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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Apr 03. 2021

돈세상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강남 테헤란로  밤하늘을 보면 욕망의 불꽃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유흥업소에서 질펀하게 노는 음욕의 불길이다. 음지의 거물들이 다 모여있고 돈이 떠도는 곳이라는 세무공무원의 말대로 어느 국장급 세무사는 다른 곳에 있는 세무사들을 잔챙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하긴 그도 콩밥을 먹은 걸 보면 교도소 들어갈 이들이 노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큰손 사채업자부터 주가조작꾼, 유흥업소 전주들 그리고 이들과 동업자인 정체불명의 권력자들과 화류계 여성들, 음욕을 발산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밤마다  질퍽하게 노니 돈이 허공에 뿌려지고, 돈을 좇는 불나방들은 성을 매개로 그 돈들을 낚아챈다. 술집 마담들은 돈 냄새를 기막히게 잘 맡는다. 생전 처음 본 남자도 돈 있는 남자인지 귀신같이 알아본다. 아무리 외관이 별 볼일 없고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고 늙었어도 단번에 알아보자 혀를 내두른 적이 있었다. 그 마담은 단골 건설업자로부터 외상 술값으로 미분양된 5억 짜리 아파트 한 채를 넘겨받기도 했다. 그로부터  그 바닥 여자들이 쉽게 돈을 번만큼 쉽게 돈을 쓰기 때문에 돈을 모으기 어렵다 는 말을 들었다. 명품을 사고 허세부리고 쾌락을 즐기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자기 살 조그만 아파트 하나 장만하면 진짜 잘 모은 거라고 하였다. 1년에 몇억씩 룸싸롱에서 술을 먹는 어느 70대 부자는 술이 없었다면 자기는 이미 죽었을 거라고 하였다. 그는 호주머니에 돈 천만원씩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고 죽는다 했다. 그의 허세도 보통이 아니었다. 억을 돈같이 안 봤다고 하였다. 다들 구름 위에 붕떠서 사는 이들이다.

화류계에서 돈맛을 본 여성들은 결혼을 해도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듯 했다.돈 많은 예전 단골이  보고싶다고 부르니 인천에서 달려온 여자도 있었다. 남편이 착해서 불만은 없는데 잠자리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듣고 이 여자의 정체를 모르고 결혼한 그 남편이 순진해 보였다. 한번 화류계 여성은 영원히 그 끼를 버리지 못하는 듯 했다. 결혼생활에 불만은 없는데 따분하고 심심해서 즐기러 남편 몰래 나온다고 하니 할 말을 잃은 적이  있었다. 결혼으로는 충족하지 못한 어떤 공허함이 오히려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우울증에 가장 특효약이 빠징코라고 한다. 그래서 도박을 하는데 중독이 되면 그걸로도 만족을 못하고 더 큰 자극을 좇아 마약을 하게 되고 결국 중독되어 몸을 망치는 수순을 밟는다고 한다. 음탕의 끝은 과연 어딜까 생각해보면 결국 세상을 등지는 것밖에 없지 않나 싶다. 강남에는  유흥업소 마담을 겸업하면서 신기 들린 척 쇼하는 자칭 거물이라는 무속인들도 많다. 굿 값 기본이 수 천만원 단위다. 고위 공직자들이나 사업자들 그리고 언론인들이 손님이다. 설령 신기가 있어 아무리 영빨이 세도 6개월 써먹으면 사라진다는데 무속인이 용한 비결은 신기가 아니라 자신이 깔아놓은 인맥을 이용하는 브로커인 듯  했다. 이들은 일부러 센 척 하는데 조금이라도 무서워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더 기고만장해지면서 본색을 드러낸다. 한번은 어느 여자 무당에게  '왜 그렇게 화장을 진하게 하고 온 몸을 빨간색으로 두르고 사람들을 무섭게 하냐' 고 묻자 그 무당은 그게 제복이라고 하였다. 그 무당은 유흥업소 마담 노릇도 하였는데 술자리를 같이 했던 어느 회장은 다음날 뭔가에 홀렸다고 후회했으나 이미 술값으로 상당액수를 지불한 후였다. 

돈을 좇는 불나방 여자들이 결혼해서 자식들을 낳으면 어떻게 교육시킬지 과연 평탄하게 결혼생활을 할지 의문이 든다. 최근 다니는 골프연습장에서 여자와 눈이 맞은 어느 60대 부자는 돈 3억을 빌려줬다가 언제 빌려줬냐고 돌변하는 꽃뱀에게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 꽃뱀은 말 그대로 엄청 잘 해주다가 본색을 드러내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허세도 보통이 아니다. 사기꾼의 특징은 허세다. 결국 돈을 달라한다. 그 명목은 가지각색이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돈이다. 조강지처가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딴살림을 차리라고 유혹한다.  꽃뱀은 자기들끼리도 등급이 나눠지고 언니 동생으로  얽혀있으면서 자칭 능력있다는 돈되는 남자들 정보가 공유되는 듯 하고, 돈 많은 남자면 타켓이 된다. 직장을 다니거나 돈을 버는 경제활동 없이도 돈  쓰는데 인색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 이들은 안방살림까지 노리기도 하는데 남의 가정 깨트리는 죄의식은 전혀 없어보였다. 나이가 젊으면 애첩이 되고자 한다. 애첩은 첩에 불과한데도 어떤  재벌의 첩을 셋째 부인 또는 후처라고 부르는 언론들이 있었는데 조강지처가 버젓이 살아있고 이혼도 하지않았는데도  그런 표현을 했다는 것은 재벌이 가진 돈의  힘이었을 것이다. 전처가 죽거나 이혼해야 후처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는 축첩을 허용하지 않는데도 언론이 그런  잘못된 표현을 쓰는 것은  돈이 참 좋은 거다. 첩은 남자의 애를 낳고자 애를 쓴다. 그래야 애첩이 된다. 첩은 언제든지 남자로부터 버림 받을 수 있지만 애가 있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남자가 비명횡사해도 아이는 상속권을 가진다. 애가 없으면 정부가 죽으면 첩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애가 있어야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조강지처  입장에선 젊어서부터 고생해서 재산을 형성해놓으니까 애첩이 밥상에 숟가락 하나 염치없이 얹는 괘씸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복형제들끼리의 상속다툼은 명약관화다.

최근 화류계 여성들에게  자활지원금으로 2000만원씩 지원한다는 정책에 반대하는 도의원이 민주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는 뉴스다. 화류계에서 놀던 이들이 펜대를 잡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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