학 명예교수의 눈에 들어 그뒤 우연한 장소에서 만나 적어 준 종이쪽지 추천으로 동경대학부터 박사과정까지 장학금으로 10년을 다녔던 분의 말씀이다.

그후 미국을 방문했다가 미국 학생들에게 강의를 우연히 했는데 쏘크라테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거만을 떠는 모습이 보기싫어 '너희들은 다 죽는다. 내일 죽을 수 있다. 그러면 오늘 뭐해야 겠느냐' 라고 말했는데 실제 다음날 LA폭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세상을 예견한 듯 말한 걸로 착각하고 큰 스승이 출현했다고 유명인들이 서로 와서 악수를 청했다고 한다.


번잡함을 피하고자 지인의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한달간 하였는데 어느날 빨간 패러리 차가 서더니 차문이 열리고 갑자기 늘씬한 여자가 내리자마자 오빠 하면서 얼싸안았다. 행방불명된 사촌동생을 미국에서 만난 것이다. 그녀는 집안이 풍지박산이 되어 어린 나이에 미군기지 앞 술집에서 일하다 미군 장교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가서 살다가 남편과 이혼하고 패션사업을 하여 돈을 벌고 집에 헬리콥터가 있는 유태인 거부와 재혼하여 큰 부자로 살고있었다. 며칠 동안 왕처럼 융숭한 대접을 받은 후 떠나는 날 사촌동생은 남편에게 뭐든지 해달라고 하면 해줄 것이니 말하라고 하였으나 Nothing 이라고 말했다 한다. 초면에 어떻게 뭐를 해달라고 하겠느냐 체면때문에 말을 못 했는데 말을 할껄 아쉽다고 인간미를 보인다.


어느날은 어느 절의 법당에서 예불을 하고 있었는데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은 채 뒷짐 지고 들어와 뻣뻣하게 서 있는 중년여인의 모습을 보고 점잖게 야단을 친 후 차 한 잔을 공양해줬더니 평생 자신을 야단 친 사람은 딱 한 사람 밖에 없다면서 돈 10억 원을 시주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큰손으로 유명하였는데 100억을 나중에 건설업자에게 사기 당하고 분을 못이겨 스스로 목을 매어 죽을 정도로 기가 셌다고 한다.


그분은 귀국하자 마자 머리로 하는 알음알이가 체질에 맞지않아 마음을 관조한다는 선방으로 들어갔는데 처음 들어온 사람이라고 나이가 있는데도 어찌나 괄시하는지 서럽고 화가 났지만 꾹 참고 견디니 하심 잘하기로 소문이 나서 어디가든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하심만큼 업장소멸에 좋은 게 없다고 한다.


건강이 어릴 적 부터 좋지 않았는데 우연히 만난 한의사로부터 한약이 맞지 않으니 30년 넘은 보이차를 먹으라고 권유받아 동생을 지극히 위하는 스님인 누님이 가진 돈을 털어 보이차를 350g  다섯 덩이나 사줘서 먹다가 우연히 "이 차가 얼마나 귀한데 함부로 먹냐."는 차를 잘 아는 어느 스님의 말에 두 덩이를 남겼는데 십수  년 후 그 보이차를 판 대만의 판매상으로부터 우연히 전화를 받고 한 덩어리만 수억 원에 다시 팔았다고 한다.


60이 넘어서부터는 집안에 늙으신 노모를 모실 사람이 없어 혼자 몸이니 처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홀가분한 신분때문에 어머니를 모시고 설거지도 직접하고 살면서 처음에는 짜증도 내고 그랬는데 지금은 무진장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날카로웠던 성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업력은 쉽게 바뀌지 않는데 노모를 모시면서 짜증내면 뭐하나 이왕 할것 기분좋게 하자 맘을 돌이키고 설거지도 즐겁게 하다보니 수행한다고 수행처를 다녔던 것보다 훨씬 공부가 많이 되었다고 한다.


뭐든지 감사하는 마음을 내고 사니 굶을 일은 없더라면서 환하게 웃는다. 60대 중반이어도 어린 애처럼 맑다.

사람들이 너무 영리하면 오히려 탈이다는 말씀이 재밌다. 똑똑이 헛똑똑이면 인생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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